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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과 국수

맛집 발견

by 나비

“우리 시장에 가서 잔치국수 먹고 들어가요.”

화요일 오후 남편을 데리러 갔다가 출출해서 은근슬쩍 점심을 먹고 들어가자고 나는 웃으며 말했다.

“오늘 장이 서는 날인가? 잠깐만 확인하고.”

그랬다. 남편은 용의주도했다. 나는 즉흥적인 비형이었고, 남편은 계획적인 오형이었다. 나는 살짝 긴장했다. 뭘 저렇게까지 확인을 할까! 하고. 시장인데 매일 열지 않을까? 매일 열려야 하는데......

“그 아래 시장 있잖아요. 가끔 가서 먹었던 곳이요.”

가격 대비 음식 맛에 깊이가 있고 특히 김치가 일품이라 한 달에 한 번 정도 가서 먹는 곳이다.

남편은 오래간만에 뜨끈한 국수나 먹고 들어가자며 운전대를 잡았다. 차를 끌고 나온 사람은 나였지만, 남편과 있을 때는 항상 운전대를 남편에게 맡긴다. 이유는 그냥 운전하기가 싫다. 남편이 가끔 조수석에 앉아 이래라저래라 간섭을 많이 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여전히 나를 미덥지 않아 하는 구석이 있다. 운전 경력이 20년이 되어가지만, 이상하게 남편의 잔소리는 여전하다. 자신이 보기에 늘 내 운전 실력은 어린애같이 보이는지 좀 더 밟아라, 멈춰라, 아직 신호가 바뀌지 않았다 등등 입을 다물지 않는다. 그래서 어느 순간 남편이 조수석에 앉아 있으면 스트레스로 다가온다. 하긴 나도 마찬가지긴 하다. 옆에 앉아서 놀라는 경우도 많아 옆에 차가 가까이 오면 소리를 지르기도 해서 운전하다 깜짝 놀랐다고 버럭 소리를 지르는 남편도 사실 나 못지않을 것이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 동안 시장 근처에 도착했고, 국숫집을 지나는 데 살짝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곁눈질로 보니 식당 안이 캄캄한 것이다. 혹시 쉬는 시간인가? 하는 생각에 시계를 보니 2시 10분이었다. 브레이크타임은 아니었다.

“잠깐 주차하고 있어요. 식당이 좀 어두워서 문을 열었나 확인하고 올 테니.”

차에서 식당까지 그리 멀지 않은 거리를 걸어가면서 제발 문이 닫혀있지 않기를 속으로 빌었다.

-매주 화요일은 쉽니다!

아! 그렇구나. 오늘이 쉬는 날이었구나. 이럴 때 남편은 분명 화를 낼 터인데, 어떡하나. 걱정하며 차로 향했다.

“오늘 휴무요. 화요일마다 휴무라는데요.”

“그래? 그럼, 다른 식당에서 먹자.”

의외로 남편의 표정이 괜찮았다.

‘어, 오늘 좋은 일 있었나! 평소처럼 잔소리를 안 하네?’

다행히 남편은 차를 천천히 움직이며 이리저리 먹을 만한 식당을 찾았다. 국수를 먹고 싶다고 했으니, 다른 국숫집을 찾았고 근처 칼국숫집을 발견했다. 주차 공간이 넉넉하지 않아 마침 차 한 대가 빠져나가고 있었다. 후진을 하며 차를 주차하려고 하는 데 뒤에서 갑자기 배달 오토바이 한 대가 재빨리 주차를 해버렸다.

“뭐야! 뭐 저런. 지금 차가 후진하고 있는데 거기다 턱 하니 오토바이를 놓고 가냐?”

남편이 갑자기 얼굴이 빨개졌다. 그때 앞쪽에서 차 한 대가 동시에 빠져나가고 있었다. 남편의 성격을 알기에 오토바이 주인과 말다툼할까 불안해진 나는 앞차가 나갔다며 저기다 주차하면 되겠다고 소리쳤다.

“잘됐네. 여기보다 저기가 훨씬 공간이 넓어요.”

남편은 알겠다며 앞쪽으로 가서 주차했다.

“배달 아저씨가 급했나 봐요. 우린 급할 게 없으니 맘 풀어요.”

속으로 방금 그 아저씨가 혹시 우리가 지금 가려고 하는 식당에 들어간 건 아닐까? 하는 생각에 나는 조바심이 났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역시 그 아저씨가 휴대폰을 보며 서성거리고 있었다. 남편도 그 남자를 봤을 텐데 조용히 빈자리로 가서 앉았다.

‘응? 오늘따라 저이가 딴 사람 같네.’

내가 알던 남편이 맞나 싶을 정도로 별로 좀 전 그 아저씨에게 신경 쓰는 것 같지 않았다. 우리 남편이 달라졌어요!

한편, 식당 안이 썰렁해서 혹시 음식 맛이 별로인가 하는 의구심도 들어 이래저래 맘이 좋지 않았다. 그냥 집에 가서 먹자고 할 걸 괜히 국수 먹자고 얘길 해서 맘이 안 좋네. 그래도 오늘 남편이 평소보다 이런 일로 덜 민감하게 걸 보면 다행이다 싶었다.

멸치 칼국수와 모둠 만두를 시켰다. 양이 기대 이상으로 많이 나왔다. 밑반찬도 생각보다 아삭아삭하고 개운했다. 특히 만두는 김치, 고기, 채소, 그리고 마라가 있었다. 마라 만두가 생각보다 괜찮았다. 남편은 마라 냄새가 싫다며 먹지 않았다. 2인분 같은 1인분 칼국수를 남편은 깨끗하게 비웠고 나는 배가 너무 불러 조금 남기고 말았다.

너무 맛있었다. 매일 가던 국숫집이 휴무일이었던 게 신의 한 수였다. 덕분에 새로운 맛집을 발견했으니 말이다. 남편도 음식이 맛있다며 흡족한 표정을 지었고 덩달아 나도 입꼬리가 올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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