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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끄적루씨 Mar 31. 2023

첫 귀에 반한 피아노 록 밴드, WEAVER

청춘과 피아노 취미를 선사해 줘서 고마워요 :)


일본에 살았던 시절, 벌써 10년이 훌쩍 지났지만 지금도 정확히 기억나는 순간들이 있다.


우연히 흘러나온 티비 광고에서 WEAVER(위버) 노래를 들었을 때도 그 순간들 중의 하나이다.

"난도 우마레카왓떼모 떼오 츠나기따이다케노 아이다까라"


일본의 배우이자 모델인 카와구치 하루나가 큼직한 헤드폰을 쓰고 수많은 사람들과 함께 핸드폰을 들고 춤을 추는 광고였다. 카와구치 하루나의 상큼한 얼굴과 발랄한 춤 그리고 뒷배경으로 흐르는 음악이 무척이나 인상 깊었다. 가만히 있어도 땀이 흐르는 7월 말이었는데, 광고에서 음악을 듣는 순간 벚꽃이 흐드러지게 핀 봄이 생각났다. 더위를 날려버리는 산뜻한 곡이었다. 광고를 보자마자 광고에 들어간 음악이 너무 궁금해서 인터넷으로 찾아보았다. WEAVER라는 그룹의 곡이었다. 제목은 '우리들의 영원(僕らの永遠)'. 부제는 '몇 번을 다시 태어나도 손을 잡고 싶을 만큼의 사랑이니깐(何度生まれ変わっても、手を繋ぎたいだけの愛だから)'.


뮤직비디오를 보니 WEAVER는 3인조 밴드였다.

보컬 & 피아노, 베이스, 드럼

앳된 얼굴의 보컬이 선 채로 피아노 페달을 밟으면서 연주를 하며 노래까지 불렀는데, 피아노는 앉아서 연주하는 것만 본 나에게는 꽤나 충격이었다. 서서 피아노를 연주하면서 노래도 부른다고? 능숙하게 해내는 모습에 감탄하고 노래 내내 흐르는 피아노 소리가 너무 좋아서 또 한 번 감탄했다.



'노래에 첫 귀에 반했다'라는 말이 적당할까?

'우리들의 영원' 노래를 다 들은 뒤, WEAVER의 다른 노래가 미친 듯이 궁금해졌다. 당시 자주 사용하던 어둠의 경로를 통해 앨범을 다운로드했다. 그렇게 다운로드한 WEAVER의 노래는 나의 아이팟에 차곡차곡 쌓여갔고, 이후 일본에서의 삶에 항상 함께 했다. 출퇴근 길에도, 출장지에서도, 아침에도 저녁에도 잠들기 전에도 위버 노래를 들으면서 하루를 시작했고 하루를 끝냈다.


WEAVER 노래에는 모두 기분 좋은 피아노음이 베이스로 깔려 있었다. 한 귀에 들어도 상큼함이 묻어 나오는 곡들이 대부분이었는데, 듣고 있으면 고등학교 시절로 돌아간 느낌이었다. 한 마디로 요약하자면 '청춘' 그 자체였다. 원래도 밝은 곡을 좋아했지만, 청량한 노래에 좋아하는 피아노 소리까지 더해지니 나의 취향에 딱 들어맞았다. 당시 WEAVER 멤버들의 나이가 20대 초반이었기에 가능했다고 믿었는데, 지금 들어도 아직도 '청춘'이 생각나는 것을 보니 WEAVER가 추구하는 음악이 이런 음악인가 보다 싶다.


매일 같이 WEAVER 노래를 듣다가 우연히 WEAVER 콘서트 소식을 접했다. 설레는 마음을 가득 앉고 큰마음을 먹고 콘서트를 예매했는데, 결국 콘서트는 가지 못했다. 2011년 3월 11일에 발생한 동일본대지진으로 3월 말에 급하게 귀국했고, 콘서트는 4월이었다. 마지막까지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가 미처 환불도 못하고 아쉬운 마음에 콘서트 티켓만 한국으로 가져왔다. 아직도 티켓을 볼 때마다 그때의 기억이 나곤 한다. 언젠가 콘서트를 갈 수 있겠지.



한국으로 돌아온 뒤에도 꾸준히 WEAVER의 노래를 듣고 있다. 새로운 앨범이 나올 때마다 매번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노래를 듣는데, 항상 '청춘'과 같은 노래를 선사해 줘서 매번 기쁜 마음으로 듣고 있다. 특히 가사가 좋아서 듣고 있으면 뭐든지 할 수 있을 것 같은 힘이 나고, 기분이 다운되어 있다가도 기분이 좋아진다. 재택 할 때 WEAVER 노래를 노동요로 틀어놓고 하는데, 덕분에 지겨운 일을 할 때도 일이 많을 때도 즐겁게 일을 하고 있는 중이다.


WEAVER의 노래를 듣고 늘 마음 한편에 자리 잡은 피아노를 향한 열망도 다시 생겨났다. 일본에서 피아노를 사기엔 집도 좁고 경제적으로도 넉넉하지 않았기에, 한국으로 돌아와 오래 고민하다가 피아노 학원을 다니고 디지털 피아노도 샀다. 이직을 하면서 피아노 학원과 멀어져서 학원을 그만두게 되었고 한동안 결혼과 육아로 피아노에 잠시 손을 뗐다가 요즘 다시 '심플리 피아노'라는 앱으로 피아노를 배우고 있는 중이다. 언젠가 피아노 선생님한테 '할머니 피아니스트'가 되고 싶다고 이야기한 적이 있다. 늘 절대음감을 가진 사람을 부러워했던 지라, 나도 절대음감이 되어서 음악을 듣고 바로 연주할 수 있는 경지에 언젠가 오를 수 있기를 바라며 매일 즐겁게 연습하고 있다.



일본에 살던 시절, 우연히 켠 텔레비전에서 나온 광고. 그 덕분에 WEAVER라는 밴드를 알게 되었고, 듣고만 있어도 기분이 좋아지는 '청춘'이 가득 담긴 노래를 알게 되었고, 피아노 연주라는 멋진 취미도 생겼다. WEAVER가 이 글을 볼 리는 없고, 이 글을 보고 이해할 수도 없겠지만 언제나 응원하고 있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항상 나에게 '청춘'을 선물해 줘서 고맙고, 피아노라는 멋진 취미를 선물해 줘서 고맙다고.


인생은 참 살고 볼 일이다.

이렇게 재미있는 우연들이 가득하다니 :)



+

혹시 CM이 보고 싶다면!

https://youtu.be/BZ9PzBo2wkU


CM송의 그 노래 '우리들의 영원'

https://youtu.be/giAj_iHUwdQ



내 최애 WEAVER 노래 '커튼 콜'

https://youtu.be/4uB9d2QM4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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