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한 낯선 사람에 대하여.

우연이 자주 겹치는, 같은 삶의 리듬을 타는 사람.

by 루플레아

"이상하게 편안했고,

설명하지 않아도 이해받는 기분이 들었다."


그 사람과의 첫 만남은 그런 느낌이었다.

그렇게 특별한 행동도 없었고

어떤 대단한 계기나 사건이 있었던 것도 아니다.


그런데도 자꾸 신경이 쓰이고,

자연스럽게 마음이 열린다.


처음인데 익숙한,

아무 말 안 해도 괜찮은,

불필요한 설명이 필요 없는 감정.


나는 그걸 이렇게 부르기로 했다.

"같은 리듬을 사는 사람."




1. 우연한 겹침이 반복될 때


내가 매번 운동을 하는 시간이 있다.

하지만 들쑥 날쑥 특별히 정해지지도 않았다.

그런데도 자꾸 겹치는 사람이 있다.

같은 장소에서 마주치면 차라리 익숙해지는게 이해되는데

전혀, 같은 공간에서 운동하는 사람이 아닌데도

나를 알 길이 없는 사람인데도

꼭 비슷한 시간대에 운동을 하는 편이었다.

세상 속에서 우리는 초면이자 만난 적도 없지만

다 알듯이 움직이는 흐름이 있었다.


그게 반복되다 보면 어느 순간 이런 생각이 든다.

"같은 물리적 공간을 공유하는 게 아닌데도

서로 잘 아는 사람이 아닌데도,

이렇게 비슷한 리듬을 탄다는 건

단순한 우연 이상인 것 같아.

그리고 이 사람이 더 궁금해."


그렇게 ‘겹친다’는 감각이

익숙했던 시 공간의 개념 조차

뛰어넘게 하는 새로운 카테고리에서

수상함을 탐닉하게 한다.

오랜 시간 끝에

나는 이 모든 수상함에 대하여 매듭지었다.

물질계에서는 우연, 파동계에서는 필연.



2. 같은 리듬을 산다는 건 뭘까?


그건 꼭 가까운 친구일 필요도 없고,

자주 만나는 사이일 필요도 없다.


같은 시기에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다거나,

비슷한 감정 흐름을 지나고 있다거나,

비슷한 속도로 삶을 바라보고 있는 사람.

언어가 닿기 전에 이미 감각으로 알아보는 사람.


“나랑 비슷한 주파수로 숨 쉬는 사람이구나.”라는

이 미묘한 문장이

쓰임도 익숙하지 않은 표현이

저절로 납득되어

그런 사람과 삶을 받아들였다.

이제는 참 친근하게도 느껴진다.


3. 그런 사람과 마주칠 때 드는 감정들


처음인데 이상하게 익숙한 느낌

대화하지 않아도 편안한 공기

자꾸 시선이 머무는 끌림

내가 더 자연스러워지는 느낌

‘어쩌다’ 자꾸 겹치는 우연


이 모든 건 사실

“그 사람이 내 삶의 리듬을 방해하지 않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오히려 내 안의 리듬을 부드럽게 따라오고,

어디선가 같이 울려주는 사람.




내가 가꾸던 정원에

이미 비슷한 리듬으로 자라고 있던 사람이

어느 날 슬며시 걸어 들어온 느낌.


굳이 먼저 인사하지 않아도

눈빛이나 마음의 떨림만으로

‘당신도 같이 있었구나’ 하고 알게 되는 사람.


그저 각자답게

주어진 길 안에서 빛나고 있었을 뿐인데

같은 계절, 같은 바람, 같은 햇살 속을 걷고 있었구나.


그렇게, 아무 말도 하지 않고

한걸음 떨어져 당신의 곁에서 걷는다.

말보다 먼저 도착하는 진짜 만남의 방식이었다.


서로 눈을 마주치는 진짜 순간은

기다림 없이, 조용히,

아주 정확한 순간에 온다.


그때 우리는 처음 만나는게 아니라

이제야 다시 만나게 된 인연일지도 모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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