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충우돌 아씨시로

길에서 만난 고마운 분들

by 루시
아씨시 골목에 흔한 프란체스코 성화

로마에서 하루를 머물고 아씨시로 향했다. 아씨시를 선택한 이유는 프란체스코 성인 때문이었다. 그는 가톨릭 신자들에게 가장 사랑받는 성인이고, 프란체스코 교황은 교황이 되면서 바로 이 성인의 이름을 따서 자신의 새 이름으로 삼았다. 사실 내가 그에 대해 기억하는 것은 많지 않다. 아씨시에서 태어났다는 것과 가난한 이들의 성자이고, 동물들과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성인이었다는 것, 프란체스코회는 그가 세운 기도모임에서 시작된 것이라는 점 정도가 전부이다. 그렇지만 아씨시의 프란체스코라 하면 뭔가 특별한 감정이 느껴졌다. 그것이 교회에 다니면서 익숙해진 것인지, 내 개인적인 동경 때문인 것인지 알 수 없지만, 그가 살던 아씨시에 가면 지쳐 있는 내가 치유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일정을 복잡하게 만들면서까지 그곳으로 향했다.


로마 역에서 아씨시로 가는 길은 시작부터 좌충우돌, 헤맴의 연속이었다. 사람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나는 아씨시에 가지 못했을 것이다. 기차 출발 시간 20분 전에 역에 도착해서 표를 사고 기차 운행표에서 어느 플랫폼으로 가야 하는지 아씨시를 찾아보았다. 계속해서 보는데 도저히 찾을 수 없어서 역무원에게 물었다. 친절한 역무원 아저씨가 플랫폼 1번이라 가르쳐주었다. 플랫폼 1번에 서 있는데 기다려도 기차가 오지 않았다. 지나가는 아저씨에게 물어보니, 자신도 그 기차를 탄다며 기차는 저 끝에 있다고 친절하게 가르쳐주셨다. 계속해서 앞으로 가보니 보이지 않던 기차가 저 끄트머리에 보이기 시작했다. 시간이 급해서 달리고 달려서 기차 출발 1분 전에 간신히 탔다.


기차에서 숨을 고르고 나서 숙소로 머물 수녀원의 주소를 찾아보았다. 아뿔싸, 수녀원 이름, 주소를 적은 종이를 한국에 놓고 왔다. 숙소 연락처를 두 부 뽑아서 한 부는 부모님께 드리고 왔는데, 수녀원 주소가 적힌 것을 드렸던 것이다. 순간 아득해졌고, 인터넷을 쓸 수 없는 핸드폰을 가지고 이문제를 어떻게 풀어야 할지 고민이 되었다. 수녀원과 주고받은 이메일에 주소가 있지 않을까 찾아보았는데, 홈페이지 주소만 있을 뿐 수녀원의 주소와 연락처는 없었다.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야 할지 고민하다가 승객 중 한 사람에게 부탁을 해보기로 마음을 먹었다. 마음은 그렇게 먹었으나 막상 말을 꺼내기는 쉽지 않았다. 고민하다가 친절해 보이는 젊은 이태리 남자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다행히 그가 오케이 했다. 그의 도움으로 수녀원 이름, 주소, 연락처를 수첩에 적었다.


아씨시 역에서 내려서 버스까지는 잘 타고 내리기는 잘 내린 듯했으나 당최 어디로 가야 할지 알기 어려웠다. 수녀원의 그림 약도에는 버스정류장에서 그냥 뒤돌아 내려오면 되는 것으로 그려져 있어서 아무것도 없는 시골길의 버스정류장을 생각했는데, 이건 건물들이 빽빽이 있어서 어느 골목으로 가야 할지 난감했다. 또다시 머리 속이 하얘지면서 당황하기 시작했다. 종이에 적힌 주소를 보여주며 사람들에게 물어물어 간신히 수녀원을 찾아냈다.

숙소였던 수녀원 입구


역무원 아저씩, 이태리 남자 승객, 아씨시 마을의 여러 사람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난 아씨시에 도착하지도, 수녀원을찾지도 못했을 거다. 친절한 사람들의 도움이 있었기에 나는 무사히 숙소에 도착했고, 하루를 마무리 지을 수 있었다. 그것이 하느님의 은총이라 이야기할 있지만, 그래도 결국은 사람들이 나를 도운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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