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에 누워있는 엄마를 보러 가는 길이었습니다. 저녁 7시쯤. 주위는 온통 미세먼지로 뿌옇고 어두워서 마치 제 마음 같았지요. 버스에서 내려서 병원을 가기 위해 횡단보도 앞에 섰습니다.
바로 앞에 두 사람이 서 있습니다. 한 사람은 10대로 보이는 여자아이인데 수면바지를 입고 케이크를 들고 있었습니다. 다른 사람은 중년의 키 작은 여인. 계란 4판 묶은 것을 들고 있었어요.
전 생각했습니다.
'요새 계란을 저렇게 많이 먹는 집도 있네. 애들이 많은가 보네.'
그런데, 그 10대 여자아이가 중년의 여인 볼에 연신 뽀뽀를 하면서 말합니다.
"엄마, 너무 사랑해."
"너무너무, 사랑해."
그러자 중년의 여인은 목에 걸고 있던 자신의 목도리를 풀어서 그 아이에게 묶어주면서
"왜, 이렇게 얇게 입고 나왔어?"
하는 거예요.
신호가 바뀌자 그 모녀는 팔짱을 끼고 빠른 걸음으로 걸어갔습니다.
임종을 앞두고 있는 엄마를 만나러 가는 길에 만난 횡단보도에서의 엄마와 딸.
그들로 인해 갑자기 옛 기억이 생각났습니다.
중학교 시절 학교 갔다 오면 엄마가 집에 '개떡'이라고 하는 간식을 만들어 놓았었어요. 지금 생각해 보니 바로 쑥으로 만들어 놓은 떡이었는데 왜 이름을 '개떡'이라고 했는지 모르겠어요. 아마도 볼품없고 색깔이 시커무리해서 지어진 이름 같습니다.
그런데 그 떡이 보기와는 다르게 정말 맛있었습니다. 지금도 잊지 못하는 맛이에요.
엄마가 만들어 놓은 그 '개떡'을 맛있게 먹고 있노라면 엄마가 하는 말
"그렇게 맛있니?"
"응, 엄마가 만든 것은 다 맛있어."
"으이그~"
하면서 엄마는 내 볼을 잡으며 좋아라 하셨던 모습이 생각났습니다.
피식 웃으며 병원실 입구에 도착해 중환자실이 있는 엘리베이터 층을 눌렀습니다. 또박또박 걸으면서 생각했습니다.
'엄마를 만나면 들려줘야지.'
"엄마, 엄마가 만들어 준 '개떡'이 정말 맛있었어. 엄마 고마워요. 그리고 사랑해요."
저는 엄마귀에 대고 이렇게 속삭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