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책_겨울] 두번째 이야기
"아, 여기도 매진이네."
"어, 여기는 있는데 배송이 오래 걸린다."
"어떡하지? 꼭 이걸 받겠다고 하던데"
남편이 백화점에 전화를 걸어
그 상품이 있는지 물어본다.
"내일 들어올 예정이래. 내가 내일 퇴근하고 갔다 올게."
매년 크리스마스가 다가올 때쯤 우리집은 산타 대작전으로 분주하다.
차가운 바람이 불기 시작할 때부터 산타 할아버지 노래를 부르고 다니는 아이. 가을부터 산타 할아버지에게 받고 싶은 선물을 말해주는데, 그 선물이 수시로 바뀐다. 그 선물이라는 게 대부분 중장비 또는 레고와 관련된 것이지만, 매번 바뀌어서 미리 사놓기도 애매하다. 받고 싶은 선물은 대개 일주일 정도 전에 결정이 되는데, 그때가 되면 이미 그 상품은 인터넷에서 품절되었거나 크리스마스 특수를 노려 상품의 가격이 1.5배는 뛴 상황이다. 비싼 가격을 울며 겨자 먹기로 사거나, 아니면 오프라인 매장에 전화를 돌려 재고를 물어본 후 예약을 해서 산다.
올해, 아이가 고른 상품은 제설차.
수많은 중장비 중에서도 가장 희귀한 아이템을 골라서 이번 겨울에는 애를 먹었다. 크리스마스 며칠 전 눈이 많이 내렸는데, 그 눈을 보며 제설차로 빨리 치워야 하는데 제설차가 없다고 말하며 자신의 의사를 확실히 밝혔다. 초록창에 '제설차'를 검색하면 나오는 건 진짜 제설차일 뿐 장난감은 거의 없다. 그나마 제설차 장난감이 나오는 브랜드는 꽤 비싼 브랜드이고, 그 상품마저도 해외배송이라 배송예정일이 내년이었다. 기억을 더듬어 최근에 아이와 함께 갔던 백화점에 제설차가 있었는지 곰곰이 생각해보다가, 유레카! 남편이 제설차가 있는 걸 봤다고 했다. 아이에게도 넌지시 물어봤는데, 아이는 백화점에 있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결국 남편이 백화점에 전화를 걸어 예약했고, 크리스마스 2일 전에 겨우 산타 할아버지 선물을 마련할 수 있다.
크리스마스 D-1
산타 할아버지는 아이들이 자는 동안 집에 와서 선물을 두고 간다고 아이를 설득해 평소보다 1시간 일찍 아이를 재웠다. 차 트렁크에 있는 선물을 가져와서 거실의 트리 옆에 둔다. 매년 아이에게 주는 산타 할아버지 크리스마스 카드도 잊으면 안 된다. 카드를 꺼내 산타 할아버지인 척 아이에게 카드를 쓴다. 하지만 쓰는 건 엄마이기에 그 안에는 아이가 올해가 가기 전에 꼭 이뤘으면 하는 걸 한 가지 적어둔다. 올해는 기저귀 떼기.
'내년에 기저귀를 떼면 큰 선물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야. 호호호!'
크리스마스 당일.
평소보다 일찍 일어난 아이는 일어나 마자 눈을 비비며 거실로 나왔다. 까치머리를 하고 트리 옆으로 달려가 신이 잔뜩 난 얼굴로 말한다.
"와, 산타 할아버지가 선물 놓고 가셨다."
세상 어느 때보다 기쁜 표정이다.
나도 덩달아 기분이 좋아진다.
1년 365일 중 내가 가장 좋아하는 날은
크리스마스이다.
겨울 하면 떠오르는 것도 당연히 크리스마스.
엄마가 되고 나서
크리스마스의 의미가 다르게 다가왔다.
항상 누군가에게 선물을 받기만 했던 크리스마스에서 누군가에게 선물을 주는 크리스마스로. 그 대상은 아이. 매년 아이의 크리스마스 선물을 고르며 '도대체 산타 할아버지는 누가 만든 거야?'라며 짜증을 부리고 싶을 때도 많지만, 아이가 그 선물을 받았을 때 환하게 웃는 얼굴을 생각하면 입가에 미소가 번진다. 엄마가 되고 나서야 비로소 선물을 주는 기쁨에 대해 알게 되었다.
올해도 크리스마스 산타 대작전은 대성공!
아이가 커서 산타를 믿지 않게 되는 날까지 우리집의 산타 대작전은 계속될 것이다. 아니, 평생 아이에게 선물을 주는 기쁨을 누리며 살아가려면 매년 아이의 산타가 되어주어야겠다.
나에게 이런 멋진 겨울을 선물해준 아이에게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