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우

루코's 에세이

by 루도비코 Ludovi Ko


일기 예보는 비가 내린다고 했다. 나갈 준비를 하고 문밖을 나서니 다행히 빗방울은 떨어지지 않았다.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혹시 모르니 우산을 들고 나간다. 오늘은 모임이 있다. 모임 장소로 가려면 20분은 걸어가야 한다. 늦기 전에 얼른 발걸음을 옮긴다.


몇 분이 지났을까, 빗방울이 하나하나 떨어지기 시작하더니 갑자기 폭우로 돌변했다. 하늘에서 양동이로 물을 퍼붓듯 쏟아지는 빗줄기에 우산이 비명을 지른다. 발끝부터 보이지 않는 물이 차오르듯 점점 젖어가는 것이 느껴진다. 바지부터 내 몸에 달라붙기 시작한다. 장화를 신었는데도 안쪽이 젖는 듯한 느낌이 든다. 찝찝하다.

하필 이런 순간에 연락이 계속 온다. 정했던 모임 장소에 사람이 많아서 다른 장소로 옮긴다고 한다. 비 때문에 대중교통이 문제가 생겨 늦어지는 사람도 있다. 폭우 속에서 비와 옷, 메시지들이 내 몸에 달라붙는다. 위에서는 우산이 퍼붓는 비를 맞으며 비명을 지르고 있으니 내가 비를 맞고 있는 건지 소리를 맞고 있는 건지 헷갈린다. 모든 것들이 내 몸을 때리는 것 같다.


모임 장소에 거의 도착했다. 그러고 보니 어느 순간부터 우산의 비명이 들리지 않는다. 돌아보니 어느새 비가 그쳐있다. 꿈이었나 하기엔 내 옷과 가방은 다 젖어있다. 땅에도 곳곳에 물웅덩이들이 생겼다. 물웅덩이들은 자신이 왔던 곳을 바라보듯 하늘을 비추고 있다. 그 시선을 따라 하늘을 쳐다보니 구름의 색도 옅어진 것 같다. 걷는 동안 다른 세계에 잠시 갔다 온 걸까? 비를 맞고 무거워진 옷과 가방, 식은땀을 흘리며 축 처져버린 우산을 들고 모임 장소로 들어간다. 잠시 꿈을 꿨다 돌아온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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