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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찾아온 반려식물

괜찮아, 인연이야

by 나비

방학날 아이들이 모두 간 뒤 교실 정리를 하려고 주변을 기웃거리다 발견한 개운죽. 그전부터 자기 물건들을 하나씩 챙겨서 집에 가져가라고 일러두었지만, 아이들은 저마다 제각각이라 어떤 아이는 그날 바로 가져가고, 어떤 아이는 마지막날까지 가져가지 않는다. 그래서 따로 모아두었다가 다음 학기 때 연락을 해서 가져가라고도 한다.

하지만, 이번에는 상황이 정말 달랐다. 겨울방학 동안 학교 석면 공사로 인해 교실 전체를 리모델링을 한다고 했다. 그래서 홀로 외롭게 구석진 곳에 방치된 개운죽을 조심스럽게 집으로 가져왔다. 이름을 써 놓으라고 했는데,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게 중요한 건 아니다. 이제 내가 가져왔으니, 잘 키워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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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책에서 읽었는데, 반려동물이 있듯이 반려식물도 있다고 한다. 참, 반려돌도 있다. 예전 학교에서 아이들과 운동장에서 돌멩이를 주워와 깨끗하게 씻어서 예쁘게 색칠을 했던 기억이 생각난다. 그런 다음 돌에게 이름을 지어주고 집까지 만들어 주었다. 아이들은 정말 살아있는 생명체를 대하듯 쉬는 시간마다 반려돌을 쳐다보며 이야기를 했다. 그 모습이 얼마나 예뻤던지, 지금도 생생하다.

작은 방 책꽂이 위에 올려 둔 개운죽을 오고 가며 본다. 제법 싹이 길게 자라나서 볼 때마다 느낌이 새롭다. 이렇게 작은 식물이 자신보다 몇 배나 큰 인간을 집사로 두고 있으니 얼마나 뿌듯할까 하는 생각도 든다. 개운죽 잎이 점점 위로 길어 나니 유리병도 큰 걸로 바꿔야겠다.

이토록 작은 줄기에서 자신보다 더 기다란 잎을 만들어 내는 게 참 신기하다. 자신의 능력을 모두 발휘하는 개운죽을 보니 갑자기 나는 어떠한가?라는 의문이 든다. 무슨 일이든 시작하기에 앞서 겁부터 내고, 이게 맞나? 잘할 수 있을까? 라며 자꾸 움추러들었던 모습들이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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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운죽이 내 마음을 눈치챘는지 용기를 내라고 하는 것 같다. 개운죽은 개운죽답게 열심히 자라고 있으니, 나도 나답게 내가 좋아하는 일에 도전을 계속 해야지. 혈관처럼 쭉쭉 뻗어가는 개운죽의 뿌리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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