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퇴근 시간에 누가 찾아오면 마음이 바빠진다.

마음먹기 나름이다

by 나비

퇴근 시간에 누가 찾아오면 마음이 바빠진다.

그렇다고 티를 낼 수도 없다.


오늘은 약속이라도 한 듯, 선생님 두 분이 퇴근 10분을 남기고 교대로 찾아왔다.

첫 번째 선생님은 10월에 있을 체험학습 이야기를 하러 왔다.


속으로는 ‘굳이 지금, 이렇게까지 빨리 의논할 필요가 있을까?’ 싶었지만, 말은 삼키고 고개만 끄덕였다. 날짜와 요일, 활동 상황을 확인했다.


시계는 내 뒤에 있어 확인할 길은 없는데 마음만 바빠졌다. 오늘은 관사로 갈 거냐고 묻길래, 요즘은 아이 때문에 집으로 출퇴근한다고 하니 “많이 피곤하시겠다, 어서 챙기고 퇴근하세요”라며 자리를 떴다.


그제야 정리하려 일어서는데, 옆반 선생님이 들어왔다.
시간표 조정을 위해 요일을 확인해야 한단다.


순간 뇌정지가 왔다. ‘지금 나가야 하는데…’ 하는 마음과 ‘선생님의 말을 놓치면 안 된다’는 마음이 부딪쳤다. 그러다 보니 2학기에 진행될 외부 수업 과목을 어디에 적용했는지 잊어버린 것이다.


부랴부랴 학교교육계획서를 펼쳐 간신히 교과를 확인하고 요일을 정할 즈음,

다시 중복된 요일에 농부학교 시간이 있다는 걸 둘 다 확인하고서 다시 멘붕이 왔다. 일을 추진하는 선생님 입장에서는 이런 상황이 제일 곤혹스럽다는 걸 알기에 나는 정신을 집중해 해결책을 찾으려고 머리를 굴렸다.


6학년과 내가 맡은 5학년 수업이 겹치지 않는 범위에서 다른 요일을 찾다가 간신히 교담 시간을 옮기는 방법을 발견했다. 선생님도 그제야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선생님이 나간 뒤 시계를 보니, 이미 퇴근 시간은 20분이 지나 있었다.


'아이고, 이제 차 밀리는 시간에 도착하겠군.'


퇴근이야 좀 늦게 가면 어떻겠는가. 칼퇴근을 해도 도로 상황에 따라 더 늦게 들어가는 경우는 허다하다.

그런데도 신기했다. 평소라면 막혔을 길이, 오늘은 오히려 수월하게 뚫려 있었다.


인생사 역시 그렇다.


지금은 막힌 듯 답답해도,


돌아보면 뜻밖에 길이 열려 있는 법이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