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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끄적루씨 Nov 12. 2021

지금 우리에게 꼭 필요한 공부

[글모사] 말(언어)


얼마 전 소름 끼치는 일이 있었다. 


아이가 옷방으로 들어오더니 내가 화장하는 것을 흉내 내고 이렇게 말했다.

"나 회사 갔다 올게. 할머니랑 재미있게 놀고 있어."



내가 항상 출근할 때 아이에게 하는 말이었다. 

아이를 키우다 보면 깜짝 놀라는 일이 많다. 그중에서도 가장 놀라는 건 나의 말을 아이가 똑같이 따라 할 때이다. 아이는 태어나서 바로 말을 못 하지만 부모의 말을 꾸준히 듣고 흡수하면서 자란다. '엄마', '아빠'로 시작해 아는 단어가 하나둘 늘고 단어로 말하다가 문장으로 말을 하게 되면서 부모가 한 말을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똑같이 따라 한다. 아이는 스펀지와 같아서 부모가 하는 행동과 말을 모두 흡수해서 말이 트이게 되면 그 말을 그대로 한다. 내가 소름 끼쳤던 건 내가 했던 말이 나에게 돌아온다는 점이었다.




인간의 두뇌 안에는 '거울 뉴런'이 있다고 한다. 거울 뉴런은 타인의 행동을 거울처럼 따라 한다고 하여 이름 붙여졌다. 거울 뉴런은 인간에게 매우 중요하다. 우리는 이 거울 뉴런을 통해 다른 사람의 행동과 말을 그대로 따라 하면서 공감 능력과 언어를 배운다. 아이는 나의 행동과 말을 보고 거울 뉴런이 활성화되었고 특정한 시점에 그것을 그대로 따라 한 것이다. 거울 뉴런은 인간이라면 모두 가지고 있는 신경 네트워크이다. 아이가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모두 있다. 우리가 가족과 그리고 자주 만나고 친하게 지내는 사람과 닮아가는 이유이다. 만남이 잦을수록 함께 살수록 그 닮의 정도는 더한다.


말은 입에서 나가는 순간 다시는 담지 못한다.

말의 가장 무서운 점이다. 

되돌릴 수 없다는 것. 


내가 한 말을 과거로 돌아가 없던 말로 할 수는 없다. 입에서 나가는 순간 사라지기 때문이다. 우리가 무심코 한 말이 누군가를 살릴 수도, 누군가를 죽일 수도 있다. 그리고 나의 입에서 나간 말은 반드시 나에게 돌아오기 마련이다. 말을 더 조심해야 하는 이유이다. 흔히 내가 듣고 싶은 말만 하고 살라고 한다. 내가 듣기 싫은 말은 남에게 하지 말라고 한다.




엄마가 되고 나서 가장 어려웠던 건 아이에게 건네는 말이었다. 

장난감을 사달라고 조르며 급기야 엉엉 울기 시작하는 아이에게 어떻게 말을 해야 하는지, 놀이터에 놀다가 다른 아이가 그네를 타고 있는 것을 보고 자기도 타겠다며 난리를 치는 아이에게 어떻게 말해야 하는지. 아마 모든 부모라면 공감할 것 같다. 최근에 육아 멘토로 유명한 오은영 박사님의 『어떻게 말해줘야 할까』를 읽었다. 이 책에는 아이에게 놓인 상황, 그리고 아이가 한 말에 따라 어떻게 말해주는 게 가장 올바른 것인지 알려준다. 책을 읽으면서 안타까운 건 이런 중요한 생활 지식을 학교에서 먼저 배웠다면 좋았을 터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가장 배워야 하지만 가장 소홀히 하는 공부. 말공부


나의 입에서 나간 말은 언젠가 나에게 돌아오기 마련이다.

코로나로 모두가 힘든 지금, 서로에게 들려주는 따뜻한 말이 더 절실한 때이다. 


말공부를 시작하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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