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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성미 Dec 26. 2023

엄마 만나러 가는 길에 받은 선물

요 며칠 동안 정말 겨울이라는 단어가 말해주듯 쌀쌀했습니다. 외출할 때는 장롱에 고이 넣어놨던 목도리를 꺼내고 모자를 쓰고 장갑까지 꼭 챙겨서 완전 무장을 하고 나갔습니다.


지난 한 주 토, 일, 월은 저에게는 참 고마운 날들이었습니다. 병원 중환자실에 누워있는 엄마를 연속해서 볼 수 있는 날이었어요. 평일에는 변명하자면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면회시간을 맞출 수가 없었습니다. 


면회시간은 오전 11~12, 오후 7~8시 1일 2회 각 15분입니다.

24일 7시 면회를 위해서 집을 나서는 데 눈이 많이 내리고 있었습니다. 집 앞 정류소까지 꾹꾹 발에 힘주면서 걸었습니다. 그동안 차가운 날씨에 바닥이 얼어붙어서 미끄러웠습니다. 눈길에 넘어지면 그야말로 골로 가는 거지요.


버스정류장에 도착해서 눈을 탈탈 터는데 한 70대 정도의 아줌마가 저한테 물어보시는 겁니다.

"여기 ㅇㅇ 고등학교 가려고 하는데 버스가 오나요?"

......

저도 늘 가는 길만 알지 잘 모르는 상황이라 일단 폰을 꺼내서 검색을 했지요. 찾아보니 직접 가는 버스는 없고 환승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 버스안내표지판에도 없었습니다. 잘 알려드린 것 같아 내심 흡족해하며 폰을 주머니에 넣는 순간 그분의 혼잣말이 들렸어요.


"이렇게 추운 날 돌아가시면 안 되는데. 자식들 고생시키고..."

"......"

저는 솔깃해서 그분께 말을 걸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대화가 시작되었는데 그분 역시 요양병원에 계신 노모를 만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더라고요. 저도 그렇고 그분도 그렇고 둘 다 친정엄마가 위독한 상황에서 오고 가는 대화는 그야말로 위로가 되었습니다. 


24일 눈 오는 어스름한 밤에 버스정류장에서 나누는 이름 모를 딸들의 대화는 서로의 아픈 심정을 나누기에 참 고마운 순간이었습니다. 


엄마를 만나러 가는 길에 위안을 주려고 하늘에서 보내준 선물.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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