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의 성당들
바티칸 시티에서의 자비 희년 순례를 끝내고 나니 로마에 있는 다섯 성당들과 자비의 문이 열린 로마의 중요한 성당 네 곳도 방문해보고 싶어 졌다. 순례의 의미보다는 왠지 주어진 임무를 마쳐야 하는 듯한 느낌이었기에, 시간이 되는대로 해보겠다고 생각하고 지도에 표시되어 있는 성당들을 방문하기 시작했다.
시작은 숙소에서 가까운 두 성당이었다. 산 지오바니 데이 피오렌티니 성당(San Giovanni dei Fiorentini, 피렌체 인들의 성요한)과 산타 마리아 인 발리 챌라(Santa Maria inVallicella, 작은 골짜기의 성모 마리아)이었다. 두 성당 모두 크고 화려했다. 로마라는 도시가 크긴 하지만, 그렇게 큰 성당들이 가까이에 붙어있다는 것이 놀라웠다. 산 지오바니 데이 피오렌티니 성당은 로마에 있는 피렌체 인들을 위한 성당으로. 예수에게 세례를 준 세례자 요한에게 바쳐진 성당이다. 그가 피렌체의 수호성인이기에 때문이다. 세례자 요한 성당이기에 성당 제대 앞에는 성 요한이 예수에게 세례를 주는 장면을 조각한 부조가 놓여 있다. 유럽을 여행하면서 알게 되었는데, 각 나라 또는 지역마다 그 지역을 수호하는 수호성인이 존재한다. 한국이나 일본에서는 보통 그 지역의 토지신, 산신 등이 지역의 보호 신으로 숭배되는데, 동서양을 넘어서서 이렇게 지역 보호 신을 가지고 있는 것이 흥미로왔다. 산타 마리아 인 발리 첼라는 성모 마리아에게 봉헌된 성당으로 교회 개혁을 위한 모임(Congregation of the Oratory of Saint Philip Neri)의 본부 성당이라고 한다. 성모 마리아에게 봉헌되었기에 제대 중앙에 아기 예수를 안고 있는 성모 마리아가 천사들에게 둘러싸여 하늘에 있고, 아래는 숭배자들이 이를 바라보는 림이 있다. 그 위에는 작은 예수의 십자가가 있고, 이어서 둥근 천정에는 승천하는 성모 마리아의 모습 이성스럽고 아름답게 그려져 있었다. 자비의 희년이라는 행사를 통해 아름다운 성당들을 이렇게 찾아볼 수 있다는 것이 즐거웠다.
세 번째 성당은 산 살바토레 인 라우로 성당 (San Salvatore in Lauro, 라우로의 성 살바토레)로 앞의 두 성당에 비해 소박했다. 제대 앞에는 성 살바토레로 보이는 흉상이 있고 그 이에 독특한 성모자상이 있고, 금색 빛줄기와 금관을 씌워주려고 들고 있는 천사들의 조각상이 있었다. 성당 한편에는 십자가를 지고 가는 예수 뒤에서 십자가를 들어주는 수도자의 조각이 예수의 시신을 들고 통곡하는 마리의 그림 아래에 있었다. 잘은 모르지만 그가 성 살바토 레인 듯했다. 이 성당은 로마에서는 성 예수 성당이라 불린다 고한다. 가톨릭에는 많은 성인이 있어 그들을 이렇게 기억한다. 그것이 일면 미신적 일지 모르지만, 어찌 보면 나보다 앞서 간 이들을 통해 힘들 때 힘을 얻기 위한 것은 아닐까?
바티칸시티와 로마에서 자비 희년의 순례길에 참여하면서 나는 가톨릭 신자로 행사에 참여하는 것을 즐거워하는 나 자신을 재발견할 수 있었다. 만약 내가 가톨릭 신앙의 배경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면, 나는 그 행사에 참여할 생각도 안 했을 것이고, 저렇게 아름다운 성당들을 방문하지도 않았을 것이고, 설혹 방문한다 하더라도 그냥 아름다운 그림과 조각이 있구나 정도로 넘어갔을 것이다. 그런데, 한국에서 불교 공부를 하면서 내내 불편하게 느껴졌던 가톨릭의 신앙 경험이 이번 여행에서는 나의 체험을 더욱 풍요롭게 해주었다. 방한 가운데 놓여있는 돌은 치워야 하지만 같은 돌이라도 정원의 바닥에 깔리면 아름다운 돌길을 만들 수 있다. 나의 경험들도 필요한 자리에 있게 되면, 이렇게 진가를 발휘할 수 있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