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1월 12일을 잊지 않습니다.
한국에 돌아온 후, 일년 정도 밖에 나가지 못했다.
그때 나는 스스로가 실패했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었고, 세상을 등지려는 생각도 했었다.
울다가 울다가 종이 한장 차이로 세상과 이별하기 직전의 공기를 나는 아직도 기억한다.
그런 바닥의 상태였었는데, 치료가 시작되었고 그래서 집 밖에 나가기 시작하고..
2019년 11월 12일에 나는 비로소, 아 내가 무엇이 되지 않아도 그냥 살아있는 존재여도 괜찮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 날의 내 눈앞의 풍경을 나는 아직도 잊지 않고 있다.
한 생명이 새로운 희망을 가지게 된 날. 그래서 지금의 작은 일상의 기쁨까지 모두다 껴안을 수 있게 된 날의 시작.
지금 나는 새로운 일을 하고 새로운 사람을 만났고 새로운 시작을 앞두고 있다.
잊지 않기.
예전의 나에게서 훌훌 털어버려야 할 부분도 분명히 있지만, 절대로 잊지 말아야 하는 부분도 분명히 있는 것 같다.
그걸 잊어버리면, 지금의 일상이 아무것도 아니게 되고 다시금 무의미의 바다속으로 빠져들어 우주속의 미아가 될지도 모르기에.
많은 것에 감사하다. 가족들, 친구들, 나를 둘러싼 여러가지 상황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