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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이첼 Aug 06. 2024

(T)성향 엄마가 아이들과 소통하는 방법

여자엄마하나와남자아이셋의 네번째이야기

한때는 지역을 두고 사람들을 구분할 때가 있었다.

충청도 사람은 어떻고, 경상도 사람은 어떻고 전라도 사람은 어떻고.

그러더니 어느날은 혈액형으로 성향을 나눈다.

요즘에는 MBTI나 에니어그램의 결과를 가지고 와서 사람들의 성격과 특성을 구분 짓는다.     

나는 인천에서 난 A형의 여자이며, MBTI는 ESTJ

에니어그램은 7번으로 1번과 5번의 날개 유형을 가지고 있다.


이쯤 하면 이글을 보는 성격유형에 관심 있는 사람들은 나를 만나지 않아도 내가 어떤 사람인 걸 알까?     

“넌 A형 같지 않아. O형 아니야?”

“네가 J라고? P 같은데?”

이처럼 주변 사람 중에 본인이 알고 있는 모든 지식을 종합해서 나를 맞추려고 하지만 그다지 신빙성은 없다.

그러나 공통으로 하는 이야기들이 있다.

“너 T지?”

MBTI의 성격유형에서 “T”의 부분은 사고형을 뜻한다.

진실과 사실에 주 관심을 두는 편이며, 논리적 분석적 객관적 판단을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풀이 되어 있다.

내가 과연 그런 사람인가를 생각해 보면 그런 면도 있고, 아닌 면도 있지만, 아이들을 키우면서 대화했던 내용을 돌아보면 일부 인정되는 부분이 있다.    

 

둘째아이 초등학교 때 일이다. 학교를 다녀와서는 아주 심각한 얼굴을 하고 친구들이 바보라고 놀렸다는 것이다.

내가 아들에게 해주었던 말은     

T 성향의 엄마 : “친구가 널 보고 바보라고 그러면 너 바보 되는 거야?”

F 성향 아들 : “아니요”

T 성향의 엄마 :“그러면 돼지라고 하면 너 돼지야?”

F 성향 아들 : “아니요”

T 성향의 엄마 : “그런데 뭐가 문제야? 넌 그냥 엄마 아들 넌 데”

F 성향 아들 : “기분이 나쁘잖아요.”

T 성향의 엄마 : “그 친구는 그냥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을 한 거야. 아마 다른 친구들도 너의 기분이랑 상관없이 그냥 하고 싶은 말을 할 거야. 사람들이 모두 너한테 기분 좋은 말만 해주지 않아.”

라고, 대화했던 기억이 있다.     


또 한번은 큰아이와의 대화이다.

정리를 못 하고 자신의 물건을 잘 잃어버리는 아들이 야단을 맞는 중이었다.

화가 났는지 본인이 생각하는 엄마의 약점이라고 생각하는 부분을 이야기한 것이다.     

사춘기 아들 : “엄마가 우리 마음 알아요?“

 ”엄마 아빠 이혼하시고 우리들이 어땠을 것 같아요?“     

T 성향의 엄마 : ”…. 엄마는 솔직히 네 마음 잘 몰라. 우리 엄마·아빠는 이혼 안 했거든.“

사춘기아들 :”…..“.

게임을 하던 F성향의 둘째아들이 엎드린 채로 대수롭지 않게 대꾸하듯이 한마디 한다.

 ”맞네! 엄마가 우리 마음을 어떻게 알아. 할머니 할아버지는 사이가 좋으신데.“

막내아들은 눈치보다 피식 웃음이 터졌다.

이렇게 이날의 대화는 신파극이 아닌 시트콤으로 마무리되었다.  

   

그때 난 ”엄마가 우리 마음 알아요?”라는 말을 듣는 순간

눈물이 왈칵 나올 뻔했다.

가슴이 찢어진다는 것이 이럴 때 쓰는 표현인가 보다.

하지만 그 자리에서 드라마의 한 장면처럼 아이를 부둥켜안고 미안하다고 하면서 울거나 주저앉아버리면 그 말을 한 사춘기 아이는 평생 나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 것이다.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 생각했고 솔직하기로 했던 것이다.     


이런 대화가 오가고 세 명의 아이를 불러놓고 나의 진심을 고백했다.

”엄마는 솔직히 너희들 마음 잘 몰라. 이런 상황을 만든 건 정말 미안하게 생각해.”라고 시작을 하면서 최대한 거짓 없이 솔직하게 나의 감정과 상황, 지금 내가 하는 걱정을 털어놓았다.

아이들도 각자의 생각, 걱정되는 부분, 우리가 바라는 가족의 모습 등. 7살짜리 막내 녀석도 꽤 진지하게 서로의 생각을 나누는 자리였다.    

 

나는 아이들의 보호자이지만 그들을 큰 사람으로서 존중해 주고 싶다.

공감만이 아이들의 마음을 위로해 주고 소통을 잘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사실을 사실대로 받아들이고 일어나지도 않는 일을 상상하면서 나에게 도움이 되는 생각이 아닌 나쁜 생각으로 시간을 보내는 것도 바라지 않는다.

사람들이 어떻게 나를 평가하는가에 흔들리지 않고 스스로 즐길 수 있는 사람이 되길 바란다.

     

어제는 반에서 회장이 되었다며 현관 문 열면서부터 뛰어 들어오는 막내아들이랑 손을 맞잡고 소리 지르며 빙글빙글 돌았다.

신나서 삼겹살파티도 했다.     

T 성향의 엄마도 신나면 누구보다 감정이 폭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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