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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끄적루씨 Nov 02. 2021

당신이 빼앗은 산책할 권리

[글모사] 산책



우리 동네에는 큰 공원이 있다. 

공원 안에 잔디가 넓게 펼쳐져 있는데, 그곳에는 항상 반려견과 함께 산책을 나온 사람들이 있다. 반려견의 종류는 다양하다. 작은 치와와부터 큰 골든 레트리버까지. 산책을 나온 반려견들은 잔디 위를 뛰어다니며 자연을 만끽한다. 귀여운 강아지들이 꼬리를 흔들며 신나게 놀고 있는 모습을 보면 엄마 미소를 지으며 바라보게 된다.


그런데 어느 날, 문득 궁금해졌다.

강아지들이 산책을 저렇게 좋아하는데, 그렇다면 다른 동물들은 어떨까?


작년 나의 머리를 강타한 책이 하나 있다. 

바로 김한민 작가님의 『아무튼, 비건』이다. 


그동안 모르고 소비했던 고기와 달걀의 생산 과정을 적나라하게 설명해주고, 김한민 작가님이 어떻게 비건이 되었는지 그리고 비건이 된 후 어떤 변화를 겪게 되었는지 설명한 책이었다. 우리의 세 치 혀를 만족시키기 위한 과정은 끔찍했다. 그들은 태어나자마자 엄마와 생이별을 하고, 평생을 인간들이 만든 좁은 감옥에 갇힌 채 살아간다. 끊임없이 알을 낳고 새끼를 낳고 자신의 새끼에 갈 우유를 중간에서 착취당한다. 식용으로 태어난 동물들은 작은 우리 안에 갇혀 평생을 살다가 제 수명을 다하지 못하고 죽는다. 식용이 아닌 동물들의 삶도 나아지진 않는다. 동물원은 어떠한가. 아이들이 좋아하는 동물원에서 사는 동물들은 행복할까? 그들도 한정된 공간에서 살다가 죽는 건 마찬가지이다. 식용으로 태어난 동물과 다른 점은 우리 크기가 조금 넓어졌다는 점. 우리 안에 산책할 공간이 조금 있다는 것뿐이다.


우리는 안다. 

공간이 제한된 삶을 산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코로나로 이동이 제한된 삶을 살아보니 어떠했는가. 일상이 무료해지고 우울증 환자가 급증했다. 그런데 동물들은 일생을 그렇게 사는 것이다. 자연에 나가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권리를 박탈당한 채. 산책은 그들에게 사치였다. 인간의 식욕을 채워주기 위해, 인간들의 구경거리를 마련해주기 위해 평생을 산다.

동물들은 산책을 좋아할까? 아마 그럴 것이다.


우리가 그들의 산책할 권리를 빼앗은 것이다. 

그들도 야생에서 태어나 자연을 마음껏 누리며 산책을 권리가 있다.


『아무튼, 비건』 책에는 프랑스 철학자 에마뉘엘 레비나스의 말이 나온다.

 '참으로 사람다운 삶은 그냥 존재함의 차원에 만족하는 조용한 삶이 아니다. 

사람답게 사는 삶은 타자에 눈뜨고 거듭 깨어나는 삶이다.'


 타자의 산책할 권리, 동물들의 산책할 권리를 이제 되찾아주고 싶다. 작은 공간이 세상의 전부인 양 살아가는 동물들의 공간을 찾아주고 싶다. 장을 볼 때 '동물복지'가 붙은 고기와 계란을 산다. 하루에 한 끼는 채식을 한다. 우유는 되도록 먹지 않고 라떼는 두유로 바꿔 먹는다. 내가 동물들의 권리를 찾아주기 위해 일상 속에서 실천하는 작은 것들이다. 오늘도 나는 그들의 산책할 권리를 찾아 주기 위해 일상 속에서 작은 실천을 하는 중이다. 


타자에 깨어나는 삶을 살기 위해 오늘도 노력한다. 

그것이 우리의 미래임을 알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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