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부셨다
2020년 6월 25일 목요일 오후,
서울에서 출발한 차는 간간히 비를 맞아가며 어두워질 때까지 남쪽을 향해 달렸다.
구름이 꽉 들어찬 하늘을 보고, 다음날의 날씨가 좋으리라고 기대하기란 사실 쉬운 일은 아니었다. 차라리 비가 오면 무얼 할까에 대해 생각하는 게 합리적으로 느껴지는 그런 날씨 속에서 차는 어느덧 통영을 지나 거제도로 들어서고 있었다.
다음날 아침, 하늘에 드문드문 구름들이 보이긴 했지만 말끔하게 개인 날씨 덕분에 기분 좋은 아침을 반갑게 맞이할 수 있었다.
숙소에서 키우고 있는 포도나무의 싱그러움은 숙소를 나서는 발걸음을 한층 가볍게 만들어주었고, 여름이 성큼 다가왔음을 알려주는 설렘 가득한 신호 같았다.
거제도의 한켠에는 수국이 흐드러지게 피어있었는데, 그 탐스러움에 나도 모르게 살며시 두 손으로 수국을 감싸 안아 보았고, 생각보다 단단하게 느껴지는 꽃송이들 앞에서 왠지 모르게 아름다움이 배가되는 느낌을 받았다.
수국이 피어있는 곳 맞은편에는 여전히 너무도 멋진 하늘과 함께 바다내음이 그득하다 못해 너무나 멋지게 펼쳐져있었다.
한려해상 국립공원인 거제도는, 작년에 방문했던 여수의 고요한 아침바다와는 또 다른 자태를 뽐내며 눈부시게 빛나고 있었다.
거제도에는, "바람의 핫도그" 라는 명물이 있는데, 먹음직스러워 보이는 핫도그에 여러 가지 토핑이 얹어져서, 짭짤함과 매콤함 그리고 상큼함 등 다양한 맛을 느껴 볼 수 있는 재미가 있었다.
바다는 푸르렀고, 어느덧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은 멋진 수평선을 눈앞에 펼쳐지게 해 주었다.
그저 바라볼 수밖에 없는 자연의 아름다움 앞에서 잠시 말없이 아주 편안하게 눈에 힘을 풀고 멍도 때려보았다.
거제도 해수욕장의 몽돌.
몽돌 위에 누워 들려오는 파도소리에 한참을 취해있는 동안, 쏴 ~ 밀려왔다가 사라지는 물결소리가 너무나도 시원하게 귓가에 맴돌았다.
숙소로 돌아와 활짝 핀 백합이 뿜어내는 향기로움에 나도 모르게 한참을 넋을 놓고 바라보다가 또다시 코를 들이대기를 반복했다.
어느덧 해가 저물어가고, 복 받은 것 같이 느껴지던 말도 안 되는 날씨의 하루는 그 끝을 예고하고 있었다.
거제도.
햇살이 가득했던 날의 기록을 이곳에 남겨본다.
오늘 느꼈던 빛과 색과 내음들을 오래오래 간직하고 싶다.
너무도 감사한 하루였다.
진. 심. 으. 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