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의 온도를 배우다
교실은 언제나 변화하는 감정의 온도를 지닌 작은 세상입니다. 어느 날 점심시간이 끝나갈 무렵, 교실 문 앞에서 아이들 사이의 작은 다툼이 들려왔습니다. 문틈으로 살짝 들여다본 교실 안은 겉보기와 달리 여러 감정이 얽혀 있는 복잡한 상황이었습니다.
그날의 시작은 인우가 짝꿍 소민이의 그림을 보고 “못 그렸네!”라고 한 말에서 비롯됐습니다. 인우에겐 별것 아니었을 장난이었지만, 소민이에게는 깊은 상처가 되었습니다. 말로 표현하지 못하는 소민이의 침묵은 감정을 다루는 데 서툰 아이들의 흔한 모습이기도 했습니다.
그 상황을 지켜보던 정훈이는 교실 뒤편에서 퍼즐을 맞추고 있던 세진이에게 갑자기 “너 못생겼다!”라고 소리를 질렀습니다. 얼핏 뜬금없던 그 말은 사실 정훈이가 품고 있던 속상한 감정의 엉뚱한 표출이었습니다. 점심시간에 1학년 동생과 놀다가 인우에게 오해를 받아 혼이 났던 일이 떠오르자, 그 화를 세진에게 돌린 것이었죠.
세진이는 평소 정훈이의 놀림에 익숙했지만, 이날만큼은 참지 못하고 맞서려 했습니다. “왜 그래, 너야말로!”라며 목소리를 높였고, 분위기는 금세 험악해졌습니다. 그 모습을 본 인우가 나섰습니다. “왜 세진이를 놀려? 너 세진이에게 사과해.” 인우의 말은 옳았지만, 정훈이 마음속엔 아직 응어리가 남아 있었습니다. “너도 나한테 함부로 말했잖아! 사과도 안 했으면서!” 그러자 인우도 기분이 상해 두 사람의 갈등은 꼬리를 물며 이어졌습니다.
아이들의 이야기를 조용히 들어보니, 말 한마디에서 시작된 갈등이 서로의 감정 속에 켜켜이 쌓여 있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인우의 말처럼 가볍게 던진 장난이라도, 소민이에게는 큰 상처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아이들은 이제 배워야 했습니다. 친구의 감정을 헤아리는 것, 장난과 배려 사이의 균형을 맞추는 법은 아이들이 성장하며 꼭 익혀야 할 중요한 부분입니다.
정훈이에게는 속상했던 감정을 엉뚱한 방향으로 표출한 것이 왜 잘못인지, 그리고 그런 감정은 당사자에게 솔직하게 표현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려 주었습니다. 인우 역시 자신이 정훈이를 오해했던 점을 되짚고 사과하는 과정을 거쳤습니다.
결국 인우는 소민에게 진심으로 사과했고, 정훈이는 “앞으로 그런 말 안 했으면 좋겠어.”라는 세진의 조용한 외침에 고개를 끄덕이며 사과를 전했습니다. 아이들은 모두 각자의 감정을 조금씩 더 명확히 인식하고, 서로에게 말로 표현하는 방법을 배웠습니다.
교실은 아이들이 만들어가는 작은 우주입니다. 작은 충돌과 오해, 상처와 사과, 그리고 조금씩 나아지는 관계들. 말 한마디가 상처가 되기도 하고, 용서의 씨앗이 되기도 합니다. 갈등은 피할 수 없는 일이지만, 그 안에서 아이들은 감정을 나누고, 서로를 조금씩 더 이해해 나갑니다. 교사는 그 과정을 곁에서 지켜보며, 때로는 다정한 거울처럼 아이들의 감정을 비치고, 때로는 다리처럼 서로를 이어주기도 합니다.
감정의 온도가 오르고 내리는 교실 속에서 아이들은 관계를 배우고 성장합니다. 말의 무게를 배우고, 표현의 방법을 익히며, 우리는 매일 서로 온도를 맞춰가며 함께 자라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