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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공상태 Apr 26. 2020

예전 기억 하나

무시! 당하지 말라는 말

컨설팅 회사에서 행복한 직원이 되었다.

첫 주가 지나고, 떠오르는 예전 기억 하나.


카타르 항공에서 일하던 시절,

직급이 하나 올라가게 되었던 무렵이었다.


F2에서 F1으로 숫자가 하나 바뀌었을 뿐이지만, 이제는 더 이상 완전 주니어라고만은 할 수 없게 된 것이다.


나는 키만 멀대같이 컸지, 할 말 제대로 못해서 초등학교 시절 온갖 학교폭력에 시달렸었던 경험이 있다.


지금 돌아보면 아이들의 귀여운 시기 질투 혹은 장난으로 치부할 수도 있지만, 그 당시에는 꽤 고민스러웠던 시간을 보냈었다.


그 영향인지 몰라도, 나는 누가 나를 언제든 아무 이유 없이 싫어할 수 있다는 생각이 마음속에 항상 자리를 잡고 있었던 건지, 내 잘못이 아닌데 지나치게 저자세를 취하거나, 당당해도 될 때 당당하지 못할 때가 종종 있었다.


자신감 넘치는 모습과, 사람들에게 일을 잘 시키는 건 나에게 완전히 다른 문제였다.


어느 날, 살얼음판처럼 아슬아슬함을 연기하고 있는 나를, 매의 눈을 가지고 있던 사무장에게 들키고야 말았다.


F1 임에도 불구하고, F2 들에게 일을 제대로 지시하지 못하고 있는 나를, 사무장이 딱 알아챈 것이다.


나는 겉으로 볼 때는 자신감 넘치고 당당했지만, 내일도 내가 하고, 다른 사람 일도 내가 하고 있었는데, 사무장뿐만 아니라 누가 봐도 그건 부당한 일이었을 거다.


나는, 나의 권리를 스스로 지켜내지 못하고 있었다.


나는 아직도 그 사무장이 나에게 했던 한 마디를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다른 사람들이 너 자신을 무시하게 하지 말아라.


나는 그분이 너무도 고맙다.


저 말을 들었다고 해서, 그 순간 즉시 내가 기 센 사람들 앞에서 당당하게 일을 잘 지시하는 사람이 되었을까?

당연히 아니다.


지금은 어떨까? 무슨 문제가 생길 때, 아직도 즉시 내 잘못인가 하는 생각이 여전히 든다.


하지만 계속해서 현재진행형 중인 노력들이 있다, 아주 많다.


무언가가 당장 한순간에 변할 수는 없다, 아마 없을 거다.


어떤 건 금방 변화가 가능하고, 어떤 일은 몇 년의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


무엇이든 빠르게 배우는 나 이지만,

쉽게 이용당할 수 있는 나의 깊게 배인 행동양식을 바꿔나가는 일에는 너무도 느리다.


느리다고 그만둘 것인가?

아니, 그래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아직도 분명히 말하지 못하는 것이 있을 것이고, 아닌데도 내 잘못이라고 여겨 버리는 것들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계속 연습하고 있다.

저런 나를 극복하고, 누가 봐도 제대로 된 생각이 담긴 말과 행동이 나에게서 나갈 수 있도록 계속 연습 중이다.


앗, 죄송합니다! 라고 말하는 것은 너무 쉽다. 나에게는 그렇다.


죄송하다고 말할 필요 없는 일에, 죄송하다고 말하지 않는 것은 아직도 나에게는 쉽지 않은 일이다.


내가 심리학자나 정신과 의사가 아니라, 나도 내가 왜 이러는지 잘 모르겠지만,

한 가지는 분명히 알고 있다.


쉽지 않은 쪽으로 자꾸자꾸 가려는 연습을 계속해서 해나가야 한다는 것.

포기하지 말아야, 그래야만 나는 바뀌고 성장해 나갈 수 있다는 것.

그것만은 분명히 알고 있다.


아직도 나 때문에 불편함을 느낄 주변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미안하고.. ^^;;


계속 노력해 나가겠습니다!


오늘도 다짐해본다.


느리더라도, 절대로 포기하지 않을 거고,

느리더라도, 그게 나의 속도라면 나는 그 속도대로 꼭 성장해나갈 거다, 발전적인 방향으로 꼭~ 나아갈 거다.


해봐, 진공상태.

한번 해보렴.

그래, 해보자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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