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기억해 줘서 고마워
퇴근 후 6시쯤 집에 도착해 배가 고파 일찍 저녁을 먹고 잠시 잠을 청했다. 저녁 7시 30분쯤 남편을 일하는 곳에 데려다주려면 약간의 휴식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아주 짧은 단잠을 뒤로하고 남편과 주차장으로 향했다. 휴대폰을 운전석과 조수석 사이 공간에 넣으려다 익숙한 이름으로 온 카톡이 눈에 들어왔다. 작년에 우리 반이었던 아이다. 혹시 내가 다른 학교로 간다는 소식을 듣고 문자를 보냈나? 하는 생각에 카톡 화면을 터치했다. 정말이다. 화면 가득 찬 문장들 속에 아쉬움, 고마움, 함께 한 추억들이 녹아 있었다. 이 아이가 글을 이렇게 잘 썼구나! 기특하면서도 미안함도 들었다. 간단히 몇 글자로 답장을 보내기 아쉬워 장문을 써서 보내기로 했다.
사랑하는 나의 제자에게
안녕! 겨울방학은 잘 보내고 있니? 방학이어도 정구부 동계 훈련하느라 힘들었을 것 같아. 네가 보낸 글을 읽으면서 우리가 처음 만난 작년 3월이 떠올랐단다. 수줍은 네 얼굴이 눈에 선하다. 기억하니? 넌 시합 일을 빼고는 늘 복도에서 출근하는 나를 향해 환하게 웃으면 달려왔어. 세상에서 가장 예쁘고 귀여운 너의 미소에 나도 덩달아 기분이 좋아지고 힘이 났지.
2주가 지났을 때였나? 소설을 써서 친구들에게 보여주면서 즐거워했잖아. 그러다 내 검열에 걸려서 중단됐지. 그 후 가끔 네가 써 온 주말 일기를 볼 때마다 글을 참 잘 쓴다고 생각했어. 내 생각엔 네가 만약 정구 선수가 되지 않는다면 작가가 될 것 같구나. 오늘 보내 준 카톡 메시는 감동 그 자체였어.
되돌아보면 나는 너희들에게서 받은 행복이 훨씬 많아. 우리가 함께 공부했던 순간순간을 떠올려 보면 당시엔 무척 힘들고 서로 상처를 주고받았던 것 같은데, 네 말대로 지금은 그만큼 더 성장한 것 같구나. 무엇보다 나를 따뜻한 선생님으로 기억해 줘서 정말 고맙다. 그러고 보니 우리가 닮은 점이 있어. 너와 내가 눈물이 많다는 거 알고 있니? 눈물이 많다는 건 나약한 게 아니야. 공감력이 뛰어난 거야. 함께 슬퍼할 줄 알고 위로할 줄 알고 도와줄 줄 아는 그 마음이 얼마나 따뜻한 마음이니. 네가 바로 그런 아이였어.
운동하느라 무척 힘들지? 경기에서 메달을 땄다며 환호하던 모습이 눈에 선하구나. 그날 기억할 거야. 경기장이 마침 내가 사는 곳에 있어서 출장을 내고 응원하러 갔었잖아. 비록 네가 경기하는 모습은 아쉽게 관람하지 못했지만, 운동에 진심이었던 네 모습을 보고 정말 기뻤어. 너는 교실에서 가르쳐주지 않은 끈기와 노력, 시합에서 느낄 두려움과 긴장, 이기고자 하는 승부욕과 패배에서 오는 좌절을 이겨내는 과정을 통해 어쩌면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이 성장해 있을 것 같다는 확신이 들더구나.
이제 3월이면 6학년이 되는구나. 축하해! 그리고 잘 자라줘서 고마워. 친구들에게도 안부 전해주렴. 작년 우리 반은 최고였다고 말이야. 그리고 잊지 못할 추억들이 너무 많아서 가끔 꺼내보고 위로를 받을 것 같구나.
항상 건강해라.
선생님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