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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기 Aug 15. 2021

서비스의 경계는 어디까지 인가?

당연히 받아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당연히 주지 않아도 되는 것들

  우리가 어느 매장에서 어떤 상품을 구매할 땐 그에 해당하는 원가와 직원들의 인건비, 부가세, 그 매장의 월세, 관리비 등 여러 요소들을 고려하여 결정됩니다. 물론 이 각각의 요소들은 최저의 가격선을 결정지을 뿐이지 단지 이만큼만 받겠다 라는 기준은 아니니 오해하시면 안됩니다. 수요와 공급에 따라 최소한보다 더 많은 돈을 받기도 하고 아니면 딱 최소한만 받고 장사하겠다 라는 소신을 가지고 가격을 결정하는 건 그 사업자의 선택입니다.  


  여기서 굳이 더 다룰 내용은 아니라서 더 이야기 하진 않을게요. 제가 오늘 말하고 싶은 건 직원들의 인건비 부분입니다. 이 인건비 안에는 어떤 게 들어 있다고 생각하세요? 모든 서비스의 비용이 다 여기 들어가 있는 건 아닙니다. 하지만 인건비와 서비스퀄리티는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습니다. 저는 외식업이 제 주업이었기 때문에 외식업으로 대입해볼게요.  


  아주머니 혼자서 운영하는 분식집이나 일반 밥집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물은 셀프', 음식 가격이 저렴한 대신 웬만한 건 다 셀프로 고객이 직접 가져가야 하고 가끔은 다 먹은 식기도 직접 가져다 줘야하는 가게들은 인건비가 음식가격에 최소한으로 포함되는 대신에 그 빠진 인건비 만큼 근로를 고객과 같이 나누죠.  


  반대로 한사람 당 22만원짜리 스시오마카세 같은 경우는 어떻죠? 쉐프 한명이 4명에서 6명 정도까지만 고객을 응대하며 스시를 쥐어주죠. 더 많이 상대하지 않습니다. 더 받게 되면 그만큼 서비스퀄리티가 떨어지기 때문에 무리하게 받지 않습니다. 쉐프의 대면 서비스만 있는 게 아니죠. 고객 예약부터 입장 할 때 안내해주는 행위, 코트를 받아서 걸어주는 봉사, 차를 따라주고 뒤에서 주류와 중간중간 코바치와 사이드메뉴를 가져다 주고 빈접시가 생기면 테이블이 어지럽지 않게 끊임없이 접시를 정리해주는 홀 직원도 있고, 스시 외의 다른 음식을 조리하는 뒷주방 직원들까지 있죠.  


  저는 그렇게 길게 일해본 건 아니지만 외식업 전반적으로 다 일을 해봤습니다. 롯데리아, 아웃백, 파파이스, 한식백반배달집, 스시야, 다이닝레스토랑, 뷔페, 호텔 연회장, 삼겹살집, 카페, 수제맥주집, 와인바 등 다양한 곳에서 일해보고 다양한 서비스를 직접 경험했습니다. 그리고 각각의 서비스 종류에 대해 이해해보고 그리고 결론적으로 이런 서비스 가치에 따라 비용을 결정하기가 참 힘들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서비스와 고객만족 혹은 영업의 선을 확실히 해야겠다'라는 저 만의 선을 가지고 있습니다.


  고객과 판매자의 관계는 돈을 주고 상품을 받는 관계, 그리고 서비스라는 건 그 관계에서 돈을 받고 상품을 건네주는 행위를 말합니다. 물론 서비스를 전공하는 사람들은 제 말에 얼마나 공감할진 모르겠지만 제가 보는 기준은 이정도입니다. 그 외의 행위는 영업의 요소에요. 서비스업에서 우리가 공부하고 배우는 요소들은 대부분 영업의 요소입니다. 고객만족 그걸 넘어선 고객감동을 주려는 이유는 그것으로 인해 더 많은 고객을 유치하기 위한 것이죠. 이 기준 없이 서비스를 하면 도를 지나치는 행위를 해서 오히려 손해를 만들고 상품의 가치를 떨어트리거나 서비스가 기준미달이라 더 화를 부른 경우가 생겨요.  



  그럼 이제 외식업 기준으로 제가 생각하는 서비스와 영업의 선을 말씀드릴게요. 


*메뉴판 가져다 주는 것 - 서비스

*주문 받는 것 - 서비스

*음식 가져다 주는 것 - 서비스

*음료 가져다 주는 것 - 서비스

*결제 받는 것 - 서비스

*다음 고객이 쾌적하게 앉을 수 있게 테이블을 깨끗하게 닦고 정리하는 것 - 서비스

*화장실, 입출구 등의 시설안내 - 서비스

*전화응대 - 서비스

*화장실을 청결히 유지하는 것 - 서비스  


  이런 것들은 어떠한 형태로라도 당연히 고객에게 제공해야하는 서비스죠. 저는 이런 것들을 서비스라고 말해요. 그래서 저는 이런 행태에 '도와드릴게요.' 라는 말 붙이는 걸 싫어해요. 주문 받는 건 당연히 해야하는 서비스이기 때문에 "주문 도와드릴게요."라고 하면 안된다 생각해요. "주문 도와드릴게요 결제 도와드릴게요"가 아니라 "주문하시겠어요?", "결제하시겠어요?"가 저는 더 좋은 어감이라 봅니다.


*메뉴 추천해주기 - 영업

*시음, 시식 - 영업

*식후 커피 - 영업

*메뉴판 예쁘게 만들기 - 영업

*밝게 인사하며 출입문 열어주기 - 영업

*식사가 맛있었는지 여쭙기 - 영업

*퇴점하는 고객에게 다음에 또 뵙겠습니다 라며 인사하기 - 영업

*웨이팅 리스트 관리 - 영업

*양 낭낭하게 많이 해주기 - 영업

*예약 - 서비스?? 영업??

*식수제공 - 이건 어느 국가이냐에 따라 다르겠죠. 사실 이제 우리나라도 생수를 구입해서 마셔야 하느 곳들이 점차 생기고 있습니다.


  필수적으로 하지 않아도 되는 것들은 다 영업이라고 보시면 돼요. 그럼 저 영업의 요소는 '안해도 되는 거니까 무시해라?'라는 말이 아닙니다. 매장이 잘되려면 저 영업의 요소들을 잘 살려야죠. 제가 하고자 하는 말은 저렇게 구분을 확실히 한 후에 메뉴얼을 만들고 직원 교육을 해야한다는 뜻이에요. 그리고 발전시켜야죠. 영업의 요소를 어떻게 하면 매장 운영에 차질없이 고객에게 더 만족감을 감동을 드릴 수 있을까, 서비스 영역에 있는 요소들에도 어떤 영업요소를 결합시켜 더 유쾌한 매장을 만들 수 있을까, 이런 것들을 고민해야죠. 


  그리고 컴플레인 시에 영업의 요소로 발생한 컴플레인이 있다면 적당히 응대하고 무시하셔도 돼요. 우리 매장은 고객에게 이정도의 응대는 반드시 하겠다 약속하지 않은 이상 '영업요소의 컴플레인은 우리가 반드시 고객에게 하지 않아도 되는 것들입니다.' 라는 말을 해도 돼요. 물론 고객에게 하는 어투나 단어선택은 적당히 잘 선택해서 하셔야겠죠. 


   음 실 예를 한가지 들어보자면,


  이건 정말 비상식적인 컴플레인이었는데, 식후 커피.. 아직 서울에선 못봤어요 식후 커피가 없다고 컴플레인 거는 사람들. 아주머니 손님들은 커피에 진짜 민감해요. 식사 후에 커피를 주는 지 안주는 지, 그리고 여러 잔 리필이 되는지 이런 것들에 굉장히 민감한데, 그렇다고 해서 제공하지 않는 집에 대놓고 항의하거나 하진 않지만 그 여부에 따라서 재방문을 심히 고려하시는 분들이에요. 그리고 몇몇 분들은 여기가 카페가 아님에도 그저 이야기 할 공간이 필요해서 음식 달랑 하나 시켜서 커피만 리필 받으려는 분들도 있어요. 


  6년 전쯤 대전에 있는 한 레스토랑에서 일할 때에요. 당시에 저희 매장은 디너에는 커피를 제공하지 않고 런치에만 한 잔 씩 제공해줬어요. 점심에 식사를 마친 아주머니 3명이 커피 달라고 하셔서 한잔 씩 드리고 더 달라고 하길래 안된다 했더니 이럽니다. "이 동네에서 커피 안주면 장사 못해." 아니 원두는 우리도 어디서 공짜로 얻어옵니까? 하다못해 인스턴트 가루커피를 쓴다고해도 그게 싸지 않아요. 커피 안준다고 컴플레인 하신 고객들이 상당히 많은 것에 놀랐어요. 옆에 카페도 많은데 거기 가면 되지 왜 업장의 사장님들 돈을 자신들이 마실 카페인을 채워줘야 한다고 생각하는지 모르겠어요. 근데 막상 이렇게 얘기는 못하니까 "주변에 카페들이 많아서 저희가 커피를 무료로 드리면 다른 매장에 예의는 아닌 것 같아요." 라고 얘기하면 뭔 오지랖이라면서 항의하시죠.

  물론 자신들이 다니던 레스토랑이라는 개념에서는 모두 커피를 제공했기 때문에 그렇겠죠. 시대는 변했습니다. 레스토랑도 코스로 제공하는 서비스만 있는 게 아니라 캐주얼 스타일이나 비스트로, 파인다이닝, 패밀리 레스토랑, 피제리아, 오마카세 등 다양한 형태로 존재한다는 걸 인지하지 못하는 거죠. 하긴 예전에는 돈까스를 먹더라도 스프, 샐러드, 메인, 후식 순으로 서비스 하는 게 일반적이었으니까.



  결론은 판매자 소비자 모두 당연히 받아야 하는 서비스의 영역과 영업의 영역을 이해했으면 하고, 이런 문제로는 더이상 컴플레인이 생기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영업의 조건에 따라 그 매장이 더 성장하고 고객의 재방문을 늘리는 건 맞지만 그렇다고 해서 고객들이 스스로 그 영업의 요소 안에 있는 것들을 제공받지 못했다는 이유로 매장에서 갑질이나 진상짓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영업의 요소들은 소비자가 당연히 누려야 하는 권리가 아니라 업체의 선택입니다. 


  더 성숙한 소비문화를 바라며 오늘의 제 이야기는 마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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