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질과 기억 마지막 수업 후기
내 몸이 사라졌다.
'손'이 잘려 나갔다. '손'은 행복했던 나의 기억이다.
'손'은 방황한다. 사라진 내 '몸'을 찾아서.
'몸'은 방황한다. 사라진 내 '손'을 찾아서.
어둠 속에서 방황하던 '손'은 '그녀'를 만난다.
35층의 '이글루'에서 '그녀' 역시 혼자다.
'그녀'의 눈에 보이는 것은 허공 뿐이다.
나는 검은 우주에 살고, '그녀'는 끝없는 지평선이 펼쳐진 북극 설원의 이글루에 산다.
'손'과 '그녀'는 외치고 있다.
"Je suis la" "나 여기 있어"
다친 나의 '손'을 '너’ 가 치료해준다.
'손'이 이글루에 닿는 찰나의 순간, 기적이 일어난다.
'너'는 너무 늦어버린 내가 건넨 열쇠고리를 소중히 받아준다.
기적처럼 네가 본 세상을 보여준다.
그 기적의 순간을 '손'은 다시, 영원히 잡고 싶다.
과거와 현재 사이에서 방황하면서.
'너'의 미래는 이미 나를 앞질러 가 버렸고, '너'의 과거는 이미 지나가 버렸다.
나는 손에서 미끄러져 빠져 나가는 파리를 잡고 싶다.
'손'은 두렵다.
기다려주지 않는 운명이. 기다려주지 않는 기억들이.
'손'은 달리기 시작한다.
시간을 거스르기 위해 달리고 또 달린다.
'열리지 않는 문' 을 열기 위해서는, 소리가 멈추기를 기다려서는 안된다고 되뇌이면서.
과거에 멈춰있는 시계를 다시 찬다.
나는 '너'를 향해 가고 있었을까?
어쩌면 나는 '너'와 '나'를 동기화 하려는 것이 아니라,
'너의 시간'과 '나의 시간'을 동기화 하려고 했던 것이 아닐까?
어긋난 '손'은 다시 붙지 않는다.
사라진 '몸'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너'와 동기화되지 못한 나는 '복잡한 이야기' 속에 홀로 남겨진다.
아니, '너'를 이글루에 외롭게 홀로 남겨둔다.
나의 거짓된 진심으로 인해 병든 삼촌에게 상처를 남긴 채.
'그녀'에게 상처를 남긴 채.
나는 절망한다.
'손'은 포기하지 않는다.
파리처럼 빠른 운명을 잡기 위해 크레인을 향해 뛰어내린다.
운명을 잡았다고 생각한 순간, 손이 잘려 나간다.
미래의 '손'은 알고 있었던 것일지도 모른다.
운명은 잡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피하는 것이라는 걸.
"운명을 믿어요?
인생은 다 정해져 있고 우린 그냥 따라갈 뿐이라고요?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착각이죠.
우리가... 아예 엉뚱한 행동을 한다면 모를까.
확실히 마법을 걸 방법은 그것 뿐이예요."
"그게 뭔데요?"
"그러니까... 왜 있잖아요.
걸을 때, 여기로 오는 척 하며 농구할 때 속이는 동작처럼 딴길로 새서..
저 크레인으로 점프하는 거예요.
하면 안되는... 뭔가 즉흥적인 일.
금지된 행동을 하는 거죠.
덕분에 다른 세상에 가서 잘됐다며 후회도 안 해요"
"그러고요?
드리블로 운명을 피한 다음엔 어떻게 해요?"
"그때요? 계속 피하는 거죠. 냅다 뛰는 거예요. 행운을 빌면서요."
손을 잃은 '몸'은 검은 허공으로 뛰어 내린다.
사라진 '몸'이 크레인에 안착한다.
드리블로 운명을 피했다.
잘려나간 텅 빈 손목에 바람이 스친다.
눈발이 흩날린다.
다른 세상에 도착한 '몸'은 깨닫는다.
이미 '너'를 만나고 있었다는 것을.
새로운 세상의 '너'를 만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할까?
그 방법 역시 '너'가 이미 알려주었다.
"계속 피하는 거죠. 냅다 뛰는 거예요. 행운을 빌면서요."
'너'라는 위험 속으로 뛰어드는 것.
그리고 '너'가 위험에 빠지지 않도록 기꺼이 나의 안전을 내어주는 것.
그 사이에서 우리는 잠시 만나겠지.
무상함.
이제 나는 그것이 '허무'가 아니라 '기대'라고 믿는다.
한 해동안 즐거웠던 Good Vibration 이었습니다.
하나의 떨림을 매듭짓고, 또 다른 떨림을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려 봅니다.
다시 만날 그 날까지, 안녕!
https://youtu.be/ZWyHTxKee-4?si=jd-O2sFKJzV14fL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