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일기
#감사일기
H와 C는 내내 붙어 다녔다. 그 둘은 같은 본부 출신이었고, 같은 본부 출신들을, 주요 포지션의 임원들을, 보직자들을, 그리고 저녁 자리들을 팀장과 함께 내내 다녔다. 그때 나의 소외감은 이루 말로 다 할 수 없었다. 나는 해당 본부 경험이 있었지만, 나는 해당 관련된 그 어떤 의견도 낼 수가 없었다.
실장, 팀장 앞에서 나는 스스로 작아져 그 어떤 의견도 스스로 낼 수가 없었고, 나만의 생각이 의견이 없는 게 스스로 너무나 비참했다. 특히나, 내 앞으로 주어진 업무로 인해서 해당 사업부를 찾아가는 그 자리에 H는 따라와서 내 이야기는 한 마디도 못 한채 꿔다 놓은 보릿자루가 되어, 여기에 Y까지 가세하여 '꿔다 놓은 보릿자루!'라고 소리 지르며 나를 들 쑤시면, 나의 열등감은 2배가 되곤 했다.
O출신이라서 찬밥!이라고 소리 지르고 악다구니 쓰는 Y와 단 둘이 회의실에 가면, 나는 더 말문이 막혔다. 나는 어느새 일을 놓아버렸고, 명상에 철저히 기대어 하루하루를 연명하고 있었다. 산소호흡기에 기대어 시간을 연명하는 중환자같이 말이다. 이럴 때일수록 외부 사람들과 식사 약속에 집착했다. 절대로 울리지 않는 전화와, 한통도 오지 않는 메일과, 열리지 않는 회의로 나는 정말 조용했고, 나는 항상 1인 독서실이었다.
팀장은 고과를 자기 마음대로 주면서 미안해하는 기색이 전혀 없었다. 나에게 고과를 이렇게 주어 미안하다는 말을 적어도 한 번쯤은 해야 하는 것 아닌가? 팀원들과 팀장은 내 일을 다 빼앗아가서 미안해해야 하는 거 아닌가? S의 당돌함과 대찬 성격은 가끔씩 울컥하고 내 기분을 싹 가라앉혔다. 그래도 S는 나에게 예의를 차리려 노력했고, 최대한 친절하려고 노력했다.
내 안에 자꾸 침잠해 들어가기 시작한다. 나는 여기저기 아프고, 드러낼 수 없는 감정으로 내 안에서 어둠은 점점 커져가고 깊어져간다. 이렇게 내 안에 빠져들기 시작할 땐, 중력에 의해 내가 끌려가듯 나도 모르는 새에 안락함을 느낀다. 그렇게 컴컴한 심해는 서서히 나를 먹어 가기 시작한다. 바다 바깥으로 나가 숨을 잠깐이라도 쉬어줘야 한다. 이러다간 나는 곧 죽고만다. 항상 나에게 진심으로 귀 기울여주고, 두 손 두 발 들어 공감해 주는 H에게 전활 건다.
그녀와 전화를 끊자, 나의 일상은 지루한데 감사하고, 우울한데 감사하고, 미쳐버릴 것 같은데 감사하고, 너무 피곤해서 다 버리고 싶은데 감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