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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성미 Jan 13. 2024

엄마 잘 가.

요새 날씨가 유난히 흐립니다. 어느 날은 미세먼지로 뿌옇고 조금 그것이 사라진 다하면 눈이 올 듯 비가 올 듯 날씨도 갈팡질팡합니다. 마치 제 마음과도 같습니다. 색깔도 뿌옇고 회색빛이 감도는 것이 일이 손에 잡히지 않습니다. 


책상 위에 스마트폰이 울립니다. ㅇㅇ요양원. 


"ㅇㅇㅇ따님이시죠?"

"네."

"어머니 심박수가 떨어지고 산소포화도 수치도 기준 아래로 떨어지고 있어요. 지금 오실 수 있나요?"

"네에~"


이러한 내용의 전화를 최근 2주 동안 여러 번 받았습니다. 그때마다 '마지막이 될 수 있겠구나.' 하고 달려갔습니다. 새벽에도 다녀왔는데 왠지 지금의 전화는 느낌이 쎄~~ 합니다.


걸어가기에는 좀 멀고 버스를 타고 가기에는 기다려야 합니다. 기다리다가 그 잠깐의 시간을 영영 놓칠 수가 있다는 생각에 택시를 잡았습니다.


몇 년 전 시아버지가 돌아가실 때도 병원에서 제일 먼저 전화를 받은 사람은 저였습니다. 하지만 그때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습니다. 늘 병원에서는 이런저런 상태를 얘기하느라 전화를 한 것이라고 가볍게 생각을 한 것이지요. 서두르지 않았습니다. 이 일 저 일하다 천천히 병원에 도착했는데 그런데 이미 아버님은 임종을 한 후였지요. 


그때 너무나도 놀랐고 저의 행동에 대해 죄책감에 시달렸습니다. 그러다 고해성사를 하고 신부님이 들려주신 한마디에 위로받을 수 있었습니다.

"그때는 아무도 알 수 없습니다." 


요양원에 도착하자마자 특별실로 안내되었습니다. 임종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었지요. 모든 주삿바늘은 뺀 상태. 주삿바늘을 꽂을 때가 없어서 목의 혈관에다 심을 심고 수액을 맞앚던 자리에는 테이프가 붙여져 있었습니다. 엄마 입에는 산소마스크가 씌워져 있고 가뿐 숨을 쉬고 있었습니다. 온몸은 퉁퉁부어서 붕어빵처럼 부어있습니다. 그 모습이 얼마나 고통스럽고 애처로운지 눈물이 하염없이 흘렀습니다.


의식이 없고 숨만 붙어있을지라도 귀는 열려있다고 하기에 엄마 귀에 대고 흐느끼며 얘기했습니다.

"엄마, 사랑해. 정말 사랑해~~. 나 키우느라 정말 고생했고 잘 키워줘서 고마워.....

그리고 


엄마 너무너무 미안해. 미안해~~........ 


한평생 사느라 정말 수고했어. 무지무지 애썼어. 그 고생한 거 하늘에서 다 알아주실 거야...... 


하늘에서 오명옥 젬마 참 잘 살았다. 할 거야. 


하늘에서 아빠가 엄마 기다리고 있잖아.... 


엄마~~~~.... 


나중에 만나......


잘~~ 가.... 잘~~ 가...... "


하염없이 울면서 엄마 볼에다 연신 입을 맞추고 쓰다듬고 또 쓰다듬었습니다. 


그러는 가운데 엄마는 숨을 멈추었습니다. 2024년 1월 11일 오후 2시 48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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