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분마다 한 번씩 일하는 길가의 사람들
태양이 작렬하는 오후 2시의 아스팔트. 신호등에 빨간 불이 켜지고 차들이 스르륵 멈춘다. 길가에 서 있던 사람들이 나와 창문에 물을 뿌린다. 딱 봐도 한 두 번 해 본 솜씨가 아니다. 한 손으로 물통에 담긴 비눗물을 쫙 뿌리고 다른 한 손에 든 수세미로 재빠르게 창문을 문지른다. 이들에게 주어진 시간은 단 120초. 앞 뒤 창문을 닦고 사이드 미러까지 닦아도 남는 시간이다. 이렇게 닦으면 나는 팁으로 10페소, 600원 정도를 주는데 차에 있는 동전 상황에 따라 100원이 될 때도 있고 천원이 될 때도 있다. 돈이 없을 땐 안 줘도 된다. 그들도 별로 아쉬워하지 않고 2분 뒤 또 다른 빨간 신호등을 기다린다.
하지만 이들의 존재가 반가울 때는 거의 없다. 페트병에 담긴 물은 공원 분수에서, 비누는 공중 화장실에서 가져온 것이 대부분이고 수세미도 낡을 대로 낡은 상태라 내 손으로 만지기는 싫은 비주얼이기 때문이다. 차를 내 몸처럼 아끼는 사람이라면 경악할 만한 상황이다. 그러나 이들을 막을 수는 없다. 빨간 신호등만 켜지면 재빠르게 튀어나와 물 먼저 뿌리고 보기 때문에 속수무책이다. 세차 한지 얼마 안 됐다면 그들의 타깃이 될까 조마조마하기까지 하다.
아이들이 가장 반기는 사람은 길가의 피에로 아저씨다. 피에로 분장을 하고 빨간 신호등이 켜진 2분간 쇼를 선보이는데 입으로 불을 먹는다. 정말 먹는다. 긴 막대기 끝에 달린 불을 입에 넣고 삼키는데 뒷자리에 앉은 아이들은 감탄사를 내지만 보는 나는 웃을 수가 없다. 안쓰러운 마음에 창문 닦는 사람들보다는 더 많은 돈을 쥐어준다. 800원 정도. 그런 안쓰런 마음을 노린 건가 싶다 돈 벌기 정말 힘들다.
대놓고 한 푼 만 도와달라는 사람들도 있는데 대부분 여자나 어린 아이다. 또래의 여자아이가 우리 아이들과 창문을 두고 마주 보며 눈을 맞추거나 돈을 달라고 할 때는 미묘한 감정이 든다. 포주가 뒤에 숨어 있으니 되도록 주지 말라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결혼을 하고 아이의 엄마가 된 이후엔 아이를 엎고 있는 여자나 어린아이가 손을 내밀면 거절하기가 힘들다. 나는 차에 초콜릿이나 사탕을 채워놓고 이들이 오면 동전 몇 개와 함께 군것질거리를 챙겨 준다.
이곳의 최저임금은 주급 5000원. 맨몸으로 돈 벌기는 정말 쉽지 않다. 길가를 몇 분만 걸어봐도 빈부격차가 온몸으로 느껴져서 마음이 안 좋다. 가족을 위해 아이를 위해, 하루 먹고 살 돈을 마련하기 위해 말 그대로 길가로 내몰린 사람들. 나는 이들을 위해 오늘도 동전을 모아놓고 군것질 거리를 챙긴다. 말 그대로 길가의 틈새시간을 노린 이들의 노력을 응원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