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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픔으로 시작하는 너에게..

선천성 질환을 갖고 태어난 자녀를 둔 부모의 글.

나는 모범생이었다. 서울에 사는 딸 셋인 가정의 첫째 딸로, 대학은 수능을 대충 봤어도 서울 4년제 대학에 성적장학금을 받고 갈 정도였고 학급 임원 몇 번 해 보고 선생님들이 예뻐하는 평범한 여자아이였다. 

남편도 평범했다. 신앙심이 깊은 집안에서 나고 자라 남에게 피해를 주기보다 손해를 보는 쪽을 택하는 착하고 평범한 우리 둘은 부부가 되고 아이를 낳았다.

아이는 눈부시게 예뻐서 병원에서도 소문이 났다. 여자아이에게 잘생겼다고 하고 피부가 뽀얗다느니 좋은 이야기를 가득 들었다. 단, 태어날 때 눈에 상처가 조금 났는데 그것은 괜찮을 거라고만 했다.

그리고 아이의 눈을 계속 쳐다봤다. 별이 보였다. 너무 반짝여서 별이 보였다.

그런데 그것은 별이 아니라 수정체 조직에 남은, 태어나기 전에 없어져야 할 혈관조각이었고 그것을 병원에서는 선천성 백내장이라고 말했다.


아이는 생후 120일경에 수정체 적출을 해야 했다. 혈관이 시력발달을 방해해서 제거하는 수술이 필요하고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고 했다. 아이는 양 눈에 보호대를 끼고 앞이 안 보이는 것 같은 상태로 수술실에서 회복실로 나왔다. 그리고 아이에게 안경을 맞춰줬다. 보통 제대로 이 병에 대해 알면, 커스텀 렌즈, 교정 안경, 렌티큘러 렌즈, 특수 렌즈 등등 다양하게 부를 수 있는데도, 나처럼 이 병을 처음 겪는 몰랐던, 모르는 일반 사람들은 이 안경에 대한 거부반응? 호기심 등 관심이 많고 예민했다.

돋보기안경이라면서 애한테 핸드폰을 얼마나 보여줬으면 벌써 안경을 끼느냐, 돋보기안경인 것은 알고 씌운 거냐, 장애인이냐, 장애가 있는 거냐, 왜 끼운 거냐. 뒤에서 속닥속닥, 앞에서 속닥속닥, 거기에 손가락질도 가끔 날아온다.

한국 사람들의 정을 조금 바꿔 오지랖으로 부르면 기분이 상할 정도의 관심이었다.


문화센터 동기들이나 지인들은 내가 사람들 반응을 오해하거나 예민하다고 생각하다가도, 언제 어느 순간에  같이 이동하면서 대중교통을 타면 그들은 사과하면서 또한 대신 울었다.

이렇게 힘들었었냐며. 내가 예민한 줄 알았는데 모두가 이렇게 너를 가만두지 않고 계속 건드리냐면서 너무 힘들었겠다면서.


그렇게 시간이 흘렀다. 무뎌지고 무뎌지려고 노력했다.

아이는 초등학교 3학년이 되었다.

아이는 밝게 잘 컸고 다부졌지만 특이한 안경을 꼈다고 가끔은 불필요한 괴롭힘을 당한다. 

그때마다 아이가 어두워지고 자신감을 잃어가는 게 보인다. 아이는 자아가 강하면서도 약하다. 

어렸을 때부터 아픈 병을 가진 아이들이 모두 그렇지는 않지만, 대개는 착하고 마음 여리고 주변 시선에 불안해하고 소심하다. 흔들리고 갈 데를 잃고 불안해하면 내 정신줄부터 잡고 아이를 토닥거리며 내 품 안에서 편안하게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그리고 주변에 부탁을 해야 했다.

우리 아이를 지켜달라고. 관심을 가져달라고.  

단순히 치맛바람이 아니라, 그냥 정말 우리 아이를 놓치고 싶지 않아서 건강하게 클 수 있도록 해달라는 부탁이다. 나는 집에서 최선을 다할 테니, 학교에서 학원에서 성당에서 또 다른 주변에서 우리 아이의 마음이 강하고 단단해질 때까지 더 키워내도록 지켜낼 수 있도록 부탁해 왔다. 

그리고 아이가 어려움 속에서 성장하는 모든 기록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누군가에게는 희망을,

나에게는 현재 상태에 대한 객관적 관찰과 위로를, 나의 자녀에게는 지탱할 힘을 주리라 믿는다.


매번 우리 아이의 상황을 이해시키고 또한 나도 그 이해로부터 멀리 벗어나지 않도록, 자녀에 대한 상태를 정확하게 알기 위해 모든 순간들을 다 이야기하려고 한다. 

이 모든 순간이 일반인에게는 공감과 이해를 나누고, 장애인 또는 선천성질환 가정에게는 희망이 되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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