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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기 Feb 20. 2022

잘못된 친절과 배려, 내 상품을 망치는 위험한 요소

고객에게 베푸는 친절과 배려보다 내 상품에 대한 존중이 먼저입니다.

  서비스업에서 고객의 만족과 감동을 위해서 배려를 베푸는  아주 좋은 업무 태도입니다. 하지만 친절과 배려보다 더 중요한 게 있습니다.


내 상품의 가치


   상품가치의 존중이 먼저입니다. 고객에게 친절하고 요구를 웬만하면 들어주는 게 맞지만 양보하지 말아야 하는 것이 있습니다. 고객에게 친절해야 한다는 생각에  행동이  상품의 가치를 떨어뜨리는 행위인지 모르고, 너무도 열심히 행하는 경우가 있어요.


  오늘은 제가 경험한 예시를 보면서 과도한 배려 혹은 챙김이 어떤 건지, 그리고 정말 고객의 만족을 가져올 수 있는 배려가 어떤 건지를 살펴보려고 합니다.


  제가 일했던 다이닝에 가까운 캐주얼 레스토랑에 매니저로 근무하던 상사가 있었습니다. 표면적으로 굉장히 서비스를 잘하는 것 같지만 상품의 가치를 무시하는 서비스를 하던 사람이었어요. 레스토랑에서 판매하는 상품은 음식과 와인이 있겠죠. 레스토랑에서 제일 중요한 상품은 음식입니다. 그리고 그 상품은 셰프의 의사가 가장 많이 반영되어 있죠.


  서양 음식을 먹어보면 짜다는 생각을 많이 하실 거예요. 그나마 한국은 조금 덜한 편인데 해외여행하셨던 분들은 아실 거예요, 음식이 얼마나 짠지.. 그 매장도 음식을 싱겁게 만드는 곳은 아니었어요. 그건 그 셰프가 이 음식은 이 정도의 간이 이 음식을 가장 맛있게 먹을 수 있는 간이라는 셰프의 판단입니다. 정말 말도 안 될 정도로 만들지 않는 이상 그 매장의 근로자는 셰프와 회사의 의견을 따라야 합니다.







  하지만 그 매니저는 주문을 받을 때마다 고객이 먼저 묻지도 않았는데, 본인이 먼저 물어보는 게 있었어요. "고객님 평소에 음식의 간을 약하게 드실까요오~?" 그럼 대부분 안 짜게 먹는다고 하겠죠. 극단적으로 싱겁게 먹는 사람은 진짜 드물어요. 그리고 그런 사람들은 외식을 잘하지 않습니다. 주문을 찍는 포스POS에 '간 약하게'라는 주문이 있었습니다. 간을 약하게 해 달라는 요청은 특별한 요청으로 취급됩니다. 하지만 그 매니저가 주문받은 테이블 중 90%가 '간 약하게'라는 주문이 찍혀있습니다.


  '간 약하게'라는 주문을 남발하게 되면 결국 고객들은 적절한 간을 갖춘 음식을 먹어보지도 못하고 매장의 음식을 판단하게 됩니다. 이게 별일 아닌 것 같지만 외식업에서 음식이란 그 업장 아이덴티티의 대부분 아닌가요. 이런 행동은 그 매장의 정체성과 방향성을 잃게 만드는 정말 위험한 행동입니다.


  그 매니저는 테이스팅을 했을 때, '개인적으로' 짜다는 생각에 이런 질문을 고객에게 남발하고 다녔던 겁니다. 그리고 부하직원들에게 매번 '간 약하게' 드실 건지 물어보라며 매뉴얼처럼 얘기했습니다. '개인적으로' 음식이 짜다고 느꼈다는 이유로. '개인적으로'짜다 느꼈으면 그 개인만 '간 약하게' 음식을 해달라 요청하세요. 근로자 중 한 명인 본인 입맛대로 음식을 만드는 곳이 아니라는 점을 아셔야 합니다.


  근로자가 이런 실수를 저지르는 경우가 간혹 있는데, 이런 행동의 기조는 ‘내가 이 사업주와 셰프보다 나은 판단을 하는 사람’이라는 생각에서 발생하는 사고입니다. 이런 작은 잘못된 판단을 방치하면 매장이 콘셉트를 잡아가는 데 큰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음식에 대한 결정권을 가진 사람의 의견과 결정을 존중하는 것, 상품을 존중하는 것이 서비스맨의 기본 자질입니다. 근로자로서 의견을 낼 순 있겠죠. 하지만 어떠한 안건에 대해 결정이 되면 서비스맨은 그 가치를 고객에게 전달하는 것이 역할입니다. 결정권자의 결정으로만 따라야 하는 이유는 그 결정에 대한 책임과 리스크 모두 그 결정권자가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 가치가 맞지 않아서 나는 이 상품을 팔 수 없다고 생각하신다면 그 업장에서 본인이 떠나는 게 맞습니다. 본인이 설사 사업주와 셰프보다도 나은 판단을 하는 사람이라 해도 결정권을 가지지 않았다면 행동으로 옮기지 마세요.


  그럼 서비스인으로서 어떤 친절과 배려를 고객에게 베풀어야 할까요. 상품의 가치를 마음대로 판단하지 않는 선이라면 뭐든 괜찮습니다. 필요한 것을 고객이 요청하기 전에 먼저 챙겨주는 행동을 반복한다면 좋은 배려와 친절이 될 수 있습니다.





  배려를 잘하는 방법은 어렵지 않아요. 쉽게 챙겨줄 수 있는 걸 여러 번 해주면 돼요. 그러기 위해서 가장 필요한 건 관찰입니다. 그 테이블을 방문할 때도 테이블을 전체적으로 다 스캔해주고, 당장 할 일이 없으면 매장 전체적으로 스캔해주는 겁니다. 테이블을 스캔하면 정리해드려야 할 것과 더 제공해드려야 할 것이 보일 겁니다. 정리할 게 있으면 깨끗한 상태에서 드실 수 있게 식사 방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 후다닥 정리해주고, 누군가 두리번거리면 뭐가 필요한지 빠르게 파악하고 손 들기 전에 챙겨주고, 일어나서 두리번두리번 거리는 여성분이 있으면 가까이서 작은 목소리로 화장실 안내해주고, 옷에 뭔가 흘린 것 같으면 물티슈 슥 테이블에 올려놓고, 맥주잔이나 와인잔이 비어 있으면 더 하실 건지 미리 여쭙고, 엄마 아빠가 아이 때문에 식사가 어려워 보이면 아이랑 잠깐 같이 놀아주고..


  이런 것들을 반복하는 게 올바른 친절과 배려입니다. 상품에 대한 개입만 없다면 어떤 것이든 좋습니다. 여러 번 시도해보면서 고객이 어떤 행동을 좋아하는지 혹은 부담스러워하는지 데이터를 축적하며 고객이 감동을 느낄만한 친절과 배려를 반복해보세요.


  20대 중후반의 커플이 온 적이 있었습니다. 맥주 두 잔 시켜서 1시간 반 동안 앉아있었습니다, 아무 말도 없이. 누가 봐도 커플인데.. 오랜만에 오지랖 한번 부려보고 싶어서 고심 끝에 테이블에 가서 아무 말 없이 비어진 술잔을 정리하고 따뜻한 홍차를 드렸어요. 조마조마했습니다. 내가 괜히 둘 사이를 더 악화시키는 건 아닐까. 하지만 다행히 몇 분 후에 남자분이 먼저 여자분에게 대화를 시도했어요. 잘 풀렸는지 어땠는지 모르겠어요. 그래도 저는 안심했던 게 그 남자분이 매장에서 나갈 때 저에게 따로 와서 '정말 고맙다' 인사해주셨습니다.





  “술보다는 따뜻한 게 더 필요할 것 같았어요.”


  관계 개선에 도움을 드렸는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대화를 할 수 있게 해줘야 할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제가 바라던 대로 그 두 사람은 말문을 열고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오늘의 요점은 콘셉트를 망치고 정체성을 방해하는 배려는 정말 위험하다는 점입니다. 위 그 매니저의 사례는 결국 자기만족을 위한 행위밖에 되지 않습니다. 업장의 아이덴티티와 콘셉트보다 자기 자신만을 고객에게 뽐내기 위한 행동밖에 되지 않습니다.


  좀 더 관찰하고 깊은 고심을 해서 정말 고객에게 만족을 줄 수 있는 배려를 배웁시다. 그러면 여러분의 매장은 더 많은 진성 단골로 채워지게 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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