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학교의 별별 이벤트
학교에선 여름방학을 앞두고 일주일 내내 이벤트가 있었다. 개성 있는 모자를 만들어 쓰고 등교하는 크레이지 햇 데이(crazy hat day), 모자 대신 머리 모양을 꾸미고 가는 크레이지 헤어 데이(crazy hair day), 반별로 색깔을 맞춰 입고 가는 컬러 데이(color day), 할머니 할아버지처럼 분장하고 등교하는 조부모님의 날(grandparents day), 바닷가 패션으로 등교하는 비치데이(beach day)….
로켓배송과 인터넷 쇼핑으로 언제든, 무엇이든 필요한 건 다 살 수 있는 대한민국의 시스템에 최적화된 똥 손인 나는 뒤늦게 마트를 돌며 완제품을 찾아다녔지만 이곳 멕시코엔 그런 건 없었다. (mbti 최강 p) 다른 엄마들도 똑같을 거야 하는 안일한 내 생각을 비웃듯 다른 엄마들은 며칠 전, 몇 달 전부터 이벤트를 준비하면서 아이들보다 더 신나게 준비하는 분위기였다
이벤트에 진심이 엄마들을 보고 반성하게 된 나. 포기하지 않고 구글을 검색하면서 1. 쉽게 만들 수 있는 것 2. 돈이 많이 들지 않는 것을 기준에 두고 적당한 콘셉트를 선정했다 그래서 만들어낸 나의 작품들은!!!
나의 자랑스러운 첫 작품 사진을 한국의 친구들과 가족들에게 보냈다. 미술을 전공한 친동생은 그게 최선이냐며 비난했지만 난 최선을 다 했으므로 뿌듯했다. 그리고 역시 이러한 놀이문화를 처음 접하는 아이들도 신나게 참여했다.
예쁜 공주만 좋아하는 우리 첫째는 할머니처럼 꾸며야 하는 날 아침, 복장이 맘에 안 든다며 울고불고 난리를 치며 등원했다 하지만 학교에서 다른 친구들을 보고 온 이후, 내년엔 본인도 흰머리로 칠하고 주름살을 그려달라고 말했다.
요즘 한국에 있는 예비 초등 아이들을 둔 내 친구들은 아이가 입학 전에 해야 할 각종 선행학습이나 학원들을 알아보느라 심각하다. 아이들도 엄마들도 잔뜩 긴장한 채 학생과 학부모가 될 준비를 하는 것 같다. 하지만 이토록 노는 것에 진심인 이 곳의 문화를 겪고 있자니 만감이 교차했다. 극심한 온도차가 다소 혼란스럽고 뭐가 맞는 것인지 정답은 모르겠지만 하루하루 행복하게 웃는 아이들 웃음을 보면서 ‘그래 이거면 됐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