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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끄적루씨 Nov 15. 2021

아이와 떨어지는 것이 두려운 당신에게

[그래도, 책] 우리는 언제나 다시 만나


복직을 앞둔 1달 전, 이 책과 만났다.

태어난 지 1년이 갓 지난 아이와 함께 어린이집 상담을 마치고 나오는 길, 아이가 적응을 잘할 수 있을지 두려워졌다. 1년 내내 엄마와 함께 있던 아이가 낯선 어린이집에 가게 된다는 건 인생에서 처음 맞는 큰 시련으로 느껴졌다. 그렇다고 복직을 안 할 수도 없는 일. 아이에게 엄마는 항상 너와 함께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해주고 싶었다. 그렇게 분리불안에 대해 알아보다가 고른 책이 바로 윤여림 작가님의 <우리는 언제나 다시 만나>였다.


띵동, 책이 집 앞으로 배달되었다.

나는 바로 책을 꺼내 들고 아이를 품에 안고 책을 읽어주기 시작했다. 결국 다 읽어주지 못하고 덮어버렸다. 아이가 품 안에 안겨 장난을 치다가 발가락을 책에 베어버렸기 때문이다. 아이의 발가락에서 빨간 피가 나기 시작했고, 아이는 엉엉 울었다. 어떻게 할지 몰라 망설이다가 아이를 진정시키고 발가락에 연고를 바르고 밴드를 붙여주었다. 아이는 한참 울다가 앉아주었더니 이내 잠이 들어버렸다.

잠든 아이 옆에서 책을 들었다.


책장을 넘기다가 이내 다 보지 못하고 다시 덮어버렸다. 눈에 눈물이 가득 고여서 더 읽을 수가 없었다. 덮은 책 밑으로 아까 아이가 베인 곳에 아이의 피가 묻어 있었다. 아직 새빨간 피. 눈에 고였던 눈물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아이를 위한다고 책을 샀는데 그 책에 아이가 베어버렸으니! 나 자신이 못난 엄마 같았고, 아직 어린아이를 두고 내 일을 한다고 하는 내가 나쁜 엄마 같았다. 눈물을 추스르고 다시 끝까지 책을 읽었다. 책 내용에 다시 한번 울었다.


책에 선명히 남아 있는 아이의 핏자국




책은 아이가 유치원에 입학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유치원에 입학하면서 엄마가 아이와 함께했던 시간을 하나씩 떠올린다. 추억 속에는 엄마가 화장실에 갔을 때 목놓아 엉엉 우는 아이를, 쓰레기 버리다 갔다 오는데도 엉엉 우는 아이가 있었다. 책 속의 엄마는 말한다. 우리는 꼭 다시 만난다고. 그러니 네가 하고 싶은 것을 마음껏 하며 세상을 훨훨 날아다니다 지치거나 힘들면 엄마에게 오라고, 그러면 엄마가 힘이 날 때까지 꼭 안아줄 거라고 말한다. 그 말이 꼭 나에게 하는 말 같았다.

복직 후 한동안은 아이 생각에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어린이집에서 잘 놀고 있겠지?', '밥은 잘 먹었으려나?' 일을 하면서도 점심을 먹으면서도 아이 생각이 났다. 그때마다 이 책을 떠올렸다. 아이는 내가 보고 싶은 걸 꾹 참고 어린이집에서 씩씩하게 생활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니, 엄마인 나도 아이가 보고 싶은 걸 꾹 참고 내 일을 씩씩하게 해내야겠다고 생각했다. 책 제목처럼 우리는 지친 하루가 끝나고 집에 돌아가면 다시 만날 거다. 그렇게 생각하니 참을만했고 일에 집중할 수 있다. 사실 분리불안은 내가 느끼고 있었다. 나는 이 책을 통해 분리불안을 극복했고, 지금도 가끔 일에 지칠 때면 이 책을 생각하면서 힘을 낸다.




아이와 나는 매일 밤 자기 전 책을 읽는 시간을 가진다.

아이가 이 책을 가져오는 날이면 일부러 글은 읽지 않고 그림을 보면서 아이와 이야기를 나눈다. 몇 번 글을 읽어주려고 노력했지만, 중간부터 눈앞이 흐려지고 눈물이 나와서 그만두었다. 우리 집에서 유일하게 이 책만 아이에게 다 읽어주지 못한 책이 되었다. 그래도 맨 마지막 장은 꼭 읽어준다. "엄마가 꼭 안아 줄게"라고 읽어주면 아이는 나의 품에 쏙 들어와 안긴다. 그때는 세상을 다 가진 기분이다. 엄마가 되어서 그리고 이 책을 읽어서 참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아이는 지금 4살이다.

어린이집을 졸업하고 초등학생, 중학생이 되면 점점 나와 멀어질 것이다. "우리는 언제나 다시 만나"이지만 아이가 엄마를 만나고 싶어 하지 않을 수도 있겠다. 그렇게 되는 건 싫지만. 그때는 이 책을 소리 내어 다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생각할 것이다.

"우리는 언제나 다시 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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