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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많이 외로워서 그랬을 거야!

이제야 알겠어. 우리가 함께 건너온 시간들은 참 아름다웠던 것 같아.

by 나비

오랜만에 친구가 전화를 했다. 대학교 때 만나 지금까지 연락하고 있다. 곧 서로 안부를 주고받았고, 아이들 소식을 물었다. 그러다 우리가 함께 보낸 대학시절 이야기를 꺼냈다.

"생각해 보니까, 내가 너하고만 다녔던 것 같아. 난 친구 사귀는 걸 엄청 힘들어했었어."

"나도 그랬지. 과 애들이 너 참 좋아했었어. 넌 기억 못 하겠지만."

"진짜? 난...... 기억 안 난다. 대학을 어떻게 다녔나 몰라. 졸업한 것도 다행이었지. 그리고 그 애한테 왜 그렇게 집착하고 힘들어했을까?"


같은 동아리 아일 근 2년간 쫓아다녔던 기억이 떠올랐다. 처음엔 동아리 친구로 지내다 어느 날 사랑이 확 불타올라 불나방처럼 그 아이 주변을 헤집고 다녔었다. 지금 생각하니, 당시 그 앤 얼마나 내가 무서웠을까? 스토커 수준이었던 것 같은데...... 크크크

"아마...... 네가 많이 외로워서 그랬을 거야......"


친구의 말에 순간 마음 한구석이 저려왔다. 너도 알고 있었구나!

난생처음 낯선 지역에서 혼자 대학을 다니는 게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엄마와 단 둘이 살아온 나로선 그때가 바로 새가 알껍질을 깨고 나온 시기였다. 거대한 스노볼 안에 밀려 들어간 거북이처럼 딱딱한 껍질 속에 외로움을 숨기고 사느라 많이 지쳤었던 것 같다. 나를 제외한 다른 사람들은 왜 그렇게 여유 있게 대학생활을 잘하는 것 같이 보였을까? 그래서 더욱 나를 감추는 데만 급급했던 것 같다.


'넌 참 목석같은 애야!'


대학 2학년때였던가? 과선배가 고백후 했었던 말인데 여전히 기억하고 있는 걸 보면 당시 꽤 충격적이었나 보다. 목석이라...... 나무와 돌이라는 뜻인데, 지금 생각해 보면 당시 내가 어떤 애였는 지 한마디로 정의를 잘한 것 같다.


참 이상했다. 늘 과거를 생각할 때면 후회가 밀려왔고, 그 후회는 지난날을 잊고 싶게 만들었다. 그런데 오늘 친구가 해 준 말 덕분에 다른 관점에서 과거를 생각하게 됐다. 겉으론 용감하고 잘나고 씩씩한 척 굴었던 것 같았고 늘 남 앞에 선 당당했던 것 같았는데, 그 친구는 한없이 나약하고 외로웠던 날것 그대로의 내 모습을 바라봐주었던 거다.


신기하게도 마치 그때로 돌아가 위로를 건네받은 느낌이 들어 마음이 편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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