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경력 소개
어느덧 중학교 교사 3년차에 접어들고 있습니다. 고등학교에서 이미 12년(휴직 2년 포함) 동안 교사생활을 했지만, 중학교는 정말 새로운 곳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공립학교 교사들은 보통 2~5년에 한 번씩 근무지를 옮겨야 하는데 학교마다 관습, 문화, 일하는 방식이 조금씩 달라서 새로운 학교로 옮겨가면 신규나 다름 없는 상태가 됩니다. 그래서 10년 동안 고등학교에 있다가 중학교라는 완전히 새로운 근무지에서 근무하게 되었을 때, 조금은 설레기도, 또 조금은 두렵기도 했습니다. 그렇지만 '벌써 10년차 교사잖아? 이 정도나 되는 경력을 가지고 새로운 학교를 간다고 두려워하면 안 되지!'라는 생각과 함께 제가 잠시 방심을 하고 말았네요. 절대로 방심하지 말았어야 했습니다. '학교가 다 거기서 거기지 뭐.' 이런 방심이요.
중학교는 결단코! 거기서 거기가 아니었습니다.
중학교에서 담임이란?
저는 담임 경력자입니다. 고등학교에서는 7년, 중학교에서는 3년째, 총 10년의 담임 경력이 있습니다. 고등학교에서 근무했던 기간 중 1년을 빼고는 계속 담임을 해 온 셈입니다. 인문계 고등학교에서 담임의 역할은 생활 지도보다는 주로 진로 진학 위주입니다. 물론 생활지도와 관련된 일을 아예 하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교우 관계가 틀어져 싸운 아이들을 진땀 흘려가며 상담해 보기도 하고, 학급에 도난 사건이 자꾸 일어나 해결해 보려고 고군분투해 보기도 했습니다. 학교에 적응하지 못해 종종 지각을 하고, 학교에 잘 나오지 않는 학생을 데려다가 상담도 하고, 위클래스(학교상담교사)와 연결하여 상담을 보내보기도 하며 토닥이면서 학교를 잘 다니도록 격려해 보기도 했지요. 학교 생활에 흥미가 없어 자퇴를 해야겠다는 학생들과 절대 자퇴를 시킬 수 없다는 학부모를 중재하고 위클래스와 연계하여 상담한 결과, 결국 자퇴를 시킨 학생들도 둘이나 됩니다.
그러나 고등학교에서의 이러한 생활지도는 '업무', 내지는 '교육'이라고 생각할 수 있을 만한 것들입니다. 생활 지도의 대상들이 거의 성인(成人)에 근접해 가는 과정에 있는 학생들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지금 이곳에서 생활지도를 하고 있는 대상들은 조금 더 자기중심적이고, 유아적이고, 진지하지 않은, 좋게 말하면 해맑고 순수한 '어린이'에 더 가까운 학생들입니다. 그래서 지금의 생활 지도는 '업무'나 '교육'이라기보다는 차라리 '보육'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벙어리3년, 귀머거리 3년, 봉사 3년.
중학교에 있으면 하루에 한 번씩은 꼭 크고 작은 사고가 일어납니다. 2학년이 된지 아직 1년도 채 안됐는데 벌써 교실 유리창이 세 번이나 깨졌고, 화장실 문, 남자 탈의실 칸막이, 복도 천장이 부서졌습니다.
2학년이 4개 반, 총 100명의 학생밖에 안 되는 작은 학교(1, 3학년은 각 6개 반, 대략 150명씩)인데도 쉬는 시간마다 아이들이 뛰어다니는 소리로 복도가 쿵쿵 울립니다. (학교는 정말 튼튼하게 설계를 잘 해야되는 곳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안그러면 정말 몇 년 안 돼 학교가 무너질지도 모르거든요.) 그래, 한참 혈기왕성한 아이들이니까 다치지만 않는다면 좀 뛸 수도 있지, 생각하며 마음을 다스리려는 찰나, 이번에는 온갖 육두문자 소리가 복도를 쩌렁쩌렁 울립니다.
'참아야 하느니라, 참아야 하느나라.'
<벙어리 3년, 귀머거리 3년, 봉사 3년>이라는 말을 들어 본 적 있으신가요? 며느리가 시집살이를 할 때 가져야 할 현명한(?) 자세에 대한 옛 선조들의 명언입니다. 중학교에 있으면 한 번씩 이 말을 되뇌이게 됩니다.
'참자, 벙어리 3년, 귀머거리 3년, 봉사 3년....!'
쉬는 시간에 복도를 지나다니며 큰 소리로 욕한다고, 쿵쿵거리면서 뛰어다닌다고, 자유롭게 노는 아이들을 너무 다그치고, 아무것도 못하게 만들면 다른 곳에서 터지게 되어 있습니다. 가벼운 일탈이나 작은 사고는 알아도 모른 척, 넘어가주는 것이 오히려 현명한 대처 방법입니다. (물론 이것은 저의 교육관입니다. 저와는 다르게 생각하는 선생님들도 분명 있으실 겁니다. 저보다 더 열정적이고, 더 아이들을 생각하는 분일 거라고 생각합니다.)
중학생을 대하는 나의 자세
2년을 보내고 3년째 들어서야 겨우, 중학교 2학년생들의 생태를 인정하게 되었습니다. 더이상은 아이들을 보면서 '어쩌면 저럴 수가 있지?'하며 경악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이제야 비로소 중학교에 적응을 하게 된 것이지요. 알려줘야 할 내용도, 지도해야될 내용도 너무나 많아서 아직도 여전히 조금 당황스럽지만, 아이들을 올바른 길로 이끄는 것이 교사의 당연한 본분이라 생각하며 자연스럽게 대처하게 되었습니다. 이 아이들을 잘 보살피고 가르치면 이 사고뭉치 아이들도 어엿한 성인으로 자랄 수 있겠지요?
오늘도 저는 난장판 속에서, 저와는 너무도 달라 조금 이상하지만, 그리고 조금은 감정적이지만, 심성은 착한 아이들과 부대끼 하루하루를 새롭 적응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