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하면 편식 성인이 하면 취향 존중
어릴 때 편식을 하던 나의 기억을 떠올려보았다. 사실 추억이라기보다는 '수치'에 가까운 기억이다.
이야기를 하기 전에, 김치는 과연 건강한 음식일까?라는 질문에 한국인들은 대부분 좋은 음식이라고 하겠지. 내 나이까지의 사람들은 그렇게 세뇌되어 왔을 것이다. 하지만 현재 김치는 건강에 마냥 좋은 음식이 아니라는 이야기들이 매체에 올라오면서 나에게 위로가 되고 있다.
김치가 발효하면서 어느 기간까지는 몸에 좋은 유산균이 폭발적으로 늘어나지만 또 어느 기간이 지나면 점점 소멸되어 김치는 단순히 소금에 절인 섬유질일 뿐이다. 그리고 유산균이 많은 때라고 하더라도 그 유산균을 섭취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나트륨을 먹어야 하는지를 생각하면 건강에 마냥 좋은 음식이 아닐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그리고 다른 얘기지만 유산균을 아무리 먹어도 우리 몸에 별 효과가 없다는 게 요즘 학계에 계신 분들의 이야기입니다.
이 이야기로 위로를 받는 31살의 나, 어릴 적 나는 편식이 어마 무시하게 심했다. 아삭 거리는 식감은 대부분 먹질 않았다. 소금에 절여진 채소는 더더욱 싫어했었고, 라면 건더기 수프도 안 먹을 정도로 채소를 심하게 편식해왔다. 어떤 트라우마로 인해 편식이 심해졌는지는 모른다. 그리고 아삭 거리는 식감이 내 입안에서 펴질 때 나는 심한 구역질을 해오며 더더욱 트라우마가 생긴 듯하다.
그런 모습을 입이 험한 우리 아버지는 나에게 '장애인 새끼'라는 말로 서슴없이 상처를 주었고, 학교에서 선생님들은 김치를 먹지 않는 나를 식판 앞에 앉혀두고 다 먹을 때까지 집에 보내질 않았다. 김치 한 조각이 뭐라고 내가 이렇게 비참해질까 싶었다. 다른 아이들은 책상을 책을 펴놓고 수업들을 때 나는 식판을 앞에 두고 김치 냄새를 수업시간 내내 맡아야 했다. 같은 반 친구들은 책가방 싸서 집에 갈 때 그 앞에 앉아 있는 기분은 정말 처참하다. 그게 초등학생이 느껴야 할 감정일까...
하지만 30살이 된 지금 시대에 나를 그렇게 힘들게 하고 비참하게 만들던 김치가 건강의 대명사의 이름을 벗을 때가 될 때 내 마음속 한편에서 무언가가 속 시원히 내려가는 기분이었다.
별거 아니라고 말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 누군가는 그 별거 아닌 일에 20년을 상처로 기억될 정도로 아팠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