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한 동생에게 루꼴라 화분을 선물을 받았다. 루꼴라가 어떻게 생겼는지 어디에 주로 쓰이는지, 화분을 받고 집에 가져와서야 알았다. 루꼴라는 주로 샐러드, 피자. 파스타 같은 음식에 함께 곁들여진다.
화분을 한번도 키워보지 않는 나는, 가끔씩 물만 주면 된다는 글을 대충 훑어보고 루꼴라를 키우기 시작했다
루꼴라를 키우는 원대한 목표는 위 사진처럼 파스타에 있어보이는 토핑을 해보는 것.
파스타에 토핑하기 위해 루꼴라를 키우는게 아니라, 루꼴라를 파스타에 토핑 하기 위해 파스타를 맹연습하기 시작했다.
결국 우연히 받은 루꼴라 화분 덕분에, 지금은 종류별로 파스타를 할 줄 알게 되었다.
순서가 조금 잘못된것 같지만 기분 탓이겠지.
녀석들의 첫 성장은 세탁기 위에서였다. 지금 생각해보면 베란다에 자리도 많은데 과거의 나는 왜 저곳에 화분을 뒀던 걸까?
세탁기가 흔들리며 리듬을 탈 때마다 루꼴라들도 신나게 흔드는 모습이 흐뭇했다.
무엇보다 녀석들이 처음 세상에 나오던 날의 감동이란.. 나도 모르게 '우와' 하며 탄식을 뱉었다.
매일 아침, 밤 녀석들을 마주 보며 사랑스러운 말들을 해주었다. 녀석들도 감동했는지 더욱 열심히 자라기 시작했다.
그렇게 나는 정확히 4일 뒤, 루꼴라를 키우고 있다는 사실을 잊어먹었다.
일주일 뒤, 루꼴라를 키우고 있다는 사실이 기억난 나는, 서둘러 화분이 있는 세탁실로 갔다.
루꼴라들은 마지막까지 나를 기다렸다는 듯, 햇살이 비치는 방향이 아닌 내가 사라지는 방향으로 시들 시들하게 누워 있었다.
충격적인 현장에서 나는, 골든 타임을 지키기 위한 사람처럼 서둘러 물을 떠서 루꼴라 위에 뿌려주었다. 이렇게 허망하게 가서는 안된다 얘들아.
루꼴라들은 2일, 3일이 지나도 일어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나에게 시위를 하듯 힘없이 늘어져 있는 루꼴라 몇몇은 그렇게 죽어갔다.
일주일이 지났을까. 루꼴라가 죽은 자리 옆에서 새로운 루꼴라들이 고개를 내밀었다. 이번에는 다르다. 이번만큼은 너희를 잊지 않으리.
내 참회하는 마음을 아는지 그날 이후, 지금까지 루꼴라들은 조금씩 성장 중이다. 먹기 위해 가져온 루꼴라는 더 이상 식용이 아닌 가족이 되었다. 2021년 건강하게 무럭무럭 자라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