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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성미 Jan 02. 2024

엄마를 만날 수 있는 시간 15분

오후 1시~2시, 7시~8시 사이에 15분씩이 유일하게 엄마를 만날 수 있는 시간입니다. 저의 엄마는 지금 중환자실에 누워계십니다. 나이는 87세. 우리나라 평균 기대수명이 남자는 79.9세, 여자는 85.6세인 것을 가늠하면 엄마는 이미 그 나이를 지났으니 잘 사신 거겠지요.


하지만 딸인 제가 보는 저의 엄마 인생살이는 그리 잘 살지 못했습니다. 행복했던 순간보다는 힘들고 아프고 슬픔이 더 많았던 삶이었습니다. 그 슬픈 인생의 삶들이 너무 애달파서 누워있는 엄마의 모습을 보고는 하염없이 눈물만 흘립니다.


전 제 시대에 맞지 않게 무남독녀 외동딸입니다. 저의 친구들은 거의 대부분 3명 이상의 형제자매가 있지요. 학창 시절 친구들의 집에 놀러 가면 늘 동생이나 언니, 오빠들이 복작복작대는 모습이 참 신기했습니다. 어떨 때는 특히 형제들끼리 또는 자매끼리 언니, 오빠, 동생이랑 싸우는 모습을 볼 때면 어린 나이에도 제 형편이 너무 좋게 느껴졌습니다. 모든 것이 제 것이었기에 싸울 일이 없었거든요.

하지만 점점 성장하면서 혼자라는 것이 너무 외롭고 힘들었습니다. 특히 부모님이 아플 때는 더더욱 말이지요. 누구랑 함께 의논할 사람이 없었기에 암담한 적이 참 많았습니다. 지금은 제 나이 인생 중반에 있다 보니 어느 정도 단련은 되어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임종을 앞둔 엄마를 볼 때는 가슴이 미어지고 아픕니다.


제 인생에서 이렇게 엄마만을 생각하며 슬퍼하고 기도하고 울부짖는 시간은 없었습니다. 핑계를 대자면 저도 제 인생 살기가 버겁고 힘들었거든요. 그런데 엄마와의 이별이 가까워지고 있는 이즈음에, 엄마의 사진을 보면서 전 펑펑 울었습니다. 돌이켜보니 엄마와 함께 한 시간이 어렸을 적 외에는 성인이 되어 결혼을 한 후에는 거의 없었기 때문입니다. 전 참으로 못된 딸이었습니다.


이제야 압니다. 엄마의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요. 엄마와의 15분의 만남을 위해 전 왕복 2시간을 달립니다. 늦었지만 더 늦지 않기 위해서 말입니다. 오로지 엄마와의 시간 속으로 들어가려 합니다. 제가 훗날 더 아프지 않기 위해서 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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