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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기 Jun 04. 2021

김치를 먹지 않던 아이가 자라면 벌어지는 일

아이가 하면 편식 성인이 하면 취향 존중

  어릴 때 편식을 하던 나의 기억을 떠올려보았다. 사실 추억이라기보다는 '수치'에 가까운 기억이다.


  이야기를 하기 전에, 김치는 과연 건강한 음식일까?라는 질문에 한국인들은 대부분 좋은 음식이라고 하겠지. 내 나이까지의 사람들은 그렇게 세뇌되어 왔을 것이다. 하지만 현재 김치는 건강에 마냥 좋은 음식이 아니라는 이야기들이 매체에 올라오면서 나에게 위로가 되고 있다.

  김치가 발효하면서 어느 기간까지는 몸에 좋은 유산균이 폭발적으로 늘어나지만 또 어느 기간이 지나면 점점 소멸되어 김치는 단순히 소금에 절인 섬유질일 뿐이다. 그리고 유산균이 많은 때라고 하더라도 그 유산균을 섭취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나트륨을 먹어야 하는지를 생각하면 건강에 마냥 좋은 음식이 아닐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이 이야기로 위로를 받는 31살의 나, 어릴 적 나는 편식이 어마 무시하게 심했다. 아삭 거리는 식감은 대부분 먹질 않았다. 소금에 절여진 채소는 더더욱 싫어했었고, 라면 건더기 수프도 안 먹을 정도로 채소를 심하게 편식해왔다. 어떤 트라우마로 인해 편식이 심해졌는지는 모른다. 그리고 아삭 거리는 식감이 내 입안에서 펴질 때 나는 심한 구역질을 해오며 더더욱 트라우마가 생긴 듯하다.

  그런 모습을 입이 험한 우리 아버지는 나에게 '장애인 새끼'라는 말로 서슴없이 상처를 주었고, 학교에서 선생님들은 김치를 먹지 않는 나를 식판 앞에 앉혀두고  먹을 때까지 집에 보내질 않았다. 김치  조각이 뭐라고 내가 이렇게 비참해질까 싶었다. 다른 아이들은 책상을 책을 펴놓고 수업들을  나는 식판을 앞에 두고 김치 냄새를 수업시간 내내 맡아야 했다. 같은 반 친구들은 책가방 싸서 집에    앞에 앉아 있는 기분은 정말 처참하다. 그게 초등학생이 느껴야  감정일까...


  하지만 30살이 된 지금 시대에 나를 그렇게 힘들게 하고 비참하게 만들던 김치가 건강의 대명사의 이름을 벗을 때가 될 때 내 마음속 한편에서 무언가가 속 시원히 내려가는 기분이었다.


  별거 아니라고 말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 누군가는 그 별거 아닌 일에 20년을 상처로 기억될 정도로 아팠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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