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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보경 Jul 19. 2023

복싱과 웃음

나는 복싱이 좋다. 

내 앞에 선 씨발 새끼를 짓밟고 비틀어 죽여버리고 싶다.

내 앞에 선 저 사람이 나를 씨발 짓밟고 비틀어 죽여 버렸으면 좋겠다. 


흰 옷을 입고 헝클어진 머리를 풀어헤친 여자가 미친듯이 웃는다. 웃음기는 소금처럼 짜다. 바닷물을 마시면 혀가 아리듯이, 웃음은 우악스러운 손아귀로 혓바닥을 칼로 저며서 썬다. 처음엔 천천히 얇게 저며서 그러나 갈수록 더 빠르고 도마가 패일 정도로 긴박하고 또 신나게 때리고 썬다. 애타게 간지러운 갈증에 웃음에 웃음이 더해지고, 웃음에 웃음에 웃음이 더해지고, 웃음에 웃음에 웃음에 웃음이 더해지고, 웃음에 웃음에 웃음에 웃음에 웃음에 웃음에 웃음이 더해지고 웃음에 웃음에 웃음에 웃음에 웃음에 웃음에 웃음에 ... 웃음이 더해져, 얹힐대로 얹힐 아찔할 정도로 꽈악 찬 웃음이 부르르 팽창하는 힘이 꼴깍 고개를 넘어가는 순간


모든 갈증이 해소되고 

쉼표와 쉼표 사이 짧게 몰아쉬는 숨처럼 꾸역꾸역 더해지던 웃음이 음악의 선율처럼 매끈하게 이어진다. 

머릿속에 새하얀 불이 꽝 하고 껌뻑 죽는다. 나는 죽었지만 새하얀 무중력 공간에 무미건조하게 떠 있다. 

살 것 같다!  


그런 순간이 되면 희번덕하게 웃을 수 있다.

그래서 복싱은 웃음과 닮았다.

<Vollmond> Pina Bau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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