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을 기다리며
6개월에 한 번씩 가는 검진일이 오늘이었다. 예약 시간이 1시 30분이라 일찍 집에서 나왔다. 병원에 도착하니 12시 50분이다. 2층 외과 앞에 놓인 의자에 몇몇 사람들만 앉아 있고 나머진 텅 비었다. 안내실과 안쪽은 불이 꺼져 있다. 오가는 이도 별로 없고 조용했다. 조그만 몸을 웅크리고 의자 두 개를 침대 삼아 누워있는 할머니 한 분이 눈에 띄었다. 살짝 지나치는 데 눈을 감고 계셨다. 피곤해 보인 얼굴과 작은 몸이 안쓰러워 보였다. 구석진 의자에 앉아 나도 등을 기대고 눈을 감았다. 어디선가 말소리가 들려왔다.
“할머니, 어디서 오셨어요?”
“응, 고흥에서 왔어.”
“멀리서 오셨네요.”
“응, 고흥에서도 더 남쪽에 있는 나로도에서 왔어.”
“힘드셨겠어요.”
“버스를 타고 오면 두 시간 정도 걸리지.”
아마도 옆에 앉으신 아주머니께서 할머니와 말씀을 나누신 것 같았다.
고흥 나로도에서 이곳까지 오려면 할머니에게는 꽤 먼 거리다. 나로도에서 고흥읍까지 오는 버스를 40분 정도 타고, 고흥읍에서 순천 버스터미널까지는 1시간, 버스터미널에서 택시를 타고 병원으로 온다고 했을 때 30분 정도 소요된다. 대략 2시간 30분이 걸린다. 왕복이면 약 5시간이다. 병원에 치료받으러 오시다 더 병을 얻으실 것 같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나도 피를 뽑고 초음파 검사 후 결과를 기다리고 있었다. 할머니께서 할아버지 손을 잡고 진료실을 나오는 게 보였다. 할아버지께서 함께 오신 모양이다. 간호사의 안내를 받고 엘리베이터 쪽으로 향하는 두 분의 뒷모습을 보며 나 또한 남편과 손을 잡고 이곳에 진료받으러 다니겠구나! 하는 생각에 코끝이 시큰해졌다. 될 수 있으면 함께 건강한 노년을 보내야 할 텐데….
집으로 돌아오는 길, 차에 엔진 경고등이 켜져서 정비사에 잠깐 들렀다. 엔진 점화장치에 이상이 생겼다고 한다. 부품 주문 후 연락을 준다고 해서 부탁을 하고 나왔다. 차도 주인도 연식이 점점 오래되니 이곳저곳 고칠 게 늘어나고 있다. 이제 따뜻한 봄이 기다리고 있으니 내 몸도 잘 챙기고 차 관리도 신경 써야겠다.