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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기 Jan 17. 2022

워라밸과 권리를 외치는 청년들에게

뭐 꼰대 같다고? 듣고 싶은 사람만 들으세요 아니면 댓글 남기거나

  아르바이트로 간간히 주말에 일하는 곳에 새로운 파트타임 직원이 들어왔다. 일이 정말 더디고, 주변 상황 살피지 못하고, 데이터를 축적하지 못해 같은 행동을 여러 번 설명해야 하지만 따지기를 좋아하는 것 같다. 대충 어떤 상황이냐면, 전 주에 상세히 알려줬던 업무 매뉴얼대로 오픈이 되어 있지 않아 '오픈 준비 다 한 거야?'라고 물었다. 너무도 당당하게 다 했다고 한다.


  "내가 정말 아무것도 건드리지 않고 이대로 영업해도 괜찮아? 발생하는 문제들 다 네가 감당해야 돼. 괜찮겠어?"


  당연히   주에 알려줬다고 해서 완벽하게   없다는  안다. 내가 문제 삼는  너무도 지나치게 숙지를 하지 않은 것이 첫 번째, 그리고 두 번째는 피드백도 요하지 않고  완료했다고 당당하게 말하는 태도였다. 이런 업무능률이나 태도가 정말 일하는 내내  나열할  없을 정도여서 영업할 때는  친구에게 테이블 치우고 세팅하는  말고는 내가 딱히 업무지시를 하진 않는다.


  그렇게 나한테 한소리 듣고 점장님에게 쪼르르 달려가 나랑 일하면 공황장애 올 것 같다며 근무시간을 겹치지 않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점장님은 나한테 좀 친절히 해달라고 한다. 그렇게 런치 영업 끝나고 나서 점장님께서 오셔서 하는 말이, "네가 왜 이렇게 화내는지 알 것 같다."... 파트타임 급여를 16일과 말일 이렇게 한 달에 두 번 나눠서 넣어주는데 자기는 들은 적이 없다며 돈 언제 주냐며 따졌다는 것이다.





   그리고 주말에는 버스 시간이 맞지 않아 9시 출근보다 한 시간 이른 8시부터 출근해도 되는지 점장님과 협의해서 허락을 받았다. 물론 시급은 당연히 지급하는 조건이다. 하지만 8시에 출근을 해도 9시에 출근하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은 오픈 상황이어서 점장님은 원래대로 9시에 출근하라고 하자 버스 시간 안 맞는다는 어필을 다시 하며 '협의 봤는데 왜 내가 9시에 나와야 되냐'며 말도 안 되는 권리 주장을 하고 있었다.


  지금까지 10년째 일하면서 권리 주장을 강하게 하는 사람 치고 일 잘하는 사람을 본 적이 없다. 반대로 말하면 '꼭 일도 못하는 애가 권리 주장이 세다'처럼 꼰대 같은 말이 되지만 부정할 수 없다. 일을 잘하는 사람은 내가 일을 잘하는 사람으로 비치기 위해 업무효율을 높이는 데 집중하는 반면, 일을 못하는 사람은 내가 비록 일을 못하더라도 상대가 나한테 지켜줘야 하는 권리에만 집착하는 경향이 세다.


  예전에 같이 일하던 직원 중 같이 일하면서 와인에 대해 배우던 친구가 있었다. 나는 와인 수입사 영업하는 분들과 컨텍하는 일을 적극적으로 하며 와인 시음회 자리도 많이 초대받았다. 같이 와인 공부하는 그 직원에게 시음회 자리 초대받았으니 가보겠냐는 제안에 돌아온 답변이 황당했다.


  "밥 줘요?"


  ...? 글쎄 식사가 제공되는 시음회는 아닌 것 같은데..라고 하니


  "저는 밥 안주는 시음회는 안 가요."라고 했다. 나는 우선 새로운 와인이라고 하면 밥을 주던 안 주던 신경 쓰지 않고 쉬는 날에도 다 참여했었다. 사실 밥을 주고 안주 고를 생각해 본 적이 없던 것 같다. 와인 공부를 내 돈 들이지 않고 할 수 있는 정말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지만, 그 친구에게는 밥을 제공해줘야 하는 근본 없는 권리가 더 중요했나 보다. 왜 근본 없냐고 표현했냐면, 와인도 공짜로 마시는 데 밥까지 요구하는 포인트에서 근본 없다고 표현한 것이니 오해 없길 바란다.


  당시에 우리가 직원수가 굉장히 부족했었다. 그래서 나는 그 친구가 입사하기 전에 거의 2달 가까이 쉬는 날 하루도 없이 풀타임으로 근무했었지만 20대 중반에 내 자리가 확고해진다는 기대가 있었기에 내 휴무를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이렇게 근무하는 내내 내가 테이블 서비스와 영업의 퀄리티를 높이고, 카페 세션을 완벽히 운영하는 것에만 집중하고 있었다.


  그 후 그 친구가 입사했고, 그래도 일거리가 많은 건 여전했다. 그래도 정상적으로 운영해야 하니 나는 브레이크 타임에도 깨끗하게 매장을 유지하고 다음 영업을 준비했다. 어느 날 하루는 내가 걸레까지 빨아서 영업 시작 전 1층 바닥만 걸레질 한 번 부탁했지만 쉬는 시간 보장되지 않는 것에 대해 불만이 많아 걸레질하는 것을 거부했다.


  "그래 그럼 뭐 그렇게 더러운 상태로 테이블 영업하는 것에 대해 자신 있으면 청소하지 마."라고 말한 뒤 2층 1층 걸레질을 손수 했었다. 근로시간에 대해 급여를 안주는 건 아니었지만 계약서 상 휴게시간을 보장해 달라는 데 내가 뭐 어쩔 수 있나..


  그 친구는 그렇게 권리 주장만을 외치다 무단결근으로 소리 소문 없이 퇴사해버렸다. 몇 개월 후 점장님이 강남에 아는 사람의 매장에 방문했다가 그 매장에서 일하던 그 친구를 보고 무단 퇴사한 직원이었다 전하고 나왔다고 한다. 권리주장만을 외치다 외식업계에서 발 붙이기 어려운 처지가 된 것이다.





  내가 근로자로 일하며 어느 정도의 일 능률이 되기 전부터 권리를 찾으려 애쓰는 것이 정말 나한테 도움이 되는 일인지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돈을 못 받아도 내 능력을 키울 수 있는 일이라면 그 일을 하는 사람이 더 많은 성장을 이룬다는 말, 나는 이 말에 정말 많이 동의한다. 이 말을 어느 직장의 고인물들이 하는 꼰대 같은 말이 돼서 많은 청년들이 거부하는 말이지만, 나는 20대 30대에는 그렇게 성장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혹은 내가 하던 업무가 아니더라도 새로운 업무를 맡겼을 때 그것을 거부할 줄 아는 것도 미덕이라 생각하는 경우가 많지만 나는 그 의견에 반대한다. 이 말은 보통 회사 안에서 급여를 더 주지 않고 회사가 당신을 부려먹으면서 책임을 강요하는 경우를 우려해하는 말이다. 하지만 이건 그 회사 안에서 그 업무들을 이행할 수 있는 직원이 너무 과도하게 많은 업무를 강요받지 말라는 얘기지 당장 경력도 없는 신입직원이 일 가려가면서 하라는 말은 아니다.


  그리고 내가 요즘 답답하게 생각하는 것 중 하나가 '워라밸'이다. 워라밸을 지키는 것이 뭐가 그렇게 중요할까? 그렇게 매장에서 일을 마치고 집까지 돌아오는 길에 유튜버 신사임당과 드로우 앤드류의 영상을 보게 됐다. 워라밸에 관한 주제로 드로우 앤드류의 생각을 들어볼 수 있었다. 자신이 직장을 다니면서 어느 순간부터 직장에서 보내는 시간은 악한 것이라 여기며 칼퇴를 하며 집으로 귀가하는 시간을 철저히 지키고 싶었다고 한다. 그래 봤자 결국 집에 가서 하는 건 밥 먹으면서 넷플릭스를 보는 것 말고는 하는 게 없었다고 한다. 나는 원래 일을 좋아하고 일을 함으로써 활력을 얻는 사람인데 어쩌다 내가 일을 이렇게 바라보게 됐을까, 그리고 나는 워라밸을 유지하면 할수록 기묘하게도 더 불행해지는 것일까라는 의문이 들었다고 한다.


  일하는 시간과  개인 시간을 시간을 기준으로 해서 5:5 맞추는  뭐가 그렇게 중요한 걸까? 라이프의 개념에서 ‘시간’ 만족하면 되는 걸까? 라이프 안에는 휴식, 오락, 만남 있겠지만 더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가치는  성취, 자유, 성장, 개발, 성찰 등이 있다. 그리고 이것들은 워크 안에서는 아무것도   없는 것들일까? 시간이라는 기준을 두고 이 두 가지를 대립구도로 만드는 게 좋은 방향일까?


  워라밸을 중요시하는 대다수가 보통 집에 가서 뭘 할까? 자는 것, 친구들 만나서 술 한잔 하는 것, 유튜브나 넷플릭스 보다가 자는 것. 대부분 이런 것으로 시간을 보낸다. 이런 것을 위해서 정말 워크의 부분이 안정적이지 않아도 괜찮은 걸까? 그 라이프를 위해 직장에서 어떠한 미운털이 박히더라도 괜찮은 걸까? 그러다 회사에서 입지가 약해져 퇴사를 하게 돼도 그 라이프라는 부분에서 아무런 영향이 없을까?


  또 그렇다고 해서, 하루의 일정을 근로시간으로만 가득 채우는 것을 좋다고 할 수 있을까? 30살이 되면 대부분 느끼는 것이 같은 일을 5년에서 7년 정도 열심히 하면 급격히 성장하다가 어느 정도 선에서 성장이 멈추게 된다. 웬만한 것을 다 할 수 있게 됐다는 뜻이다. 그 제자리걸음을 하루 열 시간, 열두 시간씩 10년을 이어가는 것, 제자리걸음으로 하루를 무의미하게 보내는 것은 바람직한 워크의 방향일까?





  나는 주변에서 왜 쉬지 않냐는 말을 정말 수없이 듣는다. 직장을 다니고, 내 가게를 운영하고, 학원을 다니고, 주말에는 알바를 하고, 남는 시간에는 글을 쓰거나 소셜미디어를 연구한다. 이런 얘기를 하면 주변에서 '그럼 주에 7일을 일하네요...'라며 안타까운 섞인 말을 한다. 그렇지만 나는 이 모든 것을 나를 위해 쓰는 시간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워크'라는 개념으로 생각해 본 적이 없다. 그저 내가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 하는 행동이다.


  근로시간은 남의 사업에 돈만 벌어주는 것이기 때문에 나를 위해 쓰는 시간으로 여기지 않는 사람이 있지만, 나는 직장에서 내 발전을 도모할 수 없는 곳에서 절대 일하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어느 직장에서도 근로시간만큼 내가 그 직장에서 억제되어 있다는 생각을 하지 않기 때문에 그 시간도 나를 위한 시간이다. 그렇다면 나는 다른 사람들이 '워크'라 말하는 부분도 나에게는 '라이프'가 되는 것 아닐까?


  정말 중요한 건, 워크와 라이프의 밸런스가 아니라 워크와 라이프가 나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어떠한 삶의 질을 느끼게 해주는 지를 생각해봐야 한다. 나는 '어떤 워크'와 '어떤 라이프'를 지향할 것인지를 고민해봤으면 좋겠다. 그리고 내가 남에게 어떤 권리를 보장해주는지는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내 권리만을 외치는 사람들 또한 내가 어떤 상호작용을 하는 사림인지 진지하게 고민해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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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기는 와인샵과 외식지원 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창업을 하거나 영업 중 필요한 게 있다면 DM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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