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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낭만 Jun 25. 2020

아빠한테 전화 한 통 넣어야지

퇴사하고 알게 된 진실 3

글쓰기 4일째

이번엔 작심 3일은 넘긴 것 같다

뿌듯하다

갑작스럽게 찾아온 자유라고 생각하고 책상에 앉았는데 웬걸 저벅저벅 매트 위를 밟는 발소리가 들린다

깡패도 이런 깡패가 없다 나의 타자기를 뺏어가서는 마구마구 두드린다

그로부터 25분 뒤 그녀는 잠에 들었다

창밖엔 비가 내린다

생각만큼 와 다다다 다 내리는 건 아니고 맞을 만큼 내린다

딸아이와 아침 일찍 집에서 버티는 게 힘들거라 예상하고 차라리 비를 맞는 걸 선택하며 집 앞 숲으로 갔다

비가 온다

그런데 난 우산을 가지고 오지 않았다

이를 어쩐담

그래도 다시 집으로 돌아가고 싶지는 않다

그냥 나무가 비를 막아주리라 생각하고 나무가 우거진 숲으로 들어가 본다

역시나 내 예상은 맞았다

아무것도 없는 하늘보다 나무로 가려진 하늘 아래가 확실히 비가 내리지 않았다

그러나 보슬보슬 오던 비가 갑자기 우루루루 내리기 시작했다

아이와 나는 저 멀리 보이는 나무다리 아래 몸을 숨겼고 그곳에서 나마 마구 내리는 비는 다행히 피할 수가 있었다


문득 지난 기억이 떠올랐다

아빠랑 등산을 하던 중 비가 온 적이 있는데 그때 아빠는 내 얼굴보다 큰 나뭇잎을 구해가지고 와서는 머리에 쓰라고 하셨다

그런데, 내가 오늘 그 행동을 아이에게도 하고 있는 게 아닌가

아주 큰 나뭇잎은 아니었지만 도토리 나뭇잎을 가지고 우리는 비를 피했다

아주 재밌는 경험이었고 뭉클한 경험이었다


그럼 오늘 퇴사하고 알게 된 진실 세 번째는 비를 조금이라도 덜 맞게 해주고 싶었던 딸을 향한 아빠의 사랑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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