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R
지난 글에 데이터센터 이야기를 했었는데요,
이와 연관되어 있는 기술, SMR에 대해 써보겠습니다.
SMR 은 Small Modular Reactor,
소형 모듈 원자로입니다.
원자력발전의 미니미 버전이라고 하면 될 것 같습니다.
그럼, 원자력발전이 무엇인지부터 알아야겠지요.
화력발전은 화석연료를 태워 물을 끓이고, 끓인 증기가 터빈을 돌려 전기를 만듭니다.
그럼 원자력발전은?
원자, 그러니까 우라늄의 원자가 핵분열을 하면서 생기는 열이 있는데
이 열로 물을 끓이고, 끓인 증기가 터빈을 돌려 전기를 만듭니다.
우라늄 하면 235라는 숫자를 들어보신 분들이 있을 겁니다.
우라늄이라고 해서 다 같은 우라늄이 아니고,
우라늄-235(235는 원자의 무게)라고 이름표가 붙은 우라늄이 연료인데,
우리가 사용하는 많은 물질들은 안정화되어 있습니다만
이 우라늄-235는 조금 불안정한 성격을 가졌습니다.
왜 불안정한데?라고 물으시면..
심오한 화학의 세계가 펼쳐지기 때문에, 그냥 그렇다고 하고.. (하하)
불안정한 우라늄-235가 지들끼리 깨지면,
즉, 분열을 하기 시작하면
거기서 매우 강력한 에너지가 발생합니다.
얼마나 강하냐면,
1g의 우라늄-235를 분열하면
약 20,000MW의 에너지를 만드는데,
이는 2,000 가구가 1년 동안 소비하는 전기량과 비슷합니다.
1g, 손으로 콕 집는 소금의 양인데
그 양으로 1년간 2,000 가구의 전기를 만들 수 있다니
괜히 원자력, 원자력 하는 것이 아니지요?
따라서, 미니미라고 표현을 했지만
SMR 도 엄연한 원자력발전 이기 때문에
크기에 비해 만들어 낼 수 있는 전력량은 상당합니다.
SMR 은 이렇게 생겼습니다.
왼쪽에 보이는 원통형 아랫부분에
연료가 들어가는 노심이 있습니다.
여기서 핵분열이 일어나면, 열이 발생합니다.
발생한 열은 바로 위에 붙어 있는 증기발생기도 뜨끈 뜨근하게 데우겠죠?
그렇게 증기발생기가 뜨겁게 데워지면
그 안에 있는 물이 증기로 바뀌고,
바뀐 증기는 터빈을 돌려 전기를 만듭니다.
대신 저 원통형 안에는 다른 물이 들어가 있습니다.
그 물은 증기가 되면 안돼서 위에 있는 가압기를 이용해
내부 압력을 높여 온도가 높지만, 기체로 변하는 것을 막지요.
우리가 산에 올라가서 밥 지을 때는
냄비뚜껑에 무거운 돌을 올려놓잖아요.
물이 빨리 끓어서 밥이 설익으니까..
그 원리와 같습니다.
물이 100도가 되면 기체로 변하는 데,
압력을 넣으면 그 이상의 온도가 돼야 기체로 변하는 것을 이용해
내부의 물을 액체로 유지하기 위해 압력을 일부러 주는 것입니다.
우리가 기존에 알던 원자력발전소는
저 각 기기들이 조금씩 떨어져 포진해 있습니다만
SMR 은 콤팩트하게, 미니미하게 만든 것이다 보니
저 원통형 안에 다 집어넣었습니다.
그럼 이렇게 원자력발전 미니미, SMR 이 뭐가 좋은 걸까요?
우선, 전력을 왕창 생산할 수 있지만
부지는 작게 쓰는 발전소인 게 가장 큰 장점입니다.
원자력발전소, 화력발전소 모두 규모가 큰 발전소 인 데다가
바닷가 근처에 만들어야 한다는 제약이 있었습니다.
대용량의 바닷물을 뜨거워진 열을 식히는 데 사용하기 때문이기도 하고,
원료를 대부분 수입하는 우리나라의 특성상,
연료의 운송이 용이하도록 하기 위함도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에너지를 생산하는 나라가 아니라 수입하는 나라입니다!)
그런가 하면,
풍력발전은 풍력타워의 설치가 자유롭지도 않고,
태양광발전은 깔아야 하는 부지에 비해 생산하는 전력량이 작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데이터센터와 같이
큰 전력을 소모하는 시설 근처에 지을 수 있는 발전소로
SMR을 주목하게 된 것입니다.
SMR 도 원자력발전이라면서요?
원자력발전은 물 많이 필요해 바닷가에 짓는다면서,
왜 SMR 은 아니라고 하시는 거지요?라고, 생각할 분이 있으시겠죠.
SMR 은 미니미 버전이라
사용되는 핵연료량이 기존 원자력발전소에 비해 작기 때문에
사용해야 하는 물의 양도 적습니다.
게다가 저 위 그림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저 원통형들이 각각 수조에 들어가 있는 모양새입니다.
그래서 냉각도 쉬이 될뿐더러
시간이 지나면 공기의 흐름으로 자연스레 잔열도 제거되는 효과가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건설되는 위치가 비교적 자유로울 수 있습니다.
또 하나는, 건설하는 기간이 짧다는 겁니다.
기존의 원자력발전소는 건설하는 기간만 약 58개월을 잡습니다만
SMR 은 건설하는 기간을 약 24개월 수준으로 보고 있습니다.
(물론, 그전에 인허가부터 이후 시운전까지 생각하면 이보다 훨씬 깁니다)
기기가 축소되다 보니 공장에서 모듈형으로 제작해서
모셔가지고(?) 가서 바로 설치해 버릴 수 있습니다.
여러분이 아시는지 모르겠지만,
풍력타워와 같이 길고 큰 구조물들은
가까운 항구로 싣고 가서 배에다 실어 나르거나
모두가 잠든 밤에 도로의 신호등을 끄면서,
전봇대의 전선을 올려가면서 조심스레 움직이기도 합니다.
길이가 길고, 크기가 크면
이동할 수 있는 도로도 한정되어 있고
밤 시간에만 이동해야 하니 시간도 더 걸리고
좌회전, 우회전하다가 사고 날 가능성도 높아지니까
크기가 줄었다는 건,
납품하는 사람이나,
운송하는 사람이나,
받아서 설치하는 사람 모두가 행복한 일입니다.
그럼 크기가 줄었으니 가격도 싸겠네요?
... 아쉽지만 용량 대비 기기 가격, 설치 가격 모두 더 비쌉니다..
(아이폰이 작아졌다고 싸지지 않는 것처럼)
크기가 작아졌다고 하지만
기능은 동일하게 작동하는 만큼
필요한 기기들은 유사할 겁니다.
그렇게 따지면,
기기들은 대부분 비슷한데 1,000MW 생산할 때랑
그걸로 300MW 생산할 때랑 비용은
생각만큼 1/2로 확 줄지는 않을 것이라고 유추해 볼 수 있겠습니다.
이런 SMR을 만들고 있는 대표적인 회사는 어디일까요?
미국의 기업 뉴스케일(NuScale)이 있습니다.
뉴스케일은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로부터 표준설계인증을 받았기 때문에
실제로 SMR 발전소를 지을 수 있는 업체입니다.
[단독] 두산에너빌리티, 뉴스케일파워 SMR 핵심 부품 공급 계약 또 한 번 '잭팟' By The Guru
이런 뉴스케일이 국내 기사에서 오르락내리락하는 큰 이유가
두산에너빌리티 때문인데요,
두산에너빌리티는 2019년에 4400만 달러를 뉴스케일에 투자하면서
기자재 공급권을 일치감치 확보해 놨었습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주단조 공장도 갖고 있고,
원자력 주기기도 만들 수 있는 공장도 갖고 있고,
터빈을 만들 들 수 있는 공장도 갖고 있습니다.
따라서, SMR에서 필요한 기기도 만들 수 있는 기반은 충분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뉴스케일파워와 함께 대표적인 기업으로는 테라파워(TerraPower)가 있습니다.
이 기업도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로부터 승인을 획득했습니다.
이 테라파워에는 SK와 HD현대가 투자한 바가 있습니다.
미국 와이오밍주에 건설되는 착공식에 SK 측도 빌게이츠와 나란히 서서
삽을 떴었던 이력도 있습니다.
테라파워는 우리가 잘 아는 빌게이츠가 창업주인 회사입니다.
이 테라파워는 SFR(소듐냉각원자로)의 기술을 갖고 있는 데요,
초반에 SMR의 원리를 설명드리면서
원통형 안에 물을 기체로 변하는 것을 막기 위해 가압기를 쓴다고
했던 내용을 기억하시지요?
그 원통형 안에 있는 물 대신에 소듐을 사용한 원자로가 SFR입니다.
소듐이라고 하니까 생소할 수도 있지만,
실제로 소듐의 다른 이름은 나트륨입니다.
나트륨은 물에 비해 끓는점이 880도로 훨씬 높습니다.
즉, 100도보다 높은 온도에서 물이 기체로 변하는 것을 막기 위해
가압기라는 기기를 이용해 압력을 주었던 것을 생각하면
나트륨이 훨씬 효율이 좋을 것 같습니다.
또한 물을 냉각재로 쓸 때보다
핵폐기물양도 70% 이상 줄어들고,
만약의 사태가 발생한다 하더라도 오염수의 배출문제가 없어
안전성 측면에서도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습니다.
HD현대는 테라파워로부터 기기제작을 수주받기도 했지만,
그 밖에도 추후에 '부유식 SMR'도 생각하는 중이라고 하고,
SMR 추진 선박도 가능할지 사업 기회를 모색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비교적 최근에는 엑스에너지(X-energy)도 기사에 올랐습니다.
DL이앤씨가 투자를 했는데요,
여기는 고온의 헬륨가스를 냉각재로 쓰는 원자로 기술을 갖고 있다고 합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테라파워, 엑스에너지와도 손을 잡았습니다.
(그러고 보면 SMR의 수혜 사는 두산에너빌리티가 아닐까..라는 생각도 듭니다)
이 기업들 뿐만 아니라
미국, 캐나다, 러시아, 중국, 일본을 포함한
각 선진국에서는 SMR 개발을 진행 중입니다.
국내에서도 한수원을 포함해 각 기업이 SMR에 대한 관심을 보입니다만
이전 정부에서 워낙 원자력에 대한 기대감을 낮춘 바가 있어서
SMR 도 함께 주춤했던 모습이었습니다.
원자력이 탄소중립에 해당하냐 안 하냐 논란도 있지만
우리나라가 가진 높은 기술력인 만큼
국부 창출 및 산업 발전, 나아가 국가 발전에 이바지하는 데
많은 기여를 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