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를 보며
오돌 뼈를 씹는다
넘어지는 것은
나만의 시간이 아니다
무릎이 젖은 사람들을
전등은 그림자를 흔들며 논다
술잔을 부딪치며
다시 일어설 수 있다고 생각하는
나의 오랜 식성
불판에 둘러앉은
취한 인부들의 검은 뒷덜미에
생은 그을린 살을 사는 것 같다고
속삭인다
사랑에 실패하고 돌아온 남자가
빈 잔을 채운다
피한방울 나지 않는 절망의 생살
비는 어떤 비명도 지르지 않고
숯에선 불티가 아문다
아무 흔적이 없는 이 증상을
그는 오돌 뼈를 삼키고
넘쳐버린다
비 보다 먼저
젖어버린 자세와 양말을 신고
오래도록 넘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