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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시현 Apr 06. 2021

머리땋기에 진심인 나라

멕시코의 흔한 ‘아트’

위 사진들은 어느 전문가의 솜씨가 아니다. 옆집 아이, 유치원 친구들, 혹은 행인들에게 쉽게 볼 수 있는 흔한 머리스타일이다.


우리 집에 사는 공주병 어린이(6세)는 매일 베티를 기다린다. 일주일에 세 번씩 와서 청소를 도와주는 멕시코 현지인 베티가 한번 머리를 만지면, 라푼젤이나 엘사 등 화면 속에서 봤던 공주 머리가 그대로 재현되기 때문이다. 필요한 준비물은 물과 고무줄. 시간은 고작 5분이면 된다. 손가락 끝에 물을 묻혀가며 몇 번 손가락을 움직이다 보면 땋은 머리카락이 정수리 위에서 똬리를 틀지 않나 밑으로 길게 늘어졌다가 퍼지는 등... 현란한 스타일로 머리 위에 아  트가 완성된다. 한글 공부를 할 때는 5분만 지나도 몸을 베베꼬는 6세 공주님은 베티가 머리를 땋아주는 동안 완성될 때까지 꼿꼿이 앉아 미동도 없이 기다린다.


사실 완성된 머리를 기대하는 마음은 지켜보는 나도 크게 다르지 않다. 처음엔 과연 무엇을 하려고 하나 싶었던 알 수 없는 머리카락 나누어 묶기, 여러 갈래로 땋기 등의 행동이 곧 상상하지 못했던 아트로 거듭난다. 이리저리 살펴보고 거꾸로 풀러 가며 복기를 해봐도 나 같은 똥 손은 그 원리조차 이해할 수 없는 지경이다. 베티의 놀라운 머리 만지기 실력을 옆에서 넋 놓고 감상다가 진심으로 궁금했던 질문을 했다. “도대체 이런 건 어떻게 잘하게 된 거야?” 베티는 한 번 씩 웃더니, 대수롭지 않게 “그냥.... 엄마한테 배웠어”한다. 머리땋는 것을 신기해하는 날 신기해하는 눈치다.


아. 이 나라 사람들의 머리땋기 실력은 먼 조상부터 대대로 물려 온 유산 같은 것일까. 아마도 이들의 DNA에는 손가락을 정교하게 움직일 수 있는 능력이 탑재되어 있는지도 모른다. 사람들이 있는 거리에는 어김없이 머리를 땋아주고 돈을 받는 사람들이 있다. 마트엔 머리를 손질할 때 쓰는 젤이나 왁스 같은 다양한 제품이 진열되어 있다. 물론 어린이용도 있다. 아이가 유치원만 다녀오면 머리카락이 딱딱하게 굳어져 있었는데 그 이유 역시 선생님이 빗에 제품을 묻혀 머리를 빗겨주었기 때문이었다. 아무래도 아이 머리에 왁스 같은 것을 바르는 게 찝찝한 한국 사람인 나를 멕시코 사람인 베티는 이해하지 못했다


어린 시절, 언젠가 레게머리를 하고 남미 여행을 하는 모습을 꿈꿨는데 요즘 아이의 화려한 머리스타일을 보며 다시 젊은 시절의 열정이 불타오르고 있다. 그래서 새해를 맞이하며 써놓았던 버킷리스트에 ‘레게머리 해보기’를 추가했다. 거리에 앉아 머리를 땋아보는 그날을 상상해본다 우선 코로나가 끝나야 하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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