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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이제 Jul 31. 2021

잃어버린 5개월

어제 에버노트에 로그인을 하고 새로고침을 눌렀는데 업데이트가 안 되길래 뭐야? 이거 시스템이 마비됐나? 하면서 F5키만 무한 반복해서 눌렀다. 그런데... 마지막 노트를 쓴 날은 기술적으로도 그리고 현실적으로도 2월 26일이었고 그 사실엔 변함이 없었다. 최종 업로드로부터 무려 5개월이 지나버렸다. 5개월이라는 시간 동안 내게는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5개월 간 개인적 삶은 잠시 멈춰 있었다. 회사에서 장기 연수를 받았기 때문이다. 그동안 좋은 변화도 있었고 나쁜 변화도 있었다. 나는 홀로 있는 시간이 매우 중요한 사람인데, 우선 혼자 있는 법을 잊어버렸다. 매 순간 곁에 사람이 있었고 사색은 사치였다. 육체적 건강은 좋아졌을지언정 정신건강이 너무 나빠졌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부터라도 돌보지 않으면 내 삶은 영영 그릇된 방향으로 샐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들었다. 


우선 좋아하는 작가들의 책부터 다시 더듬더듬 읽고 있다. 좋은 영화들도 한 두 편씩 보는 중이다. 내가 좋아했던 문장들을 기억해내고 아름답다고 생각했던 장면들을 찾아내고 있다. 미감을 잃어버린 나에게 책과 영화보다 더 좋은 매체는 없다. 내게 현실은 9 to 6가 아니라 그 이후에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제 내겐 퇴근이라는 것이 있기 때문에, 퇴근 후의 내 삶이 진짜이고 그 진짜를 위해 겨우겨우 낮시간을 버텨낼 수 있다. 


다시 충만한 나로 돌아오자. 지난날 압제에 눌려 결핍과 불안에 휩싸였던 나를 벗어던져야 한다. 나는 나로서 온전하게 서있을 수 있는 사람이니까. 이제부터 다시 나를 예뻐해 주기. 나로 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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