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이상한 혀 가게

사탕도, 초콜릿도 아닌 혀를 파는 가게가 있다면?

by 루이나탐정 Jan 22. 2025

프롤로그

여기는  미래동 골목시장. 그 좁디좁은 골목길에 있는 한 가게. 그곳에서 한 남자가 나온다. 검은색 망토에 빨간색 손톱, 뾰족한 송곳니, 정성스럽게 빗어 넘긴 짙은 보라색 머리, 안은 빨간색의 부드러운 천으로 뒤덮인 검은색 부츠까지. 그렇다. 남자는 뱀파이어였다. 뱀파이어가 중얼거렸다. “내일은 드디어 가게를 여는 날이군… 과연 손님을 얻을 수 있을까?”라고 말하면서 그는 입꼬리를 올렸다. 그 날카로운 웃음소리는  한밤중의 미래동 골목시장에 울려 퍼지며 조용한 미래동 마을의 허공을 갈랐다.                 

                                                                                                                         제1장                                        

11살 지원이에게 고민이 생겼다. 바로 상황에 따라 울지  못하는 거다. 2달 전 할아버지의 장례식에서도 울지 않았다. 그래서 울려고 하면 안 울게 되고 웃으려고 하면 울게 되는 악순환이 생겨버렸다. 그래서 지금은 무표정으로 지내고 있다. “한 번이라도 타이밍에 맞춰서 울고 웃으면 좋겠는데….” 그때 엄마가 불쑥 끼어들며 말했다. “그럴 말을 할 시간에 문제집을 한 장이라도 더 풀지! 그리고 너 오늘 논술 학원 가야 되잖아. “ ”몇 시에 가는데요? “ 지원이가 그걸 이제야 알았다는듯한  표정으로 물었다. ”엄마가 못마땅한 얼굴로 지원이를 노려보며 쏘아붙였다. “10분 뒤니까 1시 20분에 나가면 돼.” “네…..” 지원이는 고개를 푹 숙이며 말했다. 10분 뒤 지원이는 학원 가방을 메고 집을 나섰다. 그녀는 길을 가다 신호등 앞에 멈춰 서며 불만이 잔뜩 들어간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쳇, 왜 어른들은 다 자기 자식이 공부를 잘하길 원하는 거냐고…“ 그때 지원이의 눈에 골목길이 들어왔다. 지원이는 생각했다. ‘저 길로 가면 더 빨리 갈 수 있을 거야.‘ 하지만 그 생각과 달리 그녀는 골목길 중간에 멈춰 서서 한 가게의 간판을 올려다봤다. 그 가게의 간판에는 이렇게 쓰여 있었다.

지원이는 마음속으로 피식 웃음을 터뜨리며 생각했다. ”뱀파이어의 혀 가게?! 푸훗, 무슨 놀이공원에 있는 프로그램도 아니고. 아니 그리고 혀를 판다니. 그런 말도 안 되는 게 어딨 어. “ 그때 갑자기 가게 안에서 부스럭 소리가 났다. 지원이가 가게 안으로 들어가 보니 한 남자가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그 남자는 지원이를 보더니 퉁명스럽게 말했다. “아직 개업 안 했는데 무슨 일로 온 거냐?” 그러자 지원이가 당황한 듯 말했다. “아, 여기 가게 간판을 봤는데 진짜 혀를 파는 가게가 맞나요? “ 그러자 그 남자는 눈이 커지더니 기쁨이 잔뜩 들어간 목소리로 말했다. ”그렇고말고! 여기는 손님의 고민을 들어주는 혀 가게거든!” 지원이는 그 말을 듣고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물어보았다. “그, 그럼 상황에 따라 하는 되는 혀도 있나요?” ”당연한 말씀! 그 혀가 바로 ‘울게 하는 혀’ 야. 오늘 막 나온 따끈따끈한 신제품인데, 샘플로 먹어볼래?” “네에?! 혀, 혀를 먹는다고요?!” “응. 지금 가져올게!”라는 말을 남기고 남자는 사라졌다. 10분 후, 남자가 파란색 색깔의 혀를 쟁반에 받쳐 음료수와 함께 들고 나왔다. 혀는 접시에 담겨있었는데, 접시의 무늬는 끔찍하게도 길쭉한 송곳니에서 피를 뚝뚝 흘리는 뱀파이어의 모습이었다. 그걸 본 지원이는 입맛이 싹 없어졌지만 꾹 참고 혀 샘플을 조심스럽게 입으로 가져갔다. “으, 으악!!” 지원이의 입에서 괴상한 비명 소리가 흘러나왔다. 혀 샘플은 접시의 무늬를 보았을 때보다 더 기분이 안 좋은 맛이었다. 혀는 엄청나게 짰다.  바닷물을 한가득 컵에 담아 마시면 이런 기분이겠구나 하고 다인이는 생각했다. 젤리랑 생김새가 비슷해서 달 줄 알았더니 말도 안 되게 짰다. 그녀는 혀가 오그라드는 짠맛을 느끼며 온 힘을 다해 차가운 보리차가 담긴 컵을 잡아 그대로 단숨에 들이켰다. 그 순간 파도가 모래사장에 있는 돌멩이를 집어삼키듯 시원하고 구수한 보리차라는 파도가 짠맛이라는 아주 큰 돌멩이를 집어삼켰다. 짠맛이 사라지자 지원이는 후유, 하고 참았던 숨을 내뱉었다. 그 순간 또 다른 효과가 지원이에게 덮쳐왔다. 갑자기 심장이 두근대더니 눈에 눈물이 고여왔다. 투둑, 툭, 투두둑. 눈물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뱀파이어, 아니 남자는 질색이라는 듯한 표정을 보이며 지원이에게 붉은색에 검은 레이스 장식이 달린 손수건을 건넸다. 눈물을 닦자 지원이는 바로 소리치듯 말했다. “ 이 혀, 살게요! 얼마예요?” “너의 피.” “네 에엑?!” 지원이는 벌린 입을 다물지 못했다.

                             

“응, 너의 피. 뱀파이어들은 피를 아주 목숨 같게 여기지!! 킬킬킬킬킬!!!!!!!” 뱀파이어가 큰 소리로 웃었다. -다음화에 계속-

작가의 이전글 김밥 5형제

브런치 로그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