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들을 오랜만에 만났다. 전 직장 동료들이다. 추운 겨울에 하나는 버o리 패딩을 입었고, 또 다른 한 명은 코o 점퍼를 입었다. 내가 최근 눈독들여오던 코o 점퍼를 입는 언니의 팔에 부착됀 로고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나는 말했다. "오, 요즘 유행하는 코o 점퍼네? 거의 백만원 대 하더라." 그러자 그 언니는 말을 받아쳤다. "이게 뭐 별거라고, 얘가 입은 버o리 패딩이 진짜지." 그래서 나는 말했다. "나는 온oo 점퍼지!" 그러자, 나머지 둘이서 "야 너무 힙하고 젊어! 이뻐!" 라고 응수를 해왔다. 물론 이들이 내게 전한 말은 이쁘다는 말이었는데, 나는 괜시리 기분이 상했다. '아, 나도 남들이 다 아는 메이커 달린 점퍼 하나 사야하나?' 왜냐면 가격 면에서 내 점퍼가 그 둘의 점퍼에 비해서 훨씬 쌌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들이 입는 점퍼 하나 값이면 내가 입는 점퍼 2~3개는 거뜬히 살 수 있는 값이다.
나는 비싼 한 벌을 오래 입고 싶기 보다는, 알차고 보다 저렴한 여러벌을 돌려 입는 것을 선호 한다. (나는 예쁜 것을 좋아하지만 또 쉽게 질려하는 성질이다.) 그러다 보니, 내로라 하는 비싼 브랜드의 것은 사 입을 수가 없다. 내 형편에 유명 브랜드의 점퍼를 그것도 혹한에 잠깐 입는 롱패딩을 여러 개 갖춰 놓고 입을 순 없는 노릇 아닌가? 내가 일년 열두달 겨울이 지속되는 아이슬란드에 속해 있는 것도 아니고, 한 겨울 혹한기가 길어봤자 두어달도 안돼는 나라에서 롱패딩을 유명브랜드의 것 3~4벌을 한꺼번에 갖고 있기는 내 수준에 너무 넘친다. 이게 겨울만 해당되는 건 아니다. 4계절 모든 옷을 철철이 유명 브랜드의 옷으로 갖춰 놓고 싶은 욕심도 있긴하다. 나도 자식들 교육도 시켜야 하고, 아이들이 적당히 사회성 있게 어울릴 수 있는 옷도 사줘야 하고, 건강 관리 제대로 못하는 남편도 밥도 먹여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일년에 두 세번 만나는 친구들에겐 왠지 좀 있어 보이고 싶은 마음이 일었다. 최근 겨울 패딩의 명품이 됀 몽xxx 점퍼를 단디 입어주고, 샤x 은장 체인을 어깨에 엣지있게 두르고 친구들에게 좀 예뻐보이고 멋져 보이고 싶은 마음이 있다. 그런데, 몽 잠바와 샤 백은 데일리로 입고, 메고 출근은 하기가 좀 부담스럽다. 내가 여러 해 직장 생활을 경험해 본 결과 부담스럽고 값 나가는 옷이나 가방은 손이 잘 안가기 마련이다. 심지어 보세 옷조차, 내 스타일에 맞지 않다 싶으면 잘 안 꺼내어 입는 나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저렴하지만 그래도 내구성있는 브랜드의 옷과 가방을 사서 입고 메는 경향이 있다.
사실 나는 작년에 명품 가방계에 처음 입문했다. 구x가방 가장작은 사이즈로 시작을 했다. 그런데 이게 문제였다. 원래 실증을 잘 내는 나의 성격이기에 금새 구x가방은 질렸고, 다른 브랜드의 가방이 눈에 들어오고 또 사고 싶어졌다. 심각했다. 이젠 아이들 교육이니 옷가지니, 남편의 건강이니 다 내겐 안중 밖이었다. 가방을 브랜드별로 5개 이상 구비가 되어야 무언가 나만의 가방 콜렉트의 완전체가 될 것만 같았다. 그래서 유명한 고xx 짝퉁을 샀다. 여름 내내 들었는데, 식상해졌다. 길 거리에 여성들이 들고 다니는 모든 고xx의 가방은 짝퉁같아 보이기만 했다. 그래서 그때부터는 브랜드고 짝퉁이고 보지 않기로했다. 결국엔 가장 저렴한 캔버스 소재 마르헨xx 제품만 데일리로 주구장창 들고 다니고 있다.
다음주는 또 영하 10도 이하까지 내려간다는데, 아무래도 코o 점퍼를 사야하나 또 고민이 됀다. 근데 사실 지금 입고 있는 롱패딩 난 너무 마음에 든다. 내가 학생 시절엔 너무 비싸서 못 사입던 브랜드 라인에서 나온 옷을 지금은 편안하게 사 입는다. 내가 돈 벌어서 내가 스스로 사 입는 자주성을 나는 갖췄다고 자부한다. 그래서 그 어떤 브랜드의 옷 보다 지금 내가 걸치고 있는 이 롱패딩 점퍼가 정말 좋다. 근데 색이 다른걸로 한개 더 사고 싶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