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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낭만 Jun 24. 2020

아무도 모른다

퇴사하고 알게 된 진실

갑자기 읭?

점심을 맛있게 음미하고 있는 도중에 이상한 낌새가 느껴진다

서늘하다

밥을 더 먹고 싶었지만 그만둬야겠다는 생각과 판단이 선다

왔다 갔다 하던 우리 집 발발이가 더 이상 내게 오지 않는다

발발이가 있을만한 곳으로 숨죽여서 가본다

와- 잔다

비가 와서 그런 건지 아침부터 산책을 열심히 하고 와서 그런 건지 밥이 맛있어서 그런 건지

마이따 마이따를 외치며 엄마를 붕붕 띄워주더니

육아 휴식까지 일찍 주다니 너무 사랑스럽다


사람들은 수목금 비가 엄청 와서 조심하라는 둥, 준비 잘하라는 둥 하는데 내 마음대로 일정을 짤 수 있는 나는

어쩌면 나에겐? 좋은 기회가 아닌가 싶다

오늘 같은 루틴으로 3일을 버텨보자

비 내리는 하루가 참 좋다


그렇게 예고 없는 육아 휴식을 갖게 되었지만,

아침부터 부지런하게도 아기 장난감을 다 씻어 보겠다고 거실에 줄 세워 놓은 것들이 내 발목을 잡는다 (왜 그랬지?)

일부는 씻었으니깐 그래 에라 모르겠다

다시 다 집어넣기로 한다

그렇게 급하게 밥상을 치우고 장난감을 치우고 온전히 나에게 집중한다


하나 둘 셋 넷


내 방 내 작업실 창밖에는 살구나무와 매실나무가 보인다

살구고 매실이고 많이 익은 놈이나 병이 든 놈은 오늘부터 3일간 바닥으로 떨어질 예정이다

불쌍한가? 아님 숙명을 다했다고 해야 하나?

나는 가끔 이런 엉뚱한 상상을 하며 시간을 보내기도 하다가 삼천포로 잘 빠지는데 오늘은 부여잡아본다


퇴사한 후 알게 된 점 둘

우리 집 앞 단지 안에 여름만 되면 물이 흐르는데 기분이 좋을 때 들으면 계곡에 물 떨어지는 것처럼 들리고 기분이 나쁠 때는 소음처럼 들린다

그런데 오늘 그 실체를 알게 되었다

왜 매년 여름 그걸 틀어 놓는지


발발이가 우산 들고 있는 나를 따돌리듯 엄청 뛰더니 그 물의 근원지가 있는 위쪽 까지 가게 되었다가 깜짝 놀라고 말았다

개울이 있다

지난 주말 아침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시동한 번 안 끄고 남편과 계곡 찾아다녔던 게 후회될 정도였다

이사온지 몇 년 만에 알게 된 사실인데 우리 아파트 편의시설 중 하나란다

정말 충격적이다

그래서 교훈도 얻었다

가보지 않고 직접 경험해 보지도 않고 내 작은 그릇으로 무언가를 판단한다는 것은 위험한 것이다

앞으로도 더 도전적인 김낭만이 되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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