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에만 있는 직업
집 앞 쇼핑몰에 갔을 때였다. 남자 두 명이 일렬로 서서 노란색 판을 힘차게 흔들고 있었다. 지나가라는 건가? 지나가지 말라는 건가? 무슨 일이 있는 건지 아무리 살펴봐도 특별한 것이 없었다. 주변 행인들 역시 평온했다. 멕시코에서 생활한 지 몇 달이 지나서야 비로소 그 사람들의 정체를 알 수 있었다.
남자들의 정체는 바로 청소부. 젖은 바닥을 말리고 있었던 것이다.
멕시코의 청소는 모두 세 파트로 나눠진다. 빗자루로 먼지를 제거하는 일, 그리고 그 위를 물 묻은 대걸레로 닦는 일. 그리고 그 물기를 말리는 일이다. 두 번째 과정까지는 아마도 국적 불문 어디에서나 통용되는 같은 청소 방식일 거다. 하지만 여기선 가장 중요한 일이 바로 세 번째 과정. 바닥을 말리는 일이다. 내가 지켜본 바로는 그분들은 보통 30분이 넘는 오랜 시간 동안 바닥을 말리는 작업을 하고 있다. 선풍기라도 사용하면 좋으련만 무게가 꽤 나가 보이는 노란색 주의 표지판을 들고 앞뒤 좌우로 세차게 흔든다. 이곳에서는 대걸레가 지나간 자리는, 과장하자면, 마치 지뢰라도 묻혀 있는 양 조심하라는 주의를 주고 한시라도 그 물기가 빨리 마르게 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한다. 말리는 사람 이외에 한 명이 물기가 있는 주변에 서서 이곳을 조심하라는 사인을 보낼 때도 있다. 대걸레가 지나간 물자국이 그토록 위험한 것이었다면 한국에선 어떻게 그냥 두었던가?
멕시코에 살면서 느끼는 한국과의 가장 큰 차이점은 바로 효율성이다. 쇼핑몰 테라스에 있는 네다섯 개의 의자가 있다 한 사람이 닦아도 30분이면 될 일을 여러 명 붙어서 오래 닦는다. 번호표를 뽑으면 쉬울 것 같은데 뙤약볕 아래에서 긴 줄을 서서 기다린다. 집에 가스레인지가 고장이 나서 아파트에 소속된 정비공을 불렀는데 약속시간보다 3시간 늦게 도착한 그 남자는 가스렌즈를 이리저리 살펴보더니 며칠 후 다시 약속을 잡자고 한다. 가스레인지의 문제가 뭔지 알았으니 그 부품을 구해서 며칠 후 다시 방문한다는 것이었다. 애초에 그 부품을 좀 가지고 다니면 안 되는 걸까. 비슷한 이유로 두세 번 정도 더 방문한 이후에야 가스레인지를 겨우 고쳐쓸 수 있었다. (단지 배터리 문제였고
웬만하면 직접 고치는 게 낫다는 걸 배웠다)
내가 스페인어 공부를 하는 중이라고 말하면 한국 사람은 100프로 “열심히 해”라고 하고 멕시코 사람은 100프로 “poco a poco(조금씩 혹은 천천히 해)라고 말한다”
열심히, 빨리빨리와 ‘시간이 금’으로 자라 온 전형적인 한국 사람인 나는 느리고 비효율적인 멕시코 문화에 좀처럼 적응이 안 된다. 이곳에 조금 더 살면 초조해하지 않고 그저 날씨를 즐기며 천천히 사는 법을 배울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