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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 한 Apr 27. 2021

비가 넘어지며 온다


비를 보며

오돌 뼈를 씹는다

넘어지는 것은 

나만의 시간이 아니다

무릎이 젖은 사람들을

전등은 그림자를 흔들며 논다

술잔을 부딪치며 

다시 일어설 수 있다고 생각하는

나의 오랜 식성

불판에 둘러앉은

취한 인부들의 검은 뒷덜미에

생은 그을린 살을 사는 것 같다고

속삭인다


사랑에 실패하고 돌아온 남자가 

빈 잔을 채운다

피한방울 나지 않는 절망의 생살

비는 어떤 비명도 지르지 않고

숯에선 불티가 아문다

아무 흔적이 없는 이 증상을 

그는 오돌 뼈를 삼키고 

넘쳐버린다

비 보다 먼저 

젖어버린 자세와 양말을 신고 

오래도록 넘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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