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사님과의 시작

#육아 #복직 #Rosa할머니 #집사님

by 루씨리Rhee

#육아 #복직 #Rosa할머니 #집사님


"필요하시다면 제가 도와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라는 답장의 쪽지를 받았다. Rosa라는 닉네임을 가진 여성 분이었다. 마음이 두근거렸다. "그렇다면, 우리 OO 교회 1층에서 만나 뵐까요? 오후 5시쯤요."라고 답신을 드렸다. Rosa는 성당 세례명 같은데, 왠지 예감이 좋았다. 새벽마다 미사에 나가서 주님께 열렬히 기도드렸더니, 작은 신음에도 응답하시는 하느님께서 좋은 분을 주선해주신 것 같았다.


약속 시간에 맞추어, Rosa님을 만나러 교회 1층 커피숖으로 향했다. Rosa님은 먼저 와 계셨다. 짧은 단발머리에 수수한 복장을 하시고, 까만 뿔테를 쓰신 인자한 인상을 가지신 분이었다. 서로 눈인사를 나누고 마주 보고 앉았다. 짧게 내가 살고 있는 곳, 내가 다니는 직장, 그리고 애들과 남편 이야기를 마쳤다. Rosa님은 "나는요, 이모님이라고 부르는 게 제일 싫어요."라고 말씀하셨다. 그렇다면, "집사님? 이 어떨까요?" 그 시점부터, 집사님은 우리 아이들의 새로운 시터가 되어주셨다.


새로 만난 집사님을 아이들 하원 시간에 맞추어 집으로 초대했다. 집사님은 소파에 앉아 계시다가 아이들이 하원을 하자 반갑게 일어나서 맞이해 주셨다. 아이들은 낯선 집사님의 존재에 내 뒤로 숨어서 빼꼼히 생경한 표정으로 멀찌감치 바라보기만 했다. '복직까지 1주일 정도 남았는데, 아이들이 잘 적응하려나.' 하는 걱정이 앞섰다. 나는 먹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터라, 집사님께 요리하는 모습을 보여드릴 요량으로 그날 낙지며, 야채, 과일 등 이것저것 사다가 부엌에서 칼질을 뽐내었는데. 집사님은 "요리 잘해요?"라고 한 말씀하시더니, 별말씀을 더 이상 안 하셨다. 나중에 보니, 집사님은 요리엔 별 흥미가 없으셨다. (ㅋㅋㅋㅋㅋㅋㅋ)


나는 무탈히 복직을 하고, 아이들은 집사님과 하교 후 생활을 시작하였다. 복직하고 1주일가량 지났을 떄인가, 집사님은 "화요일은 아파트 내에 장터에 가서 엄마랑 손잡고 시장 한 바퀴를 돌고 왔다고 해서, 저랑 손 잡고 다녀왔어요." 말씀하셨다. 내가 회사에 가 있는 동안 내 빈자리를 그래도 집사님이 채워주고 계신다는 생각에 마음이 따스해졌다. 특히나 큰 아이는 내 치맛자락을 붙잡고 안 떨어지는 성향이라, 마음이 너무 쓰여왔던 터였다. 그런 우리 아이의 말을 들어주시고 손을 잡고 시장을 한 바퀴 돌고 와주셨다는 게 나는 정말 고맙기 그지없었다.


직장을 가느라 아이 옆을 비우는 나의 미안함과, 나의 미안함을 이해해 주시고 아이들의 정서를 채워주시는 집사님께 그저 감사할 따름이었다. 시어머니나 친정엄마와 육아를 함께 할 때는, 서로의 육아관의 차이로 대립이 컸었다. 아이 맡기는 사람이 죄인이라고, 대부분 내가 숙이고 맞추고 지내기 일쑤였다. 그러면서 오는 스트레스를 내가 사실상 감당을 못하고 지내던 터였다. 집사님은 나와는 서로 존중해 주는 관계에서, 그리고 아이들의 정서적인 부분만 들여다보시고 최선을 다 해주시는 존재여서 내겐 더할 나위 없이 감사하기 이를 데 없는 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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