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어디 가서 일 못한다고 매번 혼나는 이유, 성의가 없어서
일못러의 원흉은 생각의 나태함이다.
누가 한 말이냐구요? 제가 한 말입니다.
보통은 나태하고 게으르다는 건 행동에만 엮어서 많이 생각하는 것 같아요. 침대에 누워서 '아 이제 일어나야 하는데…'라고 생각은 하지만 몸은 움직이지 않는 경우나 소파에 앉아서 싱크대에 쌓인 설거지는 째려보는데 엉덩이는 그대로 소파에 붙어있는 경우, 뭐 이런 경우들이 행동의 나태함이라고 해야 할까요.
하지만 제가 가장 위험하게 보는 나태함은 생각의 나태함이에요. 제가 말하는 생각의 나태함이란 행동은 계속적으로 하고 있지만 생각하는 것이 귀찮아 비효율적인 움직임을 보이거나 아니면 생각하는 것이 귀찮아 행동까지도 멈춰버린 현상을 말해요.
일할 때 이런 모습을 옆에서 보고 있으면 정말 속이 터집니다. 어떠한 작업을 하는 데 생각을 먼저 하고 작업에 손을 대면 더 빠르고 편한 작업을 할 수 있지만 그 생각 자체가 귀찮아 그냥 잡히는 대로 일하는 사람도 꽤나 많습니다. 일머리가 없다는 걸 이럴 때 쓰는 것 같습니다.
간단한 예로 바에서 음료를 만드는 업무를 맡길 때, 혹은 주방에서 조리를 하는 일을 맡길 때 일머리가 좋고 나쁨은 여러 초점에서 볼 수 있습니다.
첫째로 음식이 나오는 속도를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초반에는 그럭저럭 정상적인 시간 안에 음식이나 음료가 제공됩니다. 하지만 시간이 가면 갈수록 음식을 제공하는 속도가 점점 늦어지죠. 그런데 가만 보면 움직이는 건 그 업장에서 그 누구보다 젤 바빠 보입니다. 몸이 쉴 틈이 없어요. 그 레스토랑의 업무는 자기 혼자 다하는 것 같습니다.
두 번째로 오더가 끝난 후에 그 작업대를 보면 알 수 있습니다. 20 30개의 테이블의 오더가 끝나고 작업대를 보면 오더가 많았음에도 깔끔한 작업대를 만드는 직원이 있는 반면 10개 주문도 받지 않았음에도 그 작업대를 초토화로 만들어 놓는 직원이 있습니다.
이런 결과가 만들어지는 이유는 일하는 동안 생각을 멈추고 일하느냐 아니냐에서 차이를 만듭니다. 작업대를 초토화 만들고 제공 속도가 늦는 직원은 '생각을 멈춘 채' 일하는 겁니다. 생각을 하면서 일하고 싶지 않다는 나태함이죠. 그 나태함에 생각을 멈추는 겁니다. 음... 뭐 생각을 하긴 하겠죠. 음료나 음식의 레시피가 뭔지 정도는 기억해야 하니까 기억 회로를 돌리는 머리는 쓰겠죠.
하지만 내 몸이 원활하게 작업에 맞게 움직이려면 그 레시피대로 음료와 음식을 만드는 동시에 그 재료와 작업도구의 위치와 내 움직임의 동선을 매 초마다 고려하며 움직여야 작업이 굉장히 편해지며 내 작업 퀄리티가 월등히 올라갑니다. 그리고 자기가 얼마나 덜 움직일 수 있는지도 알게 됩니다. 그리고 그렇게 덜 움직이는 동안 또 다른 걸 할 수 있는 여유도 생기죠. 귀찮아서 그냥 대충 했다가 나중에 더 큰 봉변당하는 경우 다들 해보셨을 거예요.
한 가지 다른 예가 떠오르네요. 한 직원이 열심히 테이블을 치우고 있었습니다. 그 와중에 종이 울립니다. 고객에게 제공해야 할 음식이 다 만들어졌다는 뜻입니다. 그 직원은 그 음식을 가지러 가기 위해 주방으로 가야 합니다. 그리고 치우던 테이블의 접시도 주방으로 가져다줘야 합니다. 그렇다면 손에 있던 그릇을 그대로 가지고 주방에 가서 놓고 그 음식을 가지고 나오면 됩니다.
하지만 이 직원은 종소리를 듣자마자 손에 있던 그릇을 후드득 테이블에 다시 놓더니 주방으로 갑니다. 마치 파블로프의 개처럼... 이 행동 역시 생각의 나태함에서 나온 결과입니다.
몇 년을 일해도 일의 퀄리티가 늘지 않는 사람들의 원인은 생각의 나태함이라 저는 규정하고 있습니다. 내 움직임과 동선과 도구의 위치를 생각하는 것이 귀찮기 때문에 늘 작업능력이 늘지 않는 겁니다. 더 가관인 건 생각이 나태해짐으로써 몸의 움직임이 많아지는 그들은 자신이 그 조직 안에서 가장 바쁘다고 투덜거리거나 상황이 극에 달하면 스트레스를 이기지 못하고 폭발하기까지 하죠. 음식은 안 나오는데 정신은 없고 내가 제일 바쁜 거 같은데 나한테만 닦달하는 것 같아 세상 제일 서러워하죠. 본인에 대해 주제파악을 하지 못하는 것도 생각의 나태함에서 나옵니다. 제가 제일 같이 일하기 싫은 타입입니다. 이런 걸 다른 말로 '성의가 없다'라고 합니다.
아래 직원이 이럴 때도 피곤하지만 상사가 그런 사람이라면 어떨까요? 다시 생각해보니까 뒷골이 다시 아프네요.
제가 겪은 이야기를 한 가지 들려드릴게요. 제가 일하던 레스토랑은 매장의 운영시간이 상당히 긴 매장이었습니다. 쇼핑몰 안에 있는 매장이라 11시에는 무조건 오픈을 해야 하고 수제 맥주를 파는 펍 위주의 레스토랑이라 밤 12시까지 운영을 하다 보니 직원들의 근로시간도 꽤나 긴 매장이었습니다. 그래서 쉬는 시간을 만들어 연장으로 근로하는 것을 줄어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직원들 불만이 꽤 많았거든요. 그렇지만 저는 브레이크 타임을 만들어 오더 시간을 줄이고 싶진 않았습니다. 매장 매출이 떨어지는 것이 눈에 보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출퇴근 시간을 1시간 단위로 차이를 주면서 쉬는 시간을 돌아가면서 1시간씩 쉬는 걸로 하면 되겠다 생각했습니다.
그 이야기를 내뱉자 주방 관리자(나이 47세)는 고객이 있는 홀에서 소리를 질렀습니다. "네가 하라는 대로 다 했좌놔!!!" 라면서 요. 뭘 다 해줬다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주방 관리자는 그 타임 관리를 하고 싶지 않았을 겁니다. 생각이 나태하니까요. 그리고 이것에 대해 불만이 있다면 관리자는 대화를 통해 합의를 봐야 하는 문제를 생각이 나태하기 때문에 소리를 지른 겁니다.
안 잘렸냐고요? 네 그 인사권한이 있는 사람도 그 자리에 앉아서 소리를 지르는 모습을 같이 봤지만 자르지 않았습니다. 그런 몰상식한 사람을 자르고 다른 관리자를 뽑아야 하는 생각을 하고 싶지 않은 겁니다. 그래서 그 사람도 생각이 나태한 사람인 겁니다.
상사나 아니면 같은 관리자 위치에서 이런 사람들이 많으면 정말 피곤합니다.
지금까지 이야기를 들으시면서 그저 '저 사람이 그냥 멍청한 거 아니야?' '그냥 무식한 거 아니야?'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습니다. 네 맞아요. 무식하고 몰상식한 행동을 한 거죠. 저는 그걸 생각의 나태함이 만들어 낸 결과라 이야기하고 싶은 겁니다.
단적으로 한 작업대에서 초토화를 만들 정도의 나태함을 꾸준히 가지는 사람이 다른 부분에서는 많은 생각을 할까요? 저는 기초적인 지능이 개인마다 엄청나게 큰 차이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살면서, 일하면서, 누군가와 관계를 가지면서 나태함을 버리고 얼마나 생각을 열심히 하냐에 따라 그 사람의 인성, 직무능력의 퀄리티, 올바른 상식의 깊이를 가질 수 있다고 믿습니다. 그리고 생각을 끊임없이 하는 사람은 생각하는 습관이 생기고 우리의 능력은 점점 가속도를 붙여 만들어 나갈 겁니다.
사실 생각해보면 학교 다닐 때 공부를 잘하는 아이들은 늘 꾸준히 생각을 하는 아이들이었어요. 단순히 문제집을 붙잡고 있는 노력이 아니라 생각을 멈추지 않으려는 노력을 하는 아이들이었을 거예요.
저도 아직은 모든 순간순간 생각을 성실히 하고 있진 못하고 있어요. 귀찮아서 생각을 멈추고 행동하다 사고가 나면 늘 후회하죠. '아 저 때 좀만 더 생각해서 움직이면 일이 이 정도는 안 밀릴 텐데...', '아 그냥 손에서 놓고 집었으면 떨어뜨리지 않았을 텐데..' 하면서요. 일잘러 일못러가 별게 아닙니다. 다른 누군가와 같이 일한다는 것을 잊지 말고 업무의 연계를 꾸준히 생각하며 업무가 나로 인해 지체되거나 마비되지 않게 하는 것입니다. 관심을 가지고 생각을 부지런히 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다른 말로 하면 '성의 있게'라고 표현할 수 있겠네요.
즉흥적으로 어떤 업무에 뛰어들어도 일을 잘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그 사람이 그렇게 보였다면 그 사람은 쉴 틈 없이 생각하는 능력이 뛰어난 것이지 몸의 본능으로 움직이는 것이 아닙니다.
생각이 나태한 사람이 되지 말자는 다짐과 교훈을 담으며 오늘이 글 마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