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엄마에 그 딸

#한의원 #학교방문 #늦은귀가

by 루씨리Rhee

#한의원 #학교방문 #늦은귀가


오늘은 휴가다! 휴가인 날은 아침에 눈도 반짝 떠진다. 아무것도 나에게 정해진대로 하라는 건 없으니까 말이다. 이상하리만치 출근 하는 날은 움직이지 않으면 지각할 그 마지막 마지노선 시/분/초까지 이불 안에서 늦장을 피우는 것과는 상반된다.


큰 아이와 한의원을 찾는다. 요즘 부쩍 어지러움증이 많아졌다. 그리고 조금만 긴장을 해도 땀이 줄줄난다. 아주 작은 보고 건이라 할지라도, 등이 흥건하다. 직장 생활이 20년이나 넘었건만, 이건 좀 아니다 싶다. 한의원 침상에 나란히 누워 침을 맞는다. 평일 오전에 이게 왠 호사스러움인가 싶다. 옆에 누운 큰 아이는 나를 자신의 핸드폰에 담는다. 한의원 선생님은 우리 둘이 체질이 너무 똑같단다. 그 엄마에 그 딸이라고.


오늘은 큰 아이 학교를 방문키로 약속되어있는 날이다. 어릴적 나도 우리 엄마가 1일 학교 선생님으로 방문했던 때가 떠오른다. 엄마는 서구적인 외모에 커다란 리본삔을 하고, 높고 가느다란 하이힐을 신고 학교를 왔다. 나는 그런 엄마가 너무 예뻤고, 자랑스러웠다. 엄마가 사가지고 온 빵을 나는 엄마에게 직접 친구들에게 나눠달라고 부탁했던 그때가 떠오른다. 우리 엄마가 너무 예뻐서 애들에게 자랑하고 싶었기때문이다.


큰 아이가 학교에서 친구들과 대화 나누는 모습, 아이들과 사진 찍는 모습이 내 눈안에 담긴다. 낮에 학교에서 이렇게 생활하고 있구나, 큰 아이의 학교 생활을 옆에서 잠시 감상한다.


저녁에는 큰 아이와 함께 학원상담을 예정했다. 학원 상담을 가기 위해, 함께 하교하면서 학교 앞 '한솥'도시락 집에 들렀다. 한의원 마치고 학교에 서둘러 향하느라 점심을 건너 뛰었더니 조금 시장하다. 아이 밥 위에 반찬 이것 저것 올려주며 함께 먹는다. 그런데, 거꾸로 요즘엔 큰 아이가 밥과 반찬을 떠서 내 입 앞에 갖다주곤 하는데, 그때마다 나는 역정을 내곤한다. '너 먹을거나 챙겨, 남 챙기느라 시간 허비하지 말고!' 그러고는 항상 흠칫 놀란다. 우리 엄마가 나에게 똑같이 했던 말이기 때문이다.

스크린샷 2025-05-11 105021.png 나는 한솥에서 가장 비싼 '매화'를 먹었다. (나는 소중하니까요 ㅋㅋㅋ)

학교 앞 시장 앞에서, 과일과 빵을 사들고 아이 학원으로 향한다. 지하철이 내내 붐비고, 사람들 사이에 설 틈이 없다. 학교 마치고 학원으로 향하는 우리 아이 발길을 가만히 나도 따라가본다. 항상 당연시 여겼던 큰 아이의 늦은 귀가 시간과, 더 열심히 하라고 채찍질만했던 나는 우리 엄마를 고스란히 닮아있다.


너무 이쁜 엄마를 닮고 싶었던 나는, 항상 쓴 소리만 하는 엄마를 너무 미워했다. 엄마를 좋아하면서 미워하는 마음 안에서 나는 작고 큰 균열을 경험했다. 엄마를 선망하는 나도, 엄마를 미워하는 나도, 다 나의 모습이고 다 그게 나란 걸 알았다. 그런 나를 이제는 가만히 보듬고 쓰다듬어 준다. 잘 살고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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