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쓰는 용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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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한다!

갑자기

by 책그림 Feb 12. 2025

바람이 창문을 흔들고 지나간다. 

흔들린 창문은 소리를 낸다. 

그 소리를 들으며 나는 추위를 피할 수 있음에 감사한다. 

추위를 피할 수 있는 방을 가진 아파트에 살고 있고 

그에 합당한 비용을 지불할 돈을 벌 수 있음에 감사한다.

돈을 벌 수 있을 만큼의 건강을 되찾음에 감사한다.

한때는 불청객인 암을 두려워하며 절망에 빠졌고 

그런 나를 옆에서 지켜보며 용기를 준 남편에게 감사한다.

남편은 한 때의 불행으로 직장을 잃었지만

꿋꿋하게 새로운 직장을 구해 하루하루 자신의 빚을 갚아가고 있음에 감사한다.

저녁에 나가 화물차를 운전하고 새우잠을 잔 후 아침에 들어와 잠시 쉬었다가

다시 오후 1시에 나갔다가 오후 2시에 들어와 점심을 먹고 부족한 잠을 잔 후 다시 저녁 7시에 나가는 삶을 살고 있는 남편에게 감사한다.

방학을 이용해 오후 2시에 남편을 데리러 가고 다시 저녁 7시에 데려다주는 일을 매일 하고 있는 나에게도 감사한다.

올해도 가고 싶어 했던 스키장을 포기한 막내에게 감사한다.

학원비가 비싸다며 인강을 들으며 공부하고 있는 막내에게 또 감사한다.

작년보다 올해가 더 나아지길 바라며 오늘도 배달음식을 시키지 않고 냉장고에 있는 반찬으로 저녁을 만든 나에게 감사한다.

가스비를 절약하기 위해 적정온도를 최대한 낮추는 것에 동의한 남편과 막내에게 감사한다. 

6년 전 입양한 고양이를 잘 키우고 있는 막내에게 감사한다.

설거지하는 걸 노동으로 생각하지 않고 명상의 일종으로 상상하는 나에게 감사한다.

읽을 책이 많은 것에 감사한다.

다양한 책을 쓰는 작가들이 많음에 감사한다.

책을 읽을 수 있게 도와주는 내 낡은 안경에 감사한다.

안경이라도 써야 보이지만 지금까지 잘 버텨준 눈에 감사한다.

눈을 담고 있는 내 몸에 감사한다.

이렇게 글을 쓸 수 있는 움직임에 감사한다.

글을 쓸 수 있는 방이 있음에 감사한다.

여전히 바람소리는 살벌하지만 그 소리를 들을 수 있음에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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