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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시현 Nov 06. 2022

소음주의! 금요일 밤엔 창문을 닫으세요

밤에 파티하는 게 문제가 있나요?

밤 9시. 아침에 눈을 뜨던 순간부터 이 시간을 기다려왔다. 아이들을 모두 재우고 조용해진 집 안에서 소파에 파묻히듯이 앉아 티브이를 보는 시간. 내가 제일 좋아하는 시간이다.


지난 주말에 사두었던 맥주를 꺼내고 설탕이 뿌려진 아몬드 봉지를 뜯었다. 한국에서 공수해 온 버터구이 오징어도 따끈하게 구웠다. 맥주는 미리 냉동실에 넣어두었던 것이다. 최애 드라마가 넷플릭스에 올라오는 날이라 특별히 신경 썼다. 인생 뭐 있나 이게 바로 행복이지.


그런데 방해꾼이 등장할 줄이야. 범인은 얼굴도 모르는 위집 이웃이다. 음악이 쿵쿵 울리고 웃고 떠드는 소리가 거실에 울려 퍼진다. 하필 하루 종일 기다려왔던 나의 소중한 시간에 말이다. 들으려고 하지 않아도 무슨 말을 하는지. 남, 녀, 아이들이 몇 명인지 알 수 있을 정도다. 아 오늘 금요일이지. 나는 그저 TV 볼륨을 올렸다. 위집 소음은 새벽 1시가 넘어서야 멈췄다.

조용한 밤, 다른 집에서 들리는 음악소리 웃음소리는 꽤 크다. 58데시벨, 청각에 영향을 주는 정도는 아니라고 하니 다행인가.

멕시코에 온 지 얼마 안 되었을 때였다. 금요일 밤에 울리는 시끄러운 소음에 화가 났다. 바닥에 소음방지 매트를 깔고 뒤꿈치를 들고 다니는, 층간소음으로 칼부림까지 나는 한국의 아파트 단지에서 한평생 살다온 나였다. 우리는 번역기를 돌려가며 아파트 관리실에 항의 전화를 했다

나: 주변에 음악소리, 떠드는 소리 때문에 아이들이 잠을 잘 수 없습니다 지금 10시가 넘었는데요!

관리실:……(침묵) 금요일 밤이라 파티를 해서 그런 것 같아요

나:???? 조용히 좀 하게 해 주세요

소음은 1도 줄어들지 않았다. 우리 가족 말고는 다들 이 소음이 아무렇지 않다고? 문화충격. 모두 웃고 떠들며 즐기는 게 익숙한 사람들 속에서 우리만 진지충이 된 느낌이었다. 매주 금요일마다 비슷한 시간에 소음+항의 전화를 반복했지만 달라지는 건 없었다.


정당한 항의가 그들에게 예민한 한국인으로 받아들여진 이후 우리는 항의 전화를 멈췄다. 조용히 창문을 닫고 입도 닫았다. 그 사이 놀랍게도 우리는 소음에 적응했다. 심지어는 시끌시끌 음악소리가 들려야 아 이제 금요일인가 보다 하는 안도감마저 들었다.


좋은 점은  있었다. 우리가 친구들을 초대한 반대의 상황에서 전혀 눈치를 보지 않고 떠들  있다는 점이었다. 주말에 친구 가족들을 불러 신나게 떠들고 아이들을 뛰어놀게  주어도 한국처럼 인터폰이 온다거나 관리실에서 벨을 누르는 일이 일어나지 않았다.


또 우리나라와 건축 방식이 다르기 때문이라는데, 아무리 뛰어도 층간소음이 없다. 주말이면 집에서 축구를 하고 술래잡기를 하고 춤을 추는 게 가능하다. 층간소음 없는 삶이 얼마나 삶의 질을 향상하는지. 나는 층간소음 하나 때문이라도 멕시코에서 사는 것이 만족스러울 정도다.


문득, 이렇게 지내다가 한국에 돌아가면 다시 어찌 조용한, 조심한 생활에 적응을 해야 하나 걱정이 된다. 소음에서조차 너그럽고 여유가 넘치는 멕시코 문화가 부럽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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